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집 속의 詩] 백연숙 시인의 「매」
2024-01-30 백연숙(시인)
매
백연숙
음력을 기준으로 그믐과 보름은 6매, 초하루와 16일은 7매
그러면 초이틀과 17일은 8매, 초사흘은 9매
조금 때는 물이 안 쓴다
안 쓴다는 말은 바닷물이 안 빠진다는 말
그래, 매는 바닷물이 빠지는 시간을 나타낸다
아빠랑 엄마는 매에 맞춰 바다에 간다
독산에 가면 밀조개
무창포에 가면 바지락
가끔씩 아랫집에 사는 혜선 씨도 따라간다
친정에서 보내 준 바지락 넣고 미역국을 끓인다
보글보글 저 멀리서 파도가 메밀꽃처럼 일다가
바다 향이 물밀 듯이 밀려온다
물때도 아닌데 매, 매라고 발음할 때마다
입속에서 갈매기가 난다
- 백연숙 시집 『십 분이면 도착한다며 봄이라며』 (파란시선) 중에서
백연숙 충청남도 보령에서 태어났다. 1996년 《문학사상》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 『십 분이면 도착한다며 봄이라며』를 썼다.
* 《쿨투라》 2024년 2월호(통권 116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