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집 속의 詩] 이달균 시인의 「해바라기와 장마」

2024-06-05     쿨투라 cultura

해바라기와 장마

이달균

태양과 작별한 날들이 길어졌습니다

눈먼 이의 귓바퀴가 넓고 둥글어지듯

젖어서 목만 길어진 그리움이 한 짐입니다

나 아니면 이런 그댈 누가 사랑해 줄까?

장마에 발목이 젖어 서서 자는 해바라기

썼다가 찢어버리는 못갖춘마디 한 소절

- 이달균 시집 『달아공원에 달아는 없고』 (문학의전당) 중에서

 


이달균 1987년 시집 『남해행』과 무크 《지평》으로 문단 활동을 시작. 시집 『열도의 등뼈』 『늙은 사자』 『문자의 파편』 『말뚝이 가라사대』 『장롱의 말』 『북행열차를 타고』 『南海行』, 시·사진집 『탑, 선 채로 천년을 살면 무엇이 보일까』, 영화 에세이집 『영화, 포장마차에서의 즐거운 수다』 등이 있음. 중앙시조대상, 이호우·이영도시조문학상, 조운문학상, 오늘의시조문학상, 성파시조문학상, 경상남도문화상, 마산시문화상 등 수상.

 

* 《쿨투라》 2024년 6월호(통권 120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