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저널리즘의 대표 잡지 《스크린》이 아카이브 도서로 출간되었다. 한국영상자료원은 기관 창립 50주년을 맞아 ‘아카이브 프리즘 총서’ 시리즈를 내고 있다. 이번에 출간되는 『영화잡지 스크린 1984~1994』는 1984년 3월 창간 후 한국영화산업이 변화하기 시작한 1994년까지 《스크린》의 기록을 한데 모아, 한국영화와 대중문화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소중한 자료이다. 1984년 3월호를 창간호로 한 월간 《스크린》은 2010년까지, 거의 30년에 가까운 세월동안 발간되었다. 《씨네21》을 제외한다면 한국영화사를 통틀어

작가 함돈균의 교육에세이 『초연결 학교』(쌤앤파커스)가 출간되었다.본 책은 수년간 대학에서 연구, 강의하고 문학평론가로 살던 저자가 새로이 인문운동가이자 교육운동가로 활동하며 부딪히고 경험한 교육적, 사회적 현상에 대한 10여 년 간의 사례와 생각을 정리하여 묶은 미래 교육서이다. 대한민국 학교 교육이 지닌 맹목성과 무책임성, 폭력성과 비효율성에 관해 깊은 고통을 느끼고 탄식을 반복해 오던 저자는 자연스럽게 새로운 교육 모델의 출현을 위해 움직여야 할 시기가 왔다는 소명 의식을 갖게 되었다.이렇게 ‘교육-인문운동가’로 방향을 전환한

전통예술의 의미는 고정된 과거의 유물로 남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통과하며 끊임없이 진화하고 재해석되는 과정에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예술창작산실-올해의 신작’ 지원사업이 올해로 17년차를 맞이하면서, 2024년 전통예술 분야 선정작들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창의적 실험의 장으로 관객들을 초대하고 있다.새로운 시대정신을 담아내는 전통예술의 변주2024년 전통예술 분야 선정작 다섯 편은 고유한 전통의 가치를 지키면서도 동시대적 실험을 통해 전통예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 작품들이 단순히 전

우리가 몰랐던 엄마의 청춘은 푸르고 아름다웠다. 수줍은 문학소녀였던 엄마는 딸을 위해 소중한 꿈을 바다에 묻었다. 자신의 엄마가 꼭 그랬던 것처럼.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잔잔한 감동을 일으키며 국내외 시청자들의 눈물을 쏙 빼는 힐링 드라마로 사랑받고 있다. 지난 7일 첫 공개된 이 작품은1960년대 제주도를 배경으로 오애순의 인생 궤적을 쫓으며 삶의 희로애락을 4계절에 빗대 풀어낸다. 서정적이면서도 통찰력 있는 대사는 한편의 문학 작품을 읽는 것처럼 가슴 먹먹한 여운을 남긴다. 〈폭싹 속았수다〉는 ‘매우 수고하셨습니다’

독재 권력에 대항해 거리로 나선 학생들그리고 혁명의 도화선이 된 끔찍한 희생모든 것이 얽혀 피어오른 뜨거운 불꽃과거가 현재를 돕는,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하는 이야기가지금 스크린에서 펼쳐진다 4·19 혁명을 다룬 최초의 영화 ( 감독 송영신, 도영찬, 제작 ㈜레드파노라마)이 대한민국의 국민배우 최불암의 내레이션 참여에 더불어 국민가수 조용필의 노래를 더하며 더욱 큰 울림을 선사한다.대한민국의 역사적 사건인 4·19 혁명을 다룬 최초의 영화 은 제65주년을 맞는 4·19 혁명, 잊어서는 안 될 뜨거운 항쟁의

프랑스 영화의 다양성과 풍요로움을 알리고 기념하는‘2025 프랑스영화주간Semaine du cinéma français 2025’이 오는 4월 4일(금)부터 13일(일)까지 서울 아트나인, 4월 10일(목)부터 13일까지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열린다. ‘2025 프랑스 영화주간’은 주한 프랑스대사관 문화과와 아트나인, 영화의전당이 공동 주최하는 행사로, 미개봉 최신 프랑스영화 10편을 한국에서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기회이다. 올해의 상영작은 극영화 7편, 다큐멘터리 2편, 애니메이션 1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칸국제영화제, 베니스

봉준호의 신작 은 항간의 평가처럼 정말 순진하고, 혁명이란 테제에 다소 소극적이며, 정치적으로 과격하지 못한 영화일까. 전술한 평가처럼 의 외피는 SF 디스토피아와 괴수 장르의 요소를 이리저리 섞은 순한 대중 영화에 가까워 보인다. 의 ‘레플리컨트’로 대표되는 인간 복제 기술, 즉 미키(로버트 패틴슨 분)를 17번이나 죽이고 다시 태어나게 한 ‘휴먼 프린팅’에 얽힌 철학적 고찰에만 매달리지 않고, 미키가 처한 부당한 노동 환경이나 제국주의적 식민지 정책에 대한 전복적인 해결책 역시 제시되지

