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말이 있다. 경기는 불안정하고, 취업은 여전히 힘들다. 그러나 회색빛 사회에 저마다의 무기를 가지고 기꺼이 덤비는 청년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평범해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세상에 특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청년들이 내뿜는 열정의 향기로 밋밋한 공간이 구석구석 채워질 때 비로소 세계는 변화하지 않을까.
경기도 구리시에 위치한 맞춤형 디저트 전문점, ‘ESCALIERS RUBAN’ 역시 심심한 골목을 즐거운 향기로 가득 채우고 있다. ‘ESCALIERS RUBAN’의 김솔 대표를 만나보겠다.

최근까지 축제와 플리마켓 참여로 분주한 나날을 보내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바쁘심에도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ESCALIERS RUBAN’ 창업 이후 이렇게 바빴던 적은 처음이라고 말씀해주셨는데요, 참여하신 축제와 플리마켓의 이름 및 주제가 궁금합니다.
제가 참여한 축제 및 플리마켓은 대부분 구리시 상권 활성화와 관련된 행사였습니다. 가장 먼저, 구리시 상권 활성화 재단에서 개최한 ‘2024 마신는 구리’ 축제에 참여했습니다. 해당 축제의 플리마켓 존에서 말차초코 마들렌, 하프물범 크림 모찌, 초코로쉐 구겔호프 등을 판매했습니다. 가게의 디저트를 구매하신 손님께 구리시의 마스코트 ‘와구리’ 모양의 직접 만든 쿠키를 제공하며 구리시 홍보에 도움을 드리기도 했습니다.
두 번째로 구리시의 대표적인 축제 중 하나인 ‘구리 유채꽃 축제’에 참여했습니다. ‘구리 유채꽃 축제’에서는 레몬 마들렌, 코코 캐슈넛, 라즈베리 샤브레 등을 판매하였습니다. 제품 판매 시 명함도 함께 드리며 가게를 알리는 일에 힘을 썼습니다.
세 번째로 코로나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 인창동의 구리 광장, 교문동의 장자호수공원, 갈매동의 복합청사 광장에서 열린 플리마켓에 참여했습니다. 플리마켓에서도 ‘ESCALIERS RUBAN’의 각종 디저트를 판매하며 가게를 홍보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갈매동에서 열린 플리마켓에서는 골목상권 남양시장협회장님의 제안으로 ‘러브꿀이 마을공동체’에 구리 골목상권 캐릭터 ‘꿀이’ 모양의 직접 만든 쿠키를 판매하기도 했습니다.

축제를 준비하며 어떤 점이 의미 있었고, 어떤 점이 어려웠나요? 축제 기간뿐만 아니라 평소 ‘ESCALIERS RUBAN’를 운영하며 유쾌했던 경험, 불쾌했던 경험 또한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축제 기간 의미 있었던 점은 ‘와구리’ 캐릭터를 쿠키로 만들어 내는 과정이었습니다. 구리시에 가게를 연 만큼 마스코트인 ‘와구리’를 쿠키로 만들어 ‘ESCALIERS RUBAN’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주변에 해당 캐릭터를 판매하는 가게가 없다는 사실을 재빨리 확인하였고, 제 생각을 실현하기 위해 시청에 ‘와구리’ 캐릭터를 상업적으로 사용해도 되는지 여쭈어보았습니다. 가능한 일일지, 불가능한 일일지 확신이 서지 않았지만, 길고 긴 협의 끝에 캐릭터 사용을 허락받았습니다. 허락을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시청에서 ‘와구리’ 쿠키를 홍보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시청에 판매해 달라는 요청을 해왔습니다. 가게 개점 이래로 공적인 기관에서의 판매 요청이 처음이었기에 의미 있던 경험이었습니다.
앞서 언급하였지만, 골목상권 남양시장협회장님의 제안으로 구리시 내에 존재하는 ‘러브꿀이 마을공동체’에 ‘꿀이’ 캐릭터 쿠키를 만들어 판매했던 과정도 의미 있었습니다. 구리시의 상권이 살아나길 바라며 ‘꿀이’ 캐릭터 쿠키를 제작했던 기억이 오래 남습니다.
