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박광수 BIFF 이사장]“부산영화제, 30주년 기점으로 한 단계 도약… 내년에 경쟁 부문 신설”
[인터뷰 - 박광수 BIFF 이사장]“부산영화제, 30주년 기점으로 한 단계 도약… 내년에 경쟁 부문 신설”
  • 이은주(서울신문 기자)
  • 승인 2024.10.31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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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어 이은주 서울신문 기자
때 2024년 10월 5일 14:30  영화의전당 비프힐 4층 이사장실

박광수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 영화감독. 서울대 조소과 졸업. <칠수와 만수>(1988), <그들도 우리처럼>(1990), <베를린 리포트>(1991), <그 섬에 가고 싶다>(1993),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1995), <이재수의 난>(1999), <빤스 벗고 덤벼라>(2000), <여섯 개의 시선>(2003), <눈부신 날에>(2007) 등 연출. 한국예술평론가협회 오늘의 예술가상(1988), 백상예술대상 신인감독상(1988), 대종상영화제 신인감독상(1988), 로카르노국제영화제 젊은비평가상(1988), 3대륙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1990), 싱가포르국제영화제 최우수아시아영화상(1991), 3대륙영화제 관객상(1993), 청룡영화상 감독상, 작품상(1995), 로카르노국제영화제 청년심사위원상(1999), 로마국제영화제 최우수작품상(2007) 등 수상.
부산국제영화제 부위원장, 아시안필름마켓 운영위원장,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 역임.

 

30주년을 맞는 내년, 경쟁 부문 신설

“부산국제영화제는 내년 30주년을 기점으로 한 단계 도약할 겁니다. 처음으로 경쟁 부문을 신설하는 등 더 활기차고 재미있게 만들겠습니다.”

올해 새로운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수장이 된 박광수 이사장. 제29회 부산영화제가 개막한 시월의 첫 번째 주말 부산 영화의 전당이 한눈에 보이는 이사장 집무실에서 만난 그는 인터뷰 내내 자신감 있는 태도로 영화제의 큰 변화를 예고했다.

내년 BIFF는 9월 17일부터 26일까지 개최된다. 그동안 매년 10월 첫 주에 개막식을 열었지만 내년엔 추석 연휴와 전국 체전 등의 일정을 고려해 개최 일정을 앞당겼다. 박 이사장은 “BIFF 2회가 열린 1997년 이후 9월 개최는 처음”이라면서 “내년엔 아시아 최고의 영화를 뽑는 경쟁 부문을 신설해 영화제 후반부까지 긴장감을 이어가고 3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한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지난 1996년부터 3년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영화제의 기틀을 다졌고 2006년에 부산프로모션플랜(현 아시아프로젝트마켓)과 아시아필름마켓(현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을 발족시켰다.

영화 〈칠수와 만수〉(1988)를 시작으로 〈그들도 우리처럼〉(1990),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1995) 등 한국사회의 현실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포착해 한국영화 뉴웨이브를 이끈 영화감독이기도 하다.

지난 2월부터 4년간의 임기를 시작한 박 이사장은 올해는 영화제 전반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장기 계획을 수립한 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영화제를 개선해나갈 생각이다. 한동안 영화제에 대한 관심을 끊고 영화 제작에만 몰두했었다는 박 이사장은 영화제의 기능과 이사장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부터 시작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예전에는 영화제가 국내와 아시아에 잘 알려지지 않은 영화들을 소개하고 해외에 영화를 소개하는 창구였지만 요즘처럼 정보가 넘치고 해외와 직접적인 소통이 가능한 시대에 영화제의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시대가 바뀐 만큼 영화제가 영화제다워야 하는 거죠.”

