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메스티아영화제 집행위원장 하투나 훈다제] “저희 영화제의 성공은 산악 테마라는 확실한 색깔 덕분입니다”
[인터뷰 - 메스티아영화제 집행위원장 하투나 훈다제] “저희 영화제의 성공은 산악 테마라는 확실한 색깔 덕분입니다”
  • 설재원 에디터
  • 승인 2024.07.31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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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여름 장엄한 코카서스 산맥을 품은 조지아 스바네티 지역에서는 ‘산악’ 테마를 중심으로 하는 메스티아국제단편·산악영화제Mestia International Short & Mountain Film Festival(이하 메스티아영화제)가 열린다. 코카서스 지역 최초의 산악영화제인 메스티아영화제는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출범한 신생 영화제로, 산악 테마라는 특색을 내세우며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메스티아영화제는 올해 산악계의 전설 라인홀트 메스너Reinhold Messner를 주빈Guest of Honor으로 초청하며 명실상부 코카서스 지역을 대표하는 산악영화제임을 전 세계에 확실히 알렸다. 메스티아영화제의 집행위원장 하투나 훈다제Khatuna Khundadze를 만나 4년째를 맞은 소회와 메스티아 영화제에 대해 들어보았다.

 

안녕하세요. 메스티아에서 다시 만나 반갑습니다. 제가 메스티아를 찾는 것도 벌써 3년째인데요, 메스티아영화제와 위원장님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메스티아영화제의 집행위원장 하투나 훈다제입니다. 저는 원래 의대를 졸업한 소아과 의사인데, 학교를 졸업한 뒤에 예술 공부를 하고 싶어 독일 슈투트가르트주립예술아카데미Stuttgart State Academy of Arts에서 도자기와 조각을 다시 전공했어요. 그 다음엔 루드비히스부르크 문화경영연구소Institute of Cultural Management in Ludwigsburg로 가서 공부를 계속했고, 슈투트가르트에서 프리랜서 작전시 큐레이터와 이벤트 매니저로 활동하면서 갤러리를 운영했습니다.

그러다 공부를 더 하고 싶어서 2012년에는 트빌리시에 있는 쇼타루스타벨리연극영화학교에서 영화 및 텔레비전 연출을 다시 공부했어요. 그해 말에 조지아 문화 및 기념물 보호부Culture and Monument Protection of Georgia 차관으로 임명되었는데, 여기서 저는 주로 조지아 문화와 관련된 국제 교류와 홍보를 담당했습니다. 그리고 조지아 필름의 이사와 조지아 영화 개발 기금 이사회 의장 등을 맡았고, 2020년부터는 메스티아영화제를 창립해 2021년 1회 영화제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메스티아영화제는 메스티아문화예술센터장이자 영화제의 부집행위원장인 게기 팔리아니와 아름다운 메스티아에서 산을 주제로 한 영화제를 열자는 대화를 나누면서 시작됐습니다. 메스티아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러 산악인들을 배출했는데, 저는 특히 미하일 헤르기아니Mikhail Khergiani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산을 주제로 프로그램을 만들고, 그의 이름을 딴 상을 수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렇게 메스티아영화제는 팬데믹 이후 조지아에서 공공행사가 허용된 첫날인 2021년 9월 15일 개막했습니다. 이날이 메스티아뿐만 아니라 스바네티 지역에서 처음으로 레드카펫이 펼쳐진 날이고, 저희는 모든 규정을 고려하여 180명 수용 규모의 극장을 관객으로 가득 채웠습니다. 첫해를 아주 성공적으로 보냈고, 저희는 관객이 한 번에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이 나와 이듬해부터 섹션을 산악영화와 단편영화로 양분하였습니다. 이 실험은 성공적이었고, 해를 거듭하며 두 섹션 모두 관객을 확보하는 데 성공해 지금까지 잘 운영하고 있습니다.

 

메스티아 영화제는 팬데믹 기간에 시작되어 벌써 4년째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의 모든 영화제가 어려움을 겪는 요즘 같은 시기에 메스티아영화제는 해를 거듭하며 발전하고 있다는 게 아주 인상적입니다. 메스티아영화제만의 성공 전략이 있을까요?

저희 영화제가 잘 운영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보다도 산악 테마라는 확실한 색깔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코카서스 산맥을 끼고 있는 조지아는 훌륭한 산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 그동안 코카서스 지역에는 산을 주제로 한 영화제가 없었어요. 그래서 저희끼리는 코카서스에 산악영화제를 처음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선구자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편영화 섹션의 경우 가볍게 영화를 즐기고 싶은 관객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합니다. 영화제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섹션이죠. 단편영화 섹션은 지역민들에게 특히 반응이 좋아요. 일을 마치고 퇴근하면서 들러 편하게 영화를 몇 편 보다 가는 거죠.