힘들었던 점은 하나부터 열까지 손수 쿠키를 제작하는 과정이었습니다. 4월과 5월, ‘2024 마신는 구리’와 ‘구리 유채꽃 축제’ 담당자로부터 총 2,700개가량의 ‘와구리’ 쿠키 주문이 들어왔습니다. 그러나 반죽을 밀어주는 파이 롤러 기계가 구비되어 있지 않아 직접 반죽을 밀어내고 찍어내는 과정에 드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다량 주문은 처음이었기에 설레기도 했지만, 압박감도 컸습니다.
‘꿀이’ 캐릭터 쿠키를 제작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습니다. ‘꿀이’는 ‘와구리’와 다르게 복잡한 무늬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쿠키 반죽이 커터에 끼는 현상이 지속해서 발생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고자 다섯 번에 걸쳐 쿠키 틀을 완성하였습니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서야 반죽 들뜸 현상을 극복하고, 쿠키 반죽에 선명하게 무늬를 찍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ESCALIERS RUBAN’을 운영하면서 즐거웠던 경험은 전반적인 가게 운영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합니다. 힘들었던 경험은 손님과 소통 중 착오가 생겨 주문이 꼬였던 사건입니다. 작년 크리스마스, 처음 겪는 주문 몰림에 잠을 자지 못하고 공방에서 밤을 새웠던 일도 조금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위기에 대처하는 방법과 업무 숙련도를 높일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대표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보람과 역경을 동시에 딛으며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고 계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발자취는 ‘ESCALIERS RUBAN’이라는 가게 이름을 떠올리게 합니다. ‘ESCALIERS RUBAN’을 직역하면 ‘리본 계단’이라는 뜻입니다. 리본과 계단이 대표님께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 이것이 청년 창업자로서 걸어가고자 하는 길과 어떠한 연관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리본과 계단은 제가 구상했던 가게 콘셉트와 관련이 있습니다. 18세기 유럽 빈티지 감성을 사랑하는 만큼 그에 걸맞은 이름으로 가게를 부르고 싶었습니다. 리본과 계단은 제가 생각했던 감성과 딱 들어맞는 키워드였습니다. 나아가 계단이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가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말씀해주신 것처럼 한 계단, 한 계단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이러한 이름을 짓게 되었습니다. 청년 창업자로서 ‘ESCALIERS RUBAN’라는 이름을 상기하며 손님들께 고소하고 따듯한 마음, 좋은 재료와 퀄리티 그리고 귀여움을 아낌없이 드리고 싶습니다.
답변을 들으니, 리본과 계단이라는 단어의 조합이 굉장히 조화롭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득 세상에 하나뿐인 ‘리본 계단’ 즉, ‘ESCALIERS RUBAN’의 창업 이야기가 궁금해집니다. 가게를 차리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평생의 꿈이 제 가게에서 일할 수 있는 파티시에였습니다. 첫 직장이 서울시 광진구에 자리한 모 제과점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일하며 힘들었던 점은 짜인 틀 안에서 규칙대로 움직여야 했던 것이었습니다. 고정된 루틴 아래에서 일하는 것보다 자율적으로 아이디어를 짜고 레시피를 개발할 수 있는 가게를 원했습니다. 작년 12월, 새로운 도전을 하기로 마음먹었고 여건이 갖추어졌을 때 바로 실행하게 되었습니다.

이쯤 되면 ‘ESCALIERS RUBAN’의 주력 메뉴를 들어보지 않을 수 없네요. ‘ESCALIERS RUBAN’을 대표하는 디저트는 무엇인가요?
‘ESCALIERS RUBAN’은 맞춤형 디저트 가게로 명절, 행사, 파티 등에 어울리는 디저트들을 한데 묶어 판매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하나의 메뉴를 꼽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만, 명절 선물 패키지에 포함된 티그레와 레몬 마들렌이 무척 좋은 반응을 얻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티그레는 호랑이 무늬가 새겨진 구움 과자이며, 마들렌은 조개껍데기를 닮은 작은 케이크입니다. 둘 다 버터 풍미가 깊고 고소한 맛이 일품입니다.