처음에 이사장직은 제안받았을 때 고사를 했던 그는 후배 감독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움직였다. 영화 〈그 섬에 가고 싶다〉의 연출부를 맡았고 부산영화제에서도 일을 했던 성지혜 감독은 그에게 “많은 사람들이 부산영화제를 개선해보려고 1년째 싸우고 있는데 처음 영화제를 만든 박광수 감독님이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설득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일리가 있어서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겠다고 하고 이후에 언론을 살펴보니 부산영화제의 내홍이 심각해 기분이 썩 좋지 않더라고요. 이후에 영화제를 살펴보니 제가 근무할 때 있던 사람들이 거의 그대로 있던데 그러니까 영화제가 썩을 수밖에 없는 것이죠.”

초기 부산영화제는 김동호 전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과 박광수 현 이사장, 그리고 이용관 전 이사장, 전양준 전 집행위원장, 김지석 전 수석프로그래머 등 5명이 영화제 전반에 대한 중요 사항을 결정했다. 박 이사장은 2005년에 김동호 위원장에게 아시안필름마켓을 제안했고 2006-2007년 운영위원장을 맡았다.

“영화제 파워는 원래 마켓에서 나오는데 부산영화제가 점점 커지고 있지만 마켓이 없으면 홍콩영화제에 밀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김동호 위원장에게 제안을 드렸더니 바로 동의를 해주셨죠.“박 이사장은 “마켓을 만들기 위해 영화제에 다시 들어가보니 이미 직원들 사이에 OO 라인 등 파벌이 형성돼 있었다”면서 “유능한 사람들이 와서 새로운 세대가 유입되는 시스템이 정착되지 않는다면 영화제가 시대를 따라잡을 수 없다”고 말했다.

 

부국제 조직화된 관료 문화 개선

세 번째로 부산영화제에 다시 돌아온 박 이사장은 영화제의 기초부터 꼼꼼히 살폈다. 그는 부산영화제 초창기에 아시아영화 중심의 비경쟁의 기틀을 만들고 능력 있는 젊은 감독과 투자사를 연결해주는 마켓 프로그램을 실시했고, 부산 수영만 요트경기장 같은 야외 상영관에서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다시 부산영화제에 돌아와서 보니 초기의 방향과 시스템에서 거의 달라진 것이 없더라고요. 그동안 부산영화제가 방향에 대해 치열하게 논의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죠. 무엇보다 관료화된 조직이 가장 큰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 이사장은 “부산영화제에서 월급을 받는 상근 직원은 칸영화제의 2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준”이라면서 “프로그래머만 9명에 달하고 초창기 보다 인력이 5-6배 가량 늘어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가 좋을 때 영화제 인력을 대거 늘린 탓인데 영화제 직원을 많이 늘리면 예산도 늘어나야 하고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사장에 취임하고 나서 전 직원을 다 면담을 했는데 관료화된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도전 정신은 없어지고 일을 조금만 하면서 안정된 직장을 계속 유지하고 싶다는 거죠. 그러다 보면 조직이 무거워지고 유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문제점이 발생할 수 밖에 없어요.”

그는 “그렇다고 직원들을 자를 수는 없는 일이고. 일단 다 안고 가면서 신규 채용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말했다. 어느 조직이든 리더의 역량과 비전 등 리더십에 중요한데 영화제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특히 부산영화제는 영화계의 축제이기도 하지만 지자체의 행사다. 그 사이에서 공정성과 균형감을 잘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부산영화제는 부산시에서 약 50%의 예산을 지원받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특정 사안에 있어서 부산시와 영화계의 입장이 대립할 때가 종종 있어요. 이전에 ‘다이빙벨 사태’가 대표적인 경우죠. 그 사이에서 균형감 있게 각계의 입장을 잘 조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싸우지 않고 평화롭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충분히 있기 때문에 앞으로 그 역할을 충실히 해볼 생각입니다.”

그는 “영화제는 지자체뿐만 아니라 대형 배급사로부터도 압력을 받을 수 있는데 이를 잘 해결하는 것도 이사장에게 맡겨진 임무”라면서 “부신 시민들도 충분히 의견을 낼 수 있고 이 같은 다양한 입장을 모두 고려해서 영화제의 방향을 잡아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부산영화제는 공식 선정작 278편이 총 633회 상영됐고 좌석 점유율은 지난해의 82%보다 상승한 84%를 기록했다. 상영작이 거의 매진이지만 일명 게스트 티켓으로 인해 20% 가량 빈 좌석이 있어 이는 해결해야 할 문제로 보인다.