그리고 영화제에 유명인들을 초청하는 부분도 중요합니다. 저희 영화제에는 일반 관객과 영화계에 종사하는 ‘프로’ 관객이 모두 있어요. 그래서 이들 모두가 흥미를 가지고 좋아할 만한 게스트를 부르기 위해 신경 쓰고 있습니다. 영화제가 아니면 유명한 사람을 길거리에서 만나거나 대화할 기회가 별로 없잖아요? 저희는 그런 부분도 하나의 즐거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게스트를 초청합니다. 그렇게 한 덕분에 점차 좋은 반응이 쌓여가면서 사람들이 영화제를 찾아주는 것 같습니다.

 

왼쪽부터 하투나 훈다제, 라인홀트 메스너, 디애나 메스너

올해 가장 눈에 띄는 건 개막작 〈Nanga Parbat: Mein Schlüsselberg〉의 감독으로서 영화제를 찾은 ‘전설’ 라인홀트 메스너입니다. 재작년에도 개막작 〈노 맨스 랜드〉의 감독으로서 영화제를 찾을 기회가 있었는데, 아쉽게도 그땐 메스너가 메스티아에 오지 못했어요. 이번에 메스너를 초청하는 과정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저희는 매년 메스너를 부르고 싶었어요. 4년 전 첫해부터 지금까지 끈질기게 연락을 했고 덕분에 조금씩 신뢰 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2회째인 2022년에는 그의 작품 〈노 맨스 랜드〉를 개막작으로 가져올 수 있었고, 다시 또 2년이 지난 올해에는 그의 삶을 다룬 〈Nanga Parbat: Mein Schlüsselberg〉와 함께 그를 영화제로 초청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열심히 메스너에게 구애를 한 끝에 4년 만에 그를 모셔올 수 있었습니다. 메스너가 “내 나이가 80인데 더 늦기 전에 메스티아에 오겠다”고 했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하는 라인홀트 메스너와 아내 디애나 메스너

한 가지 재미난 이야기를 하면, 메스너의 러브스토리 한편에는 조지아가 있어요. 8년 정도 전에 메스너박물관 한편에 조지아 코너를 만들면서 조지아 와인과 음식, 전통 복장 등을 잔뜩 가져가 기념 행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메스너의 아내인 디애나도 행사장에 있었는데, 조지아 와인과 음악에 잔뜩 흥이 오른 메스너가 디애나에게 번호를 물어봤어요. 그렇게 두 사람의 이야기가 시작됐고, 디애나도 조지아에 대해 더 알고 싶어 했어요. 둘을 결혼까지 이끈 건 조지아 와인과 음악이었으니까요. 그래서 디애나도 조지아에 꼭 다시 오고 싶어 했고 이번에 부부가 함께 영화제를 찾은 거죠.

 

스바네티 지역은 조지아 내에서도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는 곳이고, 사람들에게도 산악지역 특유의 배타적인 면이 남아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스바네티에서 지역 출신도 아닌 위원장님께서 영화제를 만들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저는 스바네티 지역 출신은 아니지만, 14살에 온 가족이 헬리콥터를 타고 이곳으로 여행 온 적이 있습니다. 그때 눈 앞에 펼쳐진 코카서스 산맥의 절경을 바라보며 말 그대로 황홀경에 빠졌어요. 그 기억은 지금까지 잊지 못하는 제 삶의 가장 강렬한 기억입니다. 그리고 또 제게 깊은 인상을 준 건 헤르기아니가 자란 생가를 개조하여 만든 헤르기아니 박물관입니다. 우리의 영웅이 저 작은 곳에서 훈련하며 스스로를 단련했다는 생각에 경이로웠습니다.

이러한 생각들이 모여 막연하게 언젠가는 스바네티를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품었습니다. 만약 14살 때 스바네티에 오지 않았더라면 메스티아영화제는 없었을 거예요. 이때 이후 거의 35년간 이곳을 다시 찾은 적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그 강렬했던 인상은 지금의 제가 메스티아영화제를 열도록 만들었고, 음악을 하는 제 여동생이 유럽과 조지아 스타일을 혼합한 음악으로 영화제의 분위기를 담당하게 했습니다. 그러니까 제 어머니께서 조지아의 구석구석을 다 다녀봐야 한다면서 14살의 저를 이곳에 데려왔던 게 35년 후 제가 메스티아영화제를 시작하고 열심히 운영하게 만든 출발점입니다.

 

7월에 열립니다. 영화제 시기를 옮긴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미하일 헤르기아니 생가를 방문한 라인홀트 메스너

이번에 영화제를 옮긴 이유는 메스너가 8월에는 참여하기 어려웠고, 7월에는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저희 영화제는 규모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시기 조정이 가능했고, 메스티아에서도 7월 말에 영화제를 열길 바랐습니다. 그래서 정부에 요청했고 올해 영화제는 7월 말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내년 영화제를 언제 열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예년과 올해를 비교해봐야 할 것 같은데 지금으로서는 7월도 괜찮은 것처럼 보여요. 8월은 피크 시즌이라 모든 게 너무 비싼데 7월은 그보다는 낫기도 하구요.