설명만 들어도 군침이 도는데요, ‘ESCALIERS RUBAN’의 디저트는 어떠한 경로로 구매할 수 있을까요?
현재 운영 중인 인스타그램의 다이렉트 메세지를 통해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구매할 수 있다니 간편하고, 접근성도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청년 창업의 통로로 소셜 미디어가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습니다. 대표님께서는 제품 판매 외 소셜 미디어를 어떻게 활용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SNS 활용을 통해 어떠한 효과를 보셨는지 또한 궁금합니다.
인스타그램 계정에 제품 사진을 게시합니다. 또한, 릴스라는 짧은 동영상 제작 기능을 통해 디저트를 만드는 과정을 찍어 올립니다. 게시한 사진과 동영상을 통해 손님들께 신뢰 및 즐거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실제로 해당 게시물들을 보고 먼 지역에서까지 주문이 들어온 경험이 있습니다.
대표님의 경험을 들어보니 소셜 미디어의 영향력을 다시금 체감하게 됩니다. 업계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는 소셜 미디어처럼 대표님께서는 제과제빵 분야 및 주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싶으신가요?
회색빛 사회를 견디고 있는 사람들에게 핑크빛 달콤함을 선물해드리고 싶습니다. 좋은 재료를 사용하고, 귀여운 디자인을 고안하여 사람들에게 잠깐일지언정 달콤한 행복을 제공할 것입니다. 합리적인 가격 및 소셜 미디어 홍보를 통해 접근성을 더욱 높일 것입니다.
‘ESCALIERS RUBAN’이 업계 및 주변에 말씀하신 영향을 미칠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끝으로 한 가지 더 여쭈어봅니다. 대표님께서는 ‘리본 계단’ 정상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길 바라시나요? 대표님의 최종 목표가 궁금합니다.
저는 ‘리본 계단’의 끝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말처럼 끝없이 계단을 오르며 성장하고 싶습니다. 다만, 저의 최종 목표는 바다 앞에 대형 디저트 카페를 여는 것입니다. 제가 바다를 사랑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만약 제가 바다 앞에 카페를 낸다면 ‘리본 계단’에 이어 바다가 한눈에 담기는 ‘하늘 계단’ 또한 만들어 보고자 하는 꿈이 있습니다.
긴 시간 동안 인터뷰 응해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자신만의 아이템으로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생각만 하지 말고 곧장 실행하라고 이야기 해주고 싶습니다. 저 역시 완벽하지 못하면 그다음을 이어가지 못하는 성격이었습니다. 자비 없는 사회를 맞닥뜨릴 두려움에 창업을 미루던 중 문득,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삶이 변화하길 원한다면, 그것이 정말 간절하다면, 당장 일어나 무엇이든 시도하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주저했던 시기는 미래의 내가 보기에 분명 아까운 시간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인생의 한순간도 헛되이 놓치지 않고, 하루하루를 양분 삼아 끝없이 성장하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것이 제 인생의 신조입니다. 감사합니다.
누구나 처음은 쉽지 않다. 만약,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다면 김솔 대표의 인터뷰를 떠올려보자.
‘쉽지 않다’보다 ‘누구나’에 초점을 맞춘다면 위안이 되지 않을까.
김솔 대표가 ‘ESCALIERS RUBAN’의 컨셉을 구상하고 가게를 여는 과정,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계약을 성사하는 과정, 맞춤형 디저트를 제작하고 판매하는 과정을 살펴보며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그녀의 자부심을 엿볼 수 있었다. 김솔 대표가 두려움을 이겨내고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갈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은 가게에 대한 사랑이었을 테다.
정말로 사랑하는 일이 있다면 망설일 시간에 도전해보기를 추천한다. 주어진 하루하루를 후회 없이 보낸다면 당신이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의 수는 점점 늘어날 것이다.
* 《쿨투라》 2024년 8월호(통권 122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