작게는 관객들을 위한 셔틀과 데일리 뉴스를 부활시켰고, 크게는 영화제의 얼굴인 개막작으로 사상 최초 OTT 영화 〈전,란〉을 선정했다. 대중성을 앞세웠지만, 독립영화를 외면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섞인 시선도 있었다.

“처음에 취임하면서부터 ‘개막작에 신경을 좀 쓰자’고 이야기했어요. 일단 개막식에 입장하는 4,500명의 관객들의 입장을 먼저 고려했고요. 부산영화제에 상영되면 흥행과는 거리가 먼 작품이라는 선입견을 깨보고 싶었어요. 초창기에 제가 기획했던 개막식 공연은 이번에 과감히 생략했고, 개막식 무대에 국내외 심사위원을 올리는 관계도 바꿀 생각입니다.”

 

대중성을 영화제 전체의 색깔로 가져갈 수는 없지만 생각할 수 있는 지적인 영화부터 대중적으로 성공한 웰메이드 영화, 개성 있는 OTT 작품까지 총망라해 관객들에게 선보일 겁니다 .
기존의 영화제 컨셉을 완전히 뒤집어 놓은 남포동의 ‘커뮤니티 비프’처럼 전에 없던 새로움으로 관객들에게 더 다가가는 부산영화제로 새롭게 거듭나겠습니다.

 

 

 

부산영화제에 다시 돌아온 박 이사장은 영화제의 기초부터 꼼꼼히 살폈다.
그는 부산영화제 초창기에 아시아영화 중심의 비경쟁의 기틀을 만들고 능력 있는 젊은 감독과 투자사를 연결해주는 마켓 프로그램을 실시했고, 부산 수영만 요트경기장 같은 야외 상영관에서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춘연의 밤.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공정성과 균형감 갖춘 이사장 될 것

박 이사장은 부산영화제가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가 될 수 있었던 배경으로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한 창작성 보장을 꼽았다. 그는 “부산영화제가 시작할 때 정부 당국의 검열을 받지 않도록 했기 때문에 지금도 국내 모든 영화제들은 검열을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상하이영화제는 규모가 크지만 정부의 입김이 들어가기 때문에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아예 응하지 않고, 도쿄영화제는 일본의 4대 영화 배급사들이 돌아가면서 운영했기 때문에 공정성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자율성과 공정성이라는 바탕 위에 30주년을 부산영화제의 도약의 해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부산영화제는 중국의 지아장커 감독처럼 정치적인 억압을 받는 감독들에게 제작비를 지원하는 등 아시아 영화제의 창구 역할을 했다”면서 “영화제 상영만으로 홍보가 되는 칸영화제에 비해 부산영화제는 시장이 작다는 단점이 있지만, K-콘텐츠의 인기를 기반으로 아시아영화와 콘텐츠의 새로운 경향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대중성을 영화제 전체의 색깔로 가져갈 수는 없지만 생각할 수 있는 지적인 영화부터 대중적으로 성공한 웰메이드 영화, 개성 있는 OTT 작품까지 총망라해 관객들에게 선보일 겁니다. 기존의 영화제 컨셉을 완전히 뒤집어 놓은 남포동의 ‘커뮤니티 비프’처럼 전에 없던 새로움으로 관객들에게 더 다가가는 부산영화제로 새롭게 거듭나겠습니다.”

 


이은주 서울신문 기자 겸 유튜브 크리에이터. 연세대학교 불문과·동대학원 영상학 석사. 한국 방송대상 심사위원 역임. 유튜브 채널 〈은기자의 왜 떴을까TV〉 진행. 저서 『왜 떴을까: ‘K-크리에이티브’ 끌리는 것들의 비밀』이 있음.

 

* 《쿨투라》 2024년 11월호(통권 125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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