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투라 프리즘] 고현정, 최화정까지…. 스타들이 유튜브로 간 까닭은?

2024-07-02     이은주(서울신문 기자)

바야흐로 스타 유튜버 전성시대다. 유튜브가 미디어 시장의 주류로 떠오르면서 유튜버를 자처하는 스타들이 늘고 있다. 인기 유튜버들은 기존 미디어로 진출하고, 유명 스타들은 자신의 새로운 면모를 선보이기 위해 유튜브 시장에 뛰어든다. 올드미디어와 뉴미디어가 혼재하는 미디어 격변기에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최근 두 여성 스타의 유튜브 등장은 업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배우 고현정과 방송인 최화정이 그 주인공이다. 고현정은 신비주의의 대명사로 미디어 노출을 극도로 자제해왔고, 방송인 최화정은 무려 27년 동안 SBS 〈최화정의 파워타임〉을 진행해온 베테랑 방송인이다.

고현정이 유튜브에 도전하게 된 이유는 독특하다. 유튜브를 통해 대중과 오해가 풀렸고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보답하고 싶다는 것. 고현정은 지난 1월 가수 정재형이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요정재형’의 〈요정식탁〉에 출연했다. 2009년 〈황금어장-무릎팍도사〉 이후 무려 15년 만의 토크쇼였다. 통상 연예인들이 홍보 이슈 때문에 토크쇼에 출연하는 경우가 많지만, 고현정은 차기작과 무관한 자신의 결혼, 이혼, 그리고 최근 일상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 콘텐츠의 조회수는 무려 584만회를 기록하며 이 채널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콘텐츠에 등극했다.

시간이나 편집의 제약이 있는 기존 미디어와 달리 유튜브는 자신의 이야기를 여과 없이 전달할 수 있다. 고현정은 이 방송을 통해 신비주의를 깨고 인간적인 매력을 선보였고 반응은 이전과 달랐다. 팬레터같은 정성스러운 댓글을 무려 세 번씩이나 보고 펑펑 울었다는 고현정은 “어디 나가서 좋은 말을 들어본 적이 없고 나쁜 말만 많이 들었는데 댓글을 읽고 ‘아 다 나를 싫어하지는 않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대중과의 오해가 풀렸다”고 털어놨다. 고현정은 팬들에게 감사함을 표현하고자 지난 5월 10일 개인 채널을 열었고, 일부 콘텐츠가 10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방송인 최화정도 비슷한 시기인 지난 5월 5일에 개인 채널을 개설했다. 6월 초 〈최화정의 파워타임〉의 마이크를 내려놓은 그는 바로 유튜브 시장에 뛰어들었다. 워낙 톡톡 튀는 진행과 화려한 입담을 자랑하는 그는 이전부터 유튜버로서의 잠재력을 선보였다.

최화정이 지난해 홍진경의 유튜브 채널 ‘공부왕찐천재 홍진경’에 게스트로 출연해 자신의 집을 공개한 콘텐츠가 무려 569만 조회수를 기록했던 것. 최화정은 홍진경의 유튜브를 제작하는 이석로 PD의 제안으로 유튜브 채널 ‘안녕하세요 최화정이에요’를 열었고, 요리를 중심으로 뷰티, 집 꾸미기 등의 노하우를 전달하고 있다. 최화정의 트레이드마크인 명랑한 성격을 살려 구독자의 애칭을 ‘캔디’라고 짓는 센스를 발휘하기도.

초기의 유튜브는 TV의 보조 채널로 매체 보완적 성격이 다소 강했다. TV에서 본방송을 틀고 풀영상을 유튜브로 틀거나, 아니면 본방송으로 유도하기 위한 예고편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내용도 올드미디어에서 잘 선보이지 않는 실험적인 도전이 다수를 차지했다. 하지만 최근 2년 사이에 스타들의 유튜브 토크쇼가 봇물을 이뤘다.

기점이 된 것은 바로 ‘국민 MC’ 유재석의 유튜브 진출이다. 거의 유일한 TV 토크쇼인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진행자인 그는 2022년 10월 유튜브 채널 ‘뜬뜬’의 〈핑계고〉 MC를 맡았다. 처음에는 자신의 지인들 조세호, 남창희, 홍진경 등과 수다를 떠는 토크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다가 요즘은 영화나 신곡 홍보차 톱스타들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최근 유튜브 소비 패턴이 숏폼 위주지만, 〈핑계고〉의 경우 1시간이 넘는 영상도 조회수가 꽤 높게 나온다. 식사를 하거나 이동할 때 라디오처럼 틀어놓는다는 구독자들이 많은 것. 유튜브 채널 ‘뜬뜬’이 1년 반 만에 구독자 수 200만 명을 넘기며 순항하는 등 유재석이 성공하자 신동엽, 이경규 등 유명 MC들도 유튜브 진출을 선언했다.

