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재즈의 날’은 재즈가 갖고 있는 상호 존중, 이해, 화합, 평화, 자유의 참된 의미와 가치로 세상을 이롭게 하고자 UNESCO에서 제정한 기념일이다.
뮤지션 웅산과 이야기를 나눌수록 뮤지션 웅산은 ‘재즈’ 그 자체였다. 국내외 활동을 넘나들며 정상 자리에 있으면서도 항상 끊임없이 도전하고 노력하는 뮤지션 웅산. 계속 깊어져가는 변화무쌍한 매력에 끝없이 푹 빠져들었던 시간이었다.
뮤지션으로서 웅산의 음악관과 사)한국재즈협회 회장으로서 대한민국 재즈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한국재즈협회 회장으로서 준비한 〈서울재즈페스타〉
한국재즈의 저변확대를 위한 노력
안녕하세요. 뮤지션님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는 국민 재즈가수이신데요. 평소 뮤지션님을 좋아하는 팬 중 한 명으로서 이렇게 인터뷰까지 진행하게 되어 기쁩니다. 사)한국재즈협회 회장으로서 더욱 바쁜 나날들을 보내시고 계시죠? 재즈를 알리기 위해 〈서울재즈페스타〉도 만드셨는데 올해로 제3회를 맞이했습니다. 어떻게 계획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반갑습니다. 매년 4월 30일이 UNESCO에서 제정한 ‘세계 재즈의 날’인데요. 〈서울재즈페스타〉는 1년에 한 번 있는 이 날을 기념하기 위한 공연으로 전년도 10월부터 준비를 합니다. 재즈 뮤지션인 제게 부족한 부분도 많겠지만, 협회 회장으로서 이 행사를 진두지휘하며 재즈를 알리고자 노력했습니다. 재즈 뮤지션에게 어깨를 기댈 수 있는 협회가 되고 싶고, 자랑스러운 무대를 만들어주고 싶어서 하나하나 공을 많이 들였습니다.
협회 황은지 사무총장은 20년 전 제자입니다. 공부를 계속하더니 교수로 멋지게 성장해서 스승이 하는 일을 돕고자 월급이 있는 것도 아닌 사무총장직을 맡아주었습니다. 또 그의 똘똘한 제자가 사무국장을 맡아 저희 모두 한뜻으로 집중하고 파고들며 여러 일을 하고 있습니다. 힘들 때도 많지만 대한민국 재즈의 발전을 한마음으로 간절히 바라고 있기에 매년 보람이 있습니다.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모든 것이 가능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국내 유일의 재즈협회인 사)한국재즈협회의 회장을 맡고 계십니다. 3대 회장님으로서 한국재즈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역대 회장님들께서 재즈의 발전을 위해 많은 부분 노력하신 만큼 저도 그 부분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재즈페스타〉로 한국 재즈의 발전을 도모하고, 아시아 재즈의 중심으로 자리한 대한민국 재즈 뮤지션들의 권익도 증진시키며, 재즈 예술의 대중화 및 보급과 보전을 위한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대중화 측면에서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재즈의 참 의미를 알리기 위해 오디션 방송에 나가기도 했어요. 제가 지금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갈 일이 있지는 않죠. 하지만 한국어로 된 〈아모르 파티〉라는 곡으로 일반 대중들에게 ‘재즈’를 이해하게 하자는 마음 하나로 출연을 결심했죠. 반응이 꽤 괜찮았어요. 재즈를 알리는 데 공을 세웠다고 사람들이 인정해주신 덕분에 대중문화예술 국무총리상까지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재즈가 갖고 있는 의미는 ‘자유, 평화, 소통, 화합’이에요. 재즈에는 ‘No’가 없어요. 시대가 혼란스럽고 불협화음일수록 재즈를 하면 더욱 좋아요. 세대를 막론하고 아이와 노인이 함께 자유롭게 재즈를 연주하며 소통하고 서로 존중하고 화합할 수 있습니다. 클래식에서 불협화음이라는 음악이론적 공식도 재즈에서는 오히려 불협화음을 매력이자 장점으로 모두 수용하죠.
