[2023 쿨투라 AWARDS] ‘나’라는 오롯한 혼자, 그로써 견딜 수 있는 마음 - 「숨」의 박소란 시인 인터뷰

밤의 골목을 거니는 사람을 안다. 한낮의 온기가 식은 골목, 건물의 빽빽한 창문 사이 드문드문 불 켜진 창, 창 너머 흔들리는 실루엣, 문 닫힌 상가의 낮은 조도. 희미하고 부드러운 빛 속을 거니는 사람이다. 이토록 고요한 방식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생각하고, 사랑하는 사람. 바로 박소란 시인의 이야기다.

종종 그의 시는 그가 밤의 골목을 걷는 방식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훤히 다 아는 것처럼 들여다보지 않고, 적절한 거리를 두고, 조용히 한 걸음씩 나아가는 시. 읽다보면 어느새 같이 걷고있는 것 같아 한 걸음 나아간 것만 같은 시. 함께 걷는 마음으로, 박소란 시인의 수상소감과 함께 그의 근황을 서면으로 나누어보았다.

최지은 기쁜 수상 소식과 함께 새해를 열게 되었는데요. 2023 쿨투라 어워즈 ‘오늘의 시’ 부문에 박소란 시인의 「숨」이 선정되었습니다. 소식을 듣고 주인공인 소란 시인님보다 제가 더 기뻐했던 것 같은데요.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수상소감 먼저 여쭐게요.
박소란 쑥스럽네요. 한 편의 시가 받기에는 지나친 격찬 같기도 합니다. 제가 이토록 쑥쓰러워하고 겸연쩍어하는 동안 제 자신보다 더 기뻐해주시는 지은 시인님 같은 동료가 있기에 이런 순간이 어떤 의미로 남는 것 같아요. 그 따뜻한 마음, 마음들을 확인하는 것으로 앞으로 또 한동안 쓰는 일에 힘을 낼 수 있을 테죠. 정말 고맙습니다.

최지은 겨우내 어떻게 지내셨는지 근황도 여쭙고 싶어요. 산책을 즐기시는 것으로 아는데 폭설과 한파를 어떻게 지나오셨을지도 궁금하고요. 또 출간 준비로 많이 바쁘셨던 걸로 알고 있어요.
박소란 요사이는 잘 걷지 못했어요. 주로는 저녁을 먹고 나서 동네 골목이나 천변을 산책하곤 하는데, 한겨울로 접어든 후부터는 춥다는 핑계로 좀 게을렀어요. 때문에 지은 시인님과 저, 우리가 아끼는 홍제천 오리들과도 조금 소원해진 것 같습니다. 오늘은 한번 나가봐야겠어요. 알고 계시다시피 최근 새 책을 준비하느라 분주하기도 했어요. 김명순의 에세이를 엮은 『사랑은 무한대이외다』라는 책이죠. 김명순의 글을 좋아해서 언제고 이 작가의 작품을 정식으로 소개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출판사 대표인 오랜 친구의 제안으로 책이 되어 나오게 되었네요. 부족한 역량으로 어려운 글들을 손질해 묶으면서 배운 점도 많았는데요. 산문이라지만 실은 시에 가까운 이 글들을 수차례 반복해서 읽는 동안 좋은 글에 대해, 백 년이 지나도 여전히 살아 읽히는 글의 진면에 대해 어렴풋이 감각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 지면에서 길게 이야기할 수는 없을 테지만, 저의 서툰 시도나마 김명순이라는 이름을 소중히 기억하는 데 조금 보탬이 되면 좋겠어요.

본 기사의 전문은 추후 공개됩니다.

최지은
2017년 《창작과 비평》으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 『봄밤이 끝나가요, 때마침 시는 너무 짧고요』가 있다.

* 《쿨투라》 2023년 2월호(통권 104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