한편 스타들의 유튜브 콘텐츠가 쏟아지면서 컨셉의 차별화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발라드 가수 성시경은 숨은 맛집을 찾아다니거나 스타들에게 요리를 직접 해주는 유튜브 〈먹을텐데〉로 히트를 쳤다. MZ 세대에게는 가수보다 먹방 유튜버로 각인이 될 정도다. 하지만 오히려 Z세대에게 어필하면서 노래가 역주행하는 수혜를 누리기도 했다. 〈만날텐데〉라는 코너에는 성시경이 내놓은 요리나 술을 먹으면서 스타들과 토크쇼를 한다. 가수 정재형도 자신의 집에서 직접 스타들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컨셉의 토크쇼로 인기를 모았다. 신동엽은 TV에서는 금기시되던 술을 마시면서 토크를 하는 일명 ‘술방’을 유튜브에 유행시킨 장본인이다.

스타들뿐만 아니라 스타 PD들도 유튜브 시장을 주목했다. 뉴미디어 시장의 흐름을 가장 빨리 읽고 앞서간 것이 바로 나영석 PD다. 나 PD는 뉴미디어가 비주류였던 2019년에 ‘나나나’라는 채널을 열었고 이후 ‘채널 십오야’로 이름을 바꾸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나 PD는 그동안 〈1박 2일〉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 〈삼시세끼〉 〈윤식당〉 등 TV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굵직한 예능을 탄생시키며 ‘스타 PD’로 입지를 굳혔다. 지상파에서 한계를 느낀 그는 유튜브를 미디어 실험대로 적절히 활용했다. 대표적으로 tvN 〈아이슬란드로 간 세끼〉는 TV에서 5분간 방송하고 풀버전은 유튜브 ‘채널 십오야’에 업로드했다.

나 PD는 아예 요즘 연출자에서 진행자로 변신했다. 직접 진행 및 라이브 방송을 하면서 팬덤을 이끌었고 예능 PD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올해 백상예술대상 예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MBC 〈무한도전〉으로 유명한 김태호 PD도 2022년 1월 ‘TEO 테오’라는 채널을 열고 유튜브에 도전했다. ‘테오’에서 가장 먼저 내놓은 것이 이효리가 출연한 〈서울체크인〉이다. 이어 선보인 장도연의 〈살롱드립〉은 시즌제를 거듭하며 대표적인 유튜브 토크쇼로 자리를 잡았다. 장도연의 부담스럽지 않은 진행과 재치 때문에 연예인들이 홍보할 때 선호하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이처럼 스타들의 유튜브행이 러시를 이루게 된 이유는 따로 심의가 없기 때문에 소재나 표현이 자유롭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한 정제된 모습을 보여야 하는 TV 보다는 유튜브 출연을 좀더 편하게 여기는 연예인들이 많다. 격의 없는 모습으로 대중에게 기존과는 색다른 이미지를 선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TV에서 토크쇼가 시청률 부진 등의 이유로 사라지면서 홍보차 나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 딱히 없는 상황에서 유튜브는 좋은 대안이 되고 있다. 또한 스타들에게는 부수입을 넘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도 있다. 유튜브 조회수를 비롯해 각종 PPL 및 협찬이 자유로운데다 일부는 홍보비를 내고 출연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성시경은 자신의 유튜브에서 “수익도 지상파 프로그램 2.5개 하는 것과 비슷하다”면서 “유튜브는 일기 쓰듯이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주일에 2-3개 콘텐츠를 꾸준히 업로드하고 있다.

한편 유튜브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바로 ‘섭외’ 부분이다. 특히 팬덤을 지닌 스타들을 섭외하면 조회수가 올라가기 마련인데, 인맥이 있는 연예인들은 이를 활용하여 ‘품앗이’가 가능하고 홍보비도 줄일 수 있어 ‘1석 2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규제를 받는 TV나 라디오와 달리 구글이 운영하는 유튜브는 심의를 전적으로 자율에 맡기고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또 다른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최근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경우 특정 지역 비하 논란에 휩싸이며 구독자가 이탈했다. 이처럼 부적절한 발언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할 경우 역풍을 맞기도 한다. 또한 일명 ‘술방’에 인기 아이돌이 출연한 경우 어린이나 청소년들도 제재 없이 시청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스타들이 유튜브를 통해 대중과 소통의 폭을 넓힌 것은 분명 긍정적인 요소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는 말처럼 콘텐츠 제작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도 동시에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은주 서울신문 기자 겸 유튜브 크리에이터. 연세대학교 불문과·동대학원 영상학 석사. 한국 방송대상 심사위원 역임. 유튜브 채널 〈은기자의 왜 떴을까TV〉 진행. 저서 『왜 떴을까: ‘K-크리에이티브’ 끌리는 것들의 비밀』이 있음.

 

* 《쿨투라》 2024년 7월호(통권 121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