어렸을 때부터 재즈를 접하면 정서적으로도, 창의력 향상 측면에서도 매우 유익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What A Wonderful World〉 곡을 부른 루이 암스트롱Louis Armstrong은 소년원 출신이에요. 그곳에서 트럼펫을 처음 배웠다고 해요. 방황하는 청소년들이나 사회 관념상 어긋난 친구들도 재즈로 치유될 수 있고, 삶을 긍정적으로 살 수 있도록 재즈가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브라스 밴드brass band에서 트럼펫도 배우고 북도 치고 했어요. 지금은 브라스 밴드가 학교에서 많이 사라진 점이 너무 아쉬워요. 브라스 밴드가 교육기관에 다시 많아져서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악기를 연주하며 음악과 가까워지고 재즈의 정신을 배우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뮤지션으로서 웅산의 음악세계
I’m Not a Butterfly
〈서울재즈페스타〉는 많은 분들이 함께 했지만, 웅산 뮤지션님과 주요한 몇 명이 재즈의 발전을 위해 사명감으로 일한 결과가 ‘서울시 유망축제’에 선정되어 서울시 축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등 재즈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제16회 서울재즈페스티벌도 5월 31일부터 6월 2일까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리고 3회째를 맞이하는 ‘피크페스티벌 2024’도 6월 1-2일 서울 마포구 난지한강공원 일대에서 열립니다. 바야흐로 재즈의 달입니다. 뮤지션님께 재즈란 무엇입니까? 음악 철학도 궁금합니다.
인디언 말로, 친구는 내 짐을 대신 짊어지고 가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죠. ‘재즈’는 저의 가장 좋은 친구예요. 재즈라는 음악을 굳이 친구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재즈라는 음악 자체가 정체되어 있는 음악이 아니라 계속해서 무궁무진하게 발전하는 음악인데, 뮤지션인 나를 게으르지 않게 스스로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이끌어 줘요. 제가 70이 되었을 때에도 재즈라는 친구는 그때까지 제 옆에서 여전히 아주 오랫동안 함께할 수 있는 동반자가 되어줄 것 같아요.
저는 자연스러운 음악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에요. 사실 예전에 록음악을 했을 때는 내 가슴속에 너무 뜨거운 불덩어리가 있어서 그걸 다 토해내고 싶어 밤새도록 노래만 불렀던 기억이 나요. 거칠게 록을 부르던 제가 재즈 가수 빌리 홀리데이Billie Holiday의 음악을 듣고 한순간 재즈에 빠져 조용히 재즈를 부르고 있을 때 친구들이 멋있겠다며 공연장에 찾아왔어요. 그런데 모두가 실망을 했어요. 친구들 눈에는 로커였던 김은영(본명)이 너무나도 터프한 걸크러쉬로 멋졌는데 재즈하는 모습은 멋지지도 않고, 왜 재즈를 하고 있는지도 이해가 안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저는 재즈에서 제일 중요한 리듬인 ‘스윙’을 잘 모르고, 자연스럽지 않게 앵무새처럼 따라만 부르던 죽어있는 재즈를 했던 거예요. 부족한 제 음악을 들은 친구는 이미 실망을 했지만,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 많은 공부를 하며 힘을 많이 빼고 재즈를 하게 되었을 때, 음악은 자연스러워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음악이 자연스럽게 되려면 사실 굉장히 많이 노력해야 하잖아요.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뮤지션님의 작사·작곡 〈Yesterday〉를 무한반복으로 듣다보니, 이제 비틀즈의 〈Yesterday〉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입니다. 