드라마는 현실을 반영한다. 아니다. 현실이 드라마를 반영한다. 바로 드라마 〈중증외상센터〉 이야기다.오세훈 서울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생명의 최전선, 서울시가 지키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중증외상 전문의 양성을 담당하던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수련센터가 정부 예산 전액 삭감으로 존폐 위기에 처했고, 서울시가 재난관리기금 5억 원을 투입해 수련기능을 유지할 계획이라는 것이었다. 그 글의 배경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중증외상센터〉가 있었다.우리의 소원을 이루어 주는 건 자애로운 키다리 아저씨나 인자한 산타 할아버지가

탈북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을 다수 발표한 윤순례 소설가를 만나는 장소를 서울 남구로역 부근으로 잡았다. 탈북자, 조선족이 즐겨 찾는 지역이다. 3월 3일 대체공휴일인 월요일 낮, 전철역 바깥으로 나오니 거리 풍경이 여느 서울 시가지와 사뭇 달랐다. 한자 간판이 즐비하고 ‘인력 소개소’가 드문드문 눈에 띄었다. 몇몇 행인들은 중국어로 대화를 나누었다.윤 작가와 거리를 한 바퀴 둘러보고 소박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동태탕은 맛이 괜찮은데 9천 원으로 서울 도심 식당보다 훨씬 싸다. 커피 값도 싼 커피숍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조금 타는 낭정석범석 달 열흘 붉은 마음이지요어쩌다견디다 견디다터지고 마는 놈도 있지만목백일홍 한 그루의 질서어쩌면 저렇게 의젓한지요피고 지는 순서제 몸으로 열고 닫을 줄 아는우주 한 채아랫가지를 문지르면귀신같이 간지럼 타웟가지로 웃고 마는따뜻한 피 흐르는조금 타는 낭 목백일홍 붉은 그늘이며칠째 간지럼 먹여결국 이리 쓰게 만들지요.─ 《새길》(법무부 사회복귀과, 2020년 봄호) 당신은 간지럼을 많이 탑니까? 제주도 사투리로 ‘조금’은 ‘간지럼’이요 ‘낭’은 ‘나무’이니 이 시의 제목은 표준말로 하면 ‘간지럼 타는 나무’이다. 백일

꽃의 이유신미경내 노래가 그대에게 닿지 못해도꽃으로 피리라무언가를 관통하는 건심장이 뛰는 일─ 디카시집 『바람의 환승역』(작가) 중에서 신 미 경 교사, 서예가, 사진가. 1967년 출생. 대구교육대학 졸업. 2024년 계간 《디카시》 신인우수작품상으로 등단. * 《쿨투라》 2025년 4월호(통권 130호) *

성소를 훔쳐보다문순자노랑턱멧새인가곤줄박이 녀석인가가끔은 농약도 치는 감귤나무 가지에손녀딸 밥사발만 한 새집 하나 생겼다 몇 번의 날갯짓이 둥지를 완성했을까이끼와 지푸라기 솜털로 차린 신방저들의 성소를 엿보는내 몸이 저릿하다삐이삐 찌르찌르밥 한술도 못 줬는데그럼에도 탈 없이 부화를 끝냈는지올여름 가마솥더위 달구는 저 새소리─ 시집 『가끔 섬으로 돌아가 울고 싶을 때가 있다』(작가) 중에서 문 순 자 1957년 제주 애월 출생. 1999년 농민신문 신춘문예에 「창틀에 든 귀뚜라미」 당선. 시조집 『어쩌다 맑음』 『아슬아슬』 『파랑주의보

지난 3월 4일 (사)한국잡지협회 제46대 회장에 백동민 (주)아트인포스트 대표이사가 취임했다. 백동민 회장은 잡지협회에서 제41대, 44대 수석부회장, 제41대 코리아매거진콘퍼런스 집행위원장, 중국 무한교역박람회 한국관 집행위원장, 잡지주간 2022 집행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그동안 잡지 산업 발전을 위해 공헌해 왔다. 현재 (주)아트인포스트 대표이사로 월간 《퍼블릭아트》를 발행하고 있다. 회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한국잡지협회 제46대 회장에 당선된 백동민 (주)아트인포스트 대표이사를 만나 앞으로 이끌어갈 한국잡지협회의 새로운 미래