저희는 작은 영화제다 보니 영화제 날짜를 정할 때 다른 영화제도 고려합니다. 예레반국제영화제가 끝나고 일주일 뒤에 저희 영화제를 시작해 예레반에 간 게스트들이 메스티아로도 오게 하는 거죠. 영화제를 8월에 열 때는 폐막 시기를 베니스영화제가 개막과 가깝게 붙였고요.

헤르기아니박물관을 찾은 라인홀트 메스너

 

저희 영화제가 잘 운영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보다도 산악 테마라는 확실한 색깔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코카서스 산맥을 끼고 있는 조지아는 훌륭한 산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 그동안 코카서스 지역에 산을 주제로 한 영화제가 없었어요. 그래서 저희끼리는 코카서스에 산악영화제를 처음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선구자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코카서스 지역 최초의 산악영화제인 메스티아영화제는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출범한 신생 영화제로, 산악 테마라는 특색을 내세우며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메스티아영화제는 올해 산악계의 전설 라인홀트 메스너Reinhold Messner를 주빈Guest of Honor으로 초청하며 명실상부 코카서스 지역을 대표하는 산악영화제임을 전 세계에 확실히 알렸다.

 

스스로 생각하는 그동안의 영화제의 성과와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결국 영화제의 성과는 관객과 미디어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느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그래서 이 부분을 가장 신경 쓰고 있고, 좋은 평가를 받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영화제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를 이야기하면, 이제 이곳에 거주하는 지역 주민들이 영화제 기간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는 겁니다. 극장을 가득 채우는 게 쉽지 않은데, 저희는 이미 극장을 채워줄 관객을 확보한 거죠. 그리고 저희 영화제에는 지역민뿐만 아니라 관광객도 많이 찾아요. 저희가 이들에게 투어가 끝난 저녁 시간을 채워줄 문화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셈이죠.

그리고 이건 처음 얘기하는 건데, 지금 큰 회사와 함께 메스티아영화제의 겨울 버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메스티아의 겨울은 스키나 여러 액티비티 등 여름과는 또 다른 즐길 거리가 많습니다. 그래서 영화제를 여름과 겨울 두 파트로 나눠서 진행하는 것도 아주 재밌을 것 같아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메스티아는 조지아의 인기 관광지이기도 한데, 관광객을 영화제로 이끌 전략으로 준비하는 게 있는지 궁금합니다. 요즘 한국에서도 조지아가 아주 인기 있는 여행지라 메스티아에도 꽤 많은 한국인이 찾고 있습니다. 저도 메스티아에서 한국 관광객 그룹을 몇 봤는데, 어떤 분들은 제게 티켓 공짜냐고 물어보더니 극장에 들어와 영화 한두 편 보고 가기도 했습니다. (웃음)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저희의 전략은 영화제를 하나의 만남의 장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영화제에 오면 유명인들을 만날 수 있고, 또 마스터클래스도 무료로 들을 수 있는 거죠. 예를 들어 〈아멜리에〉와 〈유로파〉 등의 편집 감독인 에르베 쉬니드의 마스터클래스를 직접 신청해서 들으려고 하면 참가비가 꽤 비싸요. 하지만 저희는 2년 전 영화제를 찾는 누구나 쉬니드의 마스터클래스를 들을 수 있도록 무료로 제공했습니다. 올해 메스너의 마스터클래스도 마찬가지예요. 개인이 신청해서 참가하기 어려운 메스너의 마스터클래스를 저희 영화제에서는 무료로 모두에게 제공하는 거죠.

좋은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걸 잘 포장해서 관객에게 내놓는 것도 중요하잖아요? 저희는 저희가 준비한 프로그램을 보러 일부러 시간을 내 영화제를 찾는 분들께 무료로 영화와 마스터클래스를 제공함으로써 조금 더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려고 하는 거죠.

 

《쿨투라》의 8월 테마는 디저트입니다. 좋아하는 디저트가 있는지, 그리고 조지아만의 독특한 디저트가 있다면 소개해 주실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고지나키

제가 제일 좋아하는 디저트는 고지나키gozinaki입니다. 잘게 썬 호두와 꿀을 섞어 만든 조지아 디저트인데 크리스마스에 주로 먹는 디저트예요. 맛도 아주 좋고 건강에도 좋아요. 그리고 추르츠헬라churchkhela도 좋아합니다. 추르츠헬라는 조지아의 대표적인 간식인데, 디저트로 먹어도 좋고 와인 안주로도 아주 훌륭해요.

추르츠헬라


긴 시간 인터뷰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저희 영화제는 작은 영화제이지만, 제 꿈은 메스티아를 넘어 더 큰 영화제를 만드는 겁니다. 장편영화를 다루는 또 다른 영화제를 만들 생각도 하고 있어요. 그 영화제는 메스티아영화제와 자매 영화제가 되는 거죠. 그리고 제가 생각하기에 메스티아영화제는 뭐랄까 남성적인 면이 꽤 있는데, 새로 만드는 영화제는 반대로 여성적인 느낌이 나는 그런 영화제로 만들고 싶습니다.

 

 


 

* 《쿨투라》 2024년 8월호(통권 122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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