작사가·작곡가로서의 웅산은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뮤지션으로서 태어나서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어서 다양한 장르를 공부하고 경험해보려고 해요. 생활 속에서는 많은 부분을 인내하고 절제를 하며 음악적인 만족을 극대화하기 위해 에너지를 비축하고 음악에 전념하고 집중합니다. 잘난 척도 그 무엇도 아닌데요, 공부랑 연습을 정말 많이 해요. 악기 연주도 좋아해서 어릴 때 배웠던 트럼펫도 다시 시작하려고 준비해 놓았어요. 명상음악할 때 주로 쓰이는 타악기 핸드팬 텅드럼이랑 소리꾼 이봉근 씨에게 선물 받은 소리북도 집에 있는데, 연습해서 재즈 음악에 잘 활용하고 싶어요. 건강도 중요하기 때문에 등산을 하며 음악을 들어요. 어떤 때는 공연 스케줄 외에는 1년에 사람 만나는 약속을 말도 안 되게 한두 번이 전부인 적도 있었어요.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는 없잖아요. 어렸을 때처럼 사람들 만나고 놀러 다녔으면 지금의 웅산은 없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연초 1월부터 4월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새로운 음악을 작사·작곡하고 녹음하며 음악에 전념하는 기간으로 지냈어요. 그런데 협회 회장을 맡고 나서는 외부 활동이 많아져서 사람들도 더 많이 만나야 하고, 행정적인 부분도 신경쓰며 머리를 전략적으로 써야 할 때가 많아졌어요. 그럴 때는 신기하게도 작사·작곡이 잘 안 돼요. 음악을 깊게 공부하고 싶어서 박사 공부를 할 때도 그랬어요. 소논문 쓸 때는 그렇게 창작이 안 되더라고요. 논문 쓰기를 접고 나니 신기하게도 바로 곡이 써졌어요. 그 곡이 〈I’m Not a Butterfly〉예요.
국악을 좋아하는 재즈뮤지션
‘나는 나처럼’, ‘나는 나답게’
매우 공감합니다. 저도 연구를 하며 글을 쓸 때는 즉흥음악인 ‘시나위’ 국악 연주가 자연스럽게 안 나오더라고요. 뮤지션님은 국악도 직접 명창, 명인을 찾아다니며 공부하셨고, 국악오케스트라나 국악앙상블, 국악인들과 함께 공연을 종종 하시는데요, 〈춘향가〉의 눈대목 중 하나를 국악가요화한 〈쑥대머리〉를 부르실 때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기존 〈쑥대머리〉의 노래는 국악기 해금이 주 반주인데, 좀 더 파워풀하고 저음인 아쟁을 반주악기로 편곡하셨던 부분이 예상외로 너무나 잘 어울려서 그 이후로 뮤지션님의 음악적 소화력에 더 빠졌습니다.
저는 27년 전 무대에서 국악을 사물놀이 김덕수 명인 선생님, 안숙선 명창 선생님과 같이 협업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어요. 그때는 감히 제가 국악을 해보겠다는 생각은 아예 못했죠. 그런데 7-8년 전 걷다가 국악의 구음을 우연히 들었는데, 판소리의 ‘꺾는 음’이 참 좋았어요.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어요. 유튜브에서 민요를 가르치신 분이 부른 ‘나나니’의 ‘나 나나니이 나나 나이나이~’의 구음이 멋져서 몇 날 며칠을 보면서 따라 부르고 연습했어요. 안숙선 명창님과 故 김소희 명창님의 판소리를 계속해서 듣고, 춘향가의 〈사랑가〉를 배웠죠. 국악이 재미있어서 몇 년을 아침에 판소리하면서 일어나고, 자기 전에도 판소리로 목을 풀고 잤어요. 국악에 중독되어보니 왜 안숙선 선생님께서 “웅산 씨는 판소리를 배워보라”라고 하셨는지도 이해되더라고요. 저는 직접 해보고 궁금한 것이 있으면 직접 고수를 찾아가서 포인트 레슨을 받고, 그 분야를 깊게 파고 들어가는 면이 있습니다. 소리 하시는 분들에 비하면 저는 창피할 정도의 수준으로, 소리꾼처럼 소리를 잘 하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판소리 하는 방법을 배우고, 국악의 음계 등 음악적 이론을 공부해서 내 음악에 ‘나는 나처럼, 나는 나답게’ 음악을 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활용해요.
