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집 속의 詩] 이종암 시인의 「고래심줄」

2024-07-02     이종암(시인)

고래심줄

이종암

 

텔레비전에서 새끼 낳는 걸 봤다
고래와 고래

고래로 어미의 자식 사랑은
고래 심줄이라 했지만

혼자서 살고 있는
여든일곱의 어미는 대상포진으로
죽도 물도 넘기기 힘겨운데
고래심줄 다 닳아 간당간당하는데

애지중지 키워낸 일곱 자식들
제 나온 뜨거운 끈 까맣게 잊고
그저 저 먹고살기에만 바쁘고, 참내

- 이종암 시집 『꽃과 별과 총』 (시와반시) 중에서

 

 


이종암 1965년 경북 청도 매전 출생. 영남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졸업. 포항 대동고등학교 교사로 31년간 근무. 1993년 《포항문학》으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으로 『물이 살다 간 자리』 『저, 쉼표들』 『몸꽃』 『꽃과 별과 총』 등이 있음.

 

* 《쿨투라》 2024년 7월호(통권 121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