지난해 칸국제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인 이래 '애니메이션의 미래'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영화가 있다. 바로 긴츠 질발로디스 감독의 신작 〈플로우〉이다. 동물의 시점에서 제작된 〈플로우〉는 아카데미상 장편 애니메이션상과 골든글로브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비롯하여 칸영화제 사운드상 등 전 세계 영화제 및 시상식에서 63관왕을 차지하며 근래 가장 화제를 모은 애니메이션 작품이다. 특히, 긴츠 질발로디스 감독은 연출과 각본은 물론, 편집과 음악 등 〈플로우〉 제작 전 과정을 진두지휘하며 애니메이션 제작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

훌쩍 따스함이 오는 듯했던 초봄, 훌쩍 찾아온 건 마지막 흰 눈이기도 했다. 삼월이라는 말에는 초록의 기운이 어른거린다. 올해 이 초록에는 옅은 눈도 함께였다. 겨울과는 달리 오래 쌓이지 않고 잠시 고요하게 스치는 눈, 한 계절 끄트머리의 눈이었다. 올해의 봄은 이렇게 따스한 초록과 흰 눈의 만남으로 열렸다.초록과 눈이라면 단번에 떠오르는 작업이 있다. 학고재 갤러리의 삼십 대 작가, 김은정 작가의 작업들이다. 환한 초록과 눈, 구름, 그런 ‘날씨’의 지표들은 김은정 작가의 세계를 읽기 위한 중요한 열쇠로 여겨져 왔다. 이때의 날씨

현대미술의 대규모 스펙터클과 복잡한 개념성은 대중에게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더 이상 그 점이 컨템포러리 아트에 대한 비난과 악평의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사람들이 타 문화예술 분야와 구분해서 현대미술의 시각적 멋짐을 동경하거나 전위적 성향을 존중하게 만드는 요소다. 서구 모더니즘 미술의 매체 순수성에 입각한 자기 지시적 추상화를 ‘반反사회적 예술 엘리트주의’라고 공격하던 담론과 비평은 이제 미술 이론서의 고전적 지문으로 읽힐 뿐이다. 또 포스트모더니즘 미술의 후기자본주의 비판의 일환으로 탈 거대서사·탈 매체·비물질·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신비Visions of the Universe— 쿨투라 기획전시 : 유성민 작가 《우주의 비전》문화전문지 월간 쿨투라(대표 손정순)는 캘리포니아 예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유성민 작가의 기획전시 《우주의 비전Visions of the Universe》을 2025년 4월 1일부터 4월 30일까지 한 달간 한국잡지박물관 내 M미술관에서 개최한다.LA의 Corey Helford Gallery와 서울의 LP Gallery에 이어 개최하는 이번 쿨투라 기획전시는 외계 공간의 신비와 인류의 잠재적인 미래에 대한 유성

한국 문화잡지의 역사와 역할, 그리고 미래에 대한 전망을 한다고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책이 『시대의 말 욕망의 문장』(마음산책, 2014)이다. 이 책을 집필한 문학·문화연구자 천정환은 1945년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123편의 잡지 창간사를 검토하면서 한국의 지적 지형도를 그려낸다. 우선 그는 잡지의 역사를 파악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음을 강조한다. 다른 매체에 비하여 잡지는 다종다양한 형태로 제작될 수 있고, 또한 그만큼 알게 모르게 소멸하는 탓이다. 시곗바늘을 해방기로 돌려보자. 당시 신문을 창간하는 일에 비하면, 잡

나는 직함을 써야할 때 ‘아트 저널리스트’라고 쓴다. 잡지사를 떠난 후의 시간이 잡지사에 근무했던 시간을 곧 따라잡을 만큼 오래 지났지만 아직은 다른 직함을 찾을 생각이 없다. 여러 매체에 고정적으로 글을 쓰고 있는 것도 아니고, 가끔 기고를 하거나 출판이나 편집, 그 밖에 미술 관련한 여러 가지 일들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저널리스트’라는 직함을 고집하는 이유는 첫 직장으로 미술 잡지사를 들어가서 형성된 나의 세계관이 다른 일을 하는 지금에도 유효하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 세계관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한때는 모든 출판물

음악잡지는 어느 시대에나 있었다. 힘겨웠던 일제강점기에도, 또한 한국 전쟁기에도 출간되었다. 인간이 음악 없이 살 수 없다는 증거다.이러한 음악 잡지의 전성기는 1980년대였다. “전문잡지가 늘고 있는 것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지적, 문화적으로 성숙하고 있음을 보여줘 반가운 현상일 수밖에 없다.”(《매일경제》 1984. 4. 4.) 1982년 9월 《피아노 음악》, 1984년 3월 《객석》, 4월 《음악동아》가 창간됐다. 그때 사람들의 교양을 담당했던 음악 잡지들이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유일하게 《객석》만 20세기를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