특히 해외 공연에서 국악을 재즈에 녹여냈을 때의 반응은 굉장히 좋았어요. 해가 갈수록 배우고 싶은 판소리 눈대목이 많아지고 있어요. 요즘 젊은 국악인들이 매우 진취적으로 활동하는 공연 영상도 다 찾아봤어요. 국악은 재즈와 교집합이 많아서인지 공부하면 할수록 국악을 사랑하게 되었고, 국악인들을 보면 괜히 기분이 좋아요.
국악인으로서 그 말씀이 참 좋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뮤지션님이 즉흥성이 강한 재즈를 공연장에서 기악 연주자들과 자연스럽게 공연하며 그들을 정말 행복하게 소개하는 장면을 인상 깊게 봤습니다. 함께하는 뮤지션들과는 어떠한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지요.
예전 어느 외국 재즈가수의 공연장에서 연주자들이 무대 저만치 뒤 어두운 조명에서 희미한 모습으로 연주하는 모습을 봤어요. 재즈는 어느 한 사람이 주인공이라기보다 서로 상호존중하며 화합하고, 자유롭게 표현하며 소통하는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재즈는 나이가 적든 많든 서로의 음악이 더욱 멋지게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이끌며 연주를 해요. 이러한 재즈의 참 의미를 살려 함께하는 연주자들을 배려하며 존중하고 존경하는 마음으로 공연을 합니다. 함께하는 연주자들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입니다.
가슴에 태극기를 품고 세계를 향해 도약
2018년 9월 9일 신곡 〈I’m Alright〉를 듣고 싶어서 Minami Aoyama, Body & Soul에 간 열광적인 일본인 친구가 있습니다. 그 친구가 매번 서울 공연도 빠짐없이 가는 덕에 저도 콘서트에 항상 동석했습니다. 공연장에서 만난 해외 팬들과 영어, 일본어, 중국어로 유창하게 대화 나누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웃음) 뮤지션님은 국내는 물론 일본에서도 세계가 인정하는 상들을 여러 번 받으셨는데요, 해외에서도 열광 팬 네트워크가 존재하는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사실 외국어는 세상에 나와서 저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보여주는 데에 가장 필요한 요소이고 스스로 해결을 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변에서 ‘너는 음악을 하니까 귀가 밝아 언어에 소질이 있나 보다’ 하시는데 계속해서 공부를 하지 않으면 저도 자꾸 잊어버려요. 생활의 반을 끊임없이 외국어로 혼자 중얼거리며 공부해요.
해외 공연을 갈 때에는 어떤 큰 결과를 기대하고 가는 것이 아닌, 국위 선양하는 마음으로 가슴 한편에 태극기를 품고 한국의 재즈를 보여주기 위해 갑니다. 처음부터 외국에서 돈을 벌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해서는 아예 되지도 않았을 테고, 음악적으로 더 많은 경험을 하고자 욕심 없이 꾸준히 갔어요. 그렇게 욕심 없이 뚝심을 가지고 ‘그냥 나는 나의 길을 가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꾸준히 가다 보니 좋은 분들을 계속 만나게 되고, 많은 팬들이 저의 음악만이 아닌 진정성을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이제는 한류로 한국 재즈에 대한 관심도 매우 높아진 것을 아시아뿐 아니라, 유럽 현장에서 굉장히 체감하고 있습니다. 하반기에는 뉴욕과 중국의 공연, 그리고 최근 협업한 프랑스 유명 재즈스쿨 CIM 교수들과 함께 유럽 투어에 들어갈 계획이에요.
2011년 UNESCO에서 ‘세계 재즈의 날’을 제정했지만, 국내에서 재즈는 아직 대중적이기보다는 마니아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성 창극 ‘살로메’와 패션쇼가 함께하는 곳을 참가하셨다고 인스타그램에서 봤습니다. 창극처럼 재즈극이나 다른 장르와의 융복합 컬래버레이션 할 생각도 갖고 계신지요.
뮤지컬 〈하드락 카페〉의 ‘엘리자베스 킴’으로 공연한 적이 있어요. 이제 저도 빌리 홀리데이의 노래를 듣고 재즈를 한 지 30년이 지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종합 예술로 뮤지컬처럼 하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이자람 소리꾼과 서로 하고 싶은 것에 대해 이야기 나눈 적이 있어요. 그 친구도 혼자 모든 것을 다 하는 1인 판소리극을 이야기해서 서로 같은 생각에 즐거워했죠.
모든 음악을 품는 재즈처럼
제가 생각하는 재즈는 모든 장르를 품을 수 있는 엄마 같아요. 재즈 뮤지션으로서 음악적으로도 그렇지만, 독실한 불자로서 마음 수양한 부분이 다른 장르를 품을 때 영향을 끼치는지요. 더불어 선생님만의 마인드 컨트롤 방법도 궁금합니다.
산사음악회에서 용흥사의 주지스님이신 덕유 스님을 뵌 적이 있어요. 스님께서 제 공연을 보시고는 “웅산 씨는 전생에 스님이셨던 것 같아요, 음악과 이야기의 여유로움에서 많은 느낌이 전해져요.”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윤회를 믿는 입장에서 그런 해석이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데, 일단 저는 배타심이라는 게 없어요. 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요.
제가 1남 5녀 중 셋째 딸인데, 어렸을 때부터 욕심이 없었어요. 가령 소풍을 가면 여러 딸들이 엄마한테 옷이며 이것저것 사달라고 할 때 저는 단 한 번도 뭘 사달라고 졸라본 적이 없어요. 엄마가 친척 집에 데려갈 때 동생들을 챙기시면, 동생들이 예쁘니까 그런가 보다, 난 못생겨서 안 데리고 가나 보다 하면서 저는 이런 부분을 속상해 한 적도 없고, ‘그런가 보다’ 하고 그대로 받아들였어요. 어렸을 때는 부족함도 더 많은 나였겠지만, 살아온 그대로의 모습을 이야기하며 저의 모든 모습을 그냥 받아들여요. 그래서인지 마인드 컨트롤도 따로 하지 않아요. 저는 그냥 저이니까요.
불교가 생활화된 집안에서 불법佛法을 공부하며 자라서 그런가요? 배척하지 않고 모든 것을 포용하고 자비를 베푸는 것은 불교와 재즈의 공통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뮤지션님은 덕유 스님 말씀대로 전생에 스님이 맞는 것 같네요. 뮤지션님의 콘서트에 가면 노래나 들려주는 이야기들에 마음이 엄청 치유되거든요. 많은 관객의 마음들을 다 품어주시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너무나 감사한 말씀이죠. 저의 인생철학이나 정서는 재즈가 갖고 있는 음악적 특성과 참 잘 맞아요. 어떤 음악을 만나도 일단은 나의 해석으로 해보자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웅산 씨는 노래를 참 잘해요”라고 하시지만, 사실 저 깊은 내면의 나를 봤을 때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오는 어린 친구들만큼 안 될 때도 있어요.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음악은 ‘저 사람처럼 못하더라도 나는 내가 될 수 있어. 나답게 음악을 할 수 있어’라는 생각을 하며 배타심 없이 모든 음악을 품고 자신감을 가지고 내 것으로 만들죠. 제 곡 중 〈I’m Not a Butterfly〉에 저의 마음을 잘 표현했어요.
I'm not a butterfly. Who says I'm a butterfly.
Do you think I could turn into a butterfly?
If I flap my arms? do you think I could fly and sit on your shoulders?
Who says I'm a butterfly here? Do you see a butterfly right in front of you?
I am alive. I am awake. I'm not dreaming. I'm in the world, the real world.
there is another me. like there is another you. I'm not dreaming.
I'm gonna be free from you.
Now, do you believe what you are seeing?
- 웅산 작사·작곡 〈I’m Not a Butterfly〉
응무소주이생기심應無所住而生其心
좋은 에너지를 전해주는 웅산이고 싶어요
재즈를 공부하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으신 말이 있다면 무엇이신지요. 그리고 후배들에게 어떤 아티스트로 각인되었으면 하는지 궁금합니다.
‘생각하는 데만 시간을 보내지 말고, 행동하는 데 시간을 쓰자’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나의 깊은 내면의 말을 듣고, 우울함이나 슬픈 감정, 미워하는 괴로운 감정은 떨쳐버리고, 웃으며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일단 행동하라고. 저도 울고 싶을 때가 있죠. 그럴 때는 한번 크게 눈물을 쏟아내요. 이 응어리를 계속 가지고 있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으니까요, 그 슬픔의 감정을 비워내고 내 일에 집중하며, 되도록 빨리 긍정의 에너지를 되찾으려고 노력해요. 안 좋은 것에 시간을 쓰는 것이 너무 아까워요.
제가 공연장에서는 진지하게 음악을 하고 때로는 강하고 화려하지만, 유튜브에서는 ‘웅이언니’라는 부캐로 제 일상을 공유하며 소통하고 있어요. 좋은 에너지를 주고 싶어서이죠. 후배들이 힘들고 아파하는 시간을 줄이고 긍정적으로 살아갔으면 해요.
제가 좋아하는 말이 있어요. ‘응무소주이생기심應無所住而生其心’.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이 가는 대로 행하라.’라는 뜻인데요. 무언가 떠오르면 바로 연습을 하거나 움직여서 바로 행동으로 옮겨야지 생각만 하고 있지 말라고. 내가 어렸을 때 절로 들어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절로 향했고, 노래가 하고 싶은 나의 마음을 읽고 그 길을 따라 지금까지 왔듯이요. 일본을 갔던 것도 친척이 있거나 나를 케어해 줄 사람이 있어서 간 게 아니라 일단 간 거예요. 결론적으로는 내 자신을 음악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었어요.
‘미지의 세계에 대해 계속 호기심을 가져라’,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에 대해서 도전을 겁내지 마라’라는 말도 해주고 싶어요. 저도 국악이란 음악은 절대 제가 할 수 없는 음악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판소리를 공부하고 있는 것처럼 계속 궁금해하고 탐구하다 보면 어느 날 그 해답을 찾게 돼요. 그러다 보면 어느 날 스스로 시도하고 있는 나를 보게 되고요.
후배들이 저에게 ‘선생님이 있어서 좋아요’라고 말해 줄 때, 부담이 되면서도 기분이 좋아요. 제 MBTI가 ENFJ에 가까운 ENTJ예요. 그래서 감성이 풍부하면서도 계획을 세워 추진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해요. 우리 후배들에게는 힘들 때 웅산을 떠올리면 든든하고, 힘이 나는 더 멋진 스승, 더 멋진 언니, 누나가 되고 싶어요. 제가 지금 맡고 있는 모든 일들은 재즈 뮤지션 후배들이 멋진 날개를 펼쳐나갈 수 있는 환경이 되는 데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중국, 뉴욕, 유럽 공연까지
K-JAZZ가 세계로 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
뮤지션님의 앞으로의 계획이나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자유롭게 해주십시오.
앞으로의 계획이라면 6월 한 달 동안은 뉴욕 공연이 있어요. 9월에는 중국 투어가 있고, 10월 31일에는 세종문화회관에서 단독 콘서트가 있어요. 콘서트가 끝나고 유럽 투어를 계획하고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나는 정말 멋진 사람이니까, 남들이 모르는 더 멋진 내가 내 안에 있어’라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본인이 가지고 있는 멋진 모습을 알아차리고 두려움 없이 행동하셨으면 좋겠어요.
세계적인 한류 열풍으로 현재 한국 문화에 대한 세계의 관심과 위상이 매우 높아졌다고 생각해요. 저는 제가 맡은 자리에서 재즈의 참된 의미를 대중들에게 알리고, K-JAZZ가 세계로 도약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김희영 중앙대학교 음악대학 한국음악학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전문사 졸업. 고려대학교대학원 문화콘텐츠학 박사과정. 사회적협동조합 놀터 이사장, 한음윈드오케스트라 대표, 명지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객원교수, 금천문화재단 이사.
* 《쿨투라》 2024년 6월호(통권 120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