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강유정 의원] “문화예술은 삶의 보충재 혹은 사치재가 아니라 필연적 산물이자 요구이고 매개입니다”: 제22대 국회의원 강유정
[인터뷰 - 강유정 의원] “문화예술은 삶의 보충재 혹은 사치재가 아니라 필연적 산물이자 요구이고 매개입니다”: 제22대 국회의원 강유정
  • 설재원 편집장
  • 승인 2024.09.02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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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어 설재원 본지 편집장 사진 김태웅 기자
2024년 8월 7일 국회 의원회관 강유정 의원실

 

대한민국 영화·문학평론가 출신 1호 정치인 강유정 의원을 지난 2024년 8월 7일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대학 연구실을 연상케 하는 책으로 가득 둘러싸인 강유정 의원실은, 고급지고, 똑부러지고, 품위 있는 일명 ‘고똑품 의원’이라는 별명의 이유를 단번에 설명해 주었다.

‘신춘문예 3관왕’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문화예술계에 등장한 강유정 의원은 현장과 학계에서 두루 경험을 쌓은 전문가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직을 맡아 바쁜 나날을 보내는 와중에도 강유정 의원은 문화예술계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언급하며 문화예술 현장을 위한 실질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원내대변인으로 선임된 지 네 달째를 맞은 강유정 의원을 만나 원내에서 바라보는 문화예술 분야, 그리고 이를 관통하는 깊이 있는 분석과 통찰을 들어보았다.

 

강유정 의원 영화평론가, 문학평론가 출신 정치인으로 제22대 국회의원이다. 서울특별시 출신으로 고려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이후 석사 과정을 거쳐 국어국문학 박사 과정을 거쳤다. 고려대학교 강사 시절에 동아일보의 영화 평론 부문, 조선일보와 경향신문의 문학 평론 부문에서 입상하여 2005년 신춘문예 3관왕이다. 2024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 문화, 예술계 후보로 비례 9번을 받았다. 선거 기간 더불어민주연합의 대변인으로 활동했다. 개표결과 더불어민주연합이 14번까지 당선되면서 국회의원이 되었다. 국회의원 당선 이후인 2024년 5월 6일, 노종면, 윤종군 의원과 함께 박찬대 원내대표단의 원내대변인에 선임되었다.

 

영화·문학평론가 출신 1호 예술 청치인 강유정

강유정 의원실 제공
강유정 의원실 제공

안녕하세요. 영화·문학평론가 강유정에서 국회의원 강유정으로 의정 활동을 한 지 오늘이 70일째입니다. 원내대변인으로서 활동하신 건 벌써 네 달이나 지났는데, 대한민국 영화·문학평론가 출신 1호 정치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동안 문인, 예술가들이 간혹 의정 활동을 하기도 했지만, 본격 현장 문화예술평론 활동을 하는 문화예술전문가 정치인은 처음이 아닐는지요? 그러다 보니 요즘 의원님의 한 마디 한 마디에 대한민국의 많은 국민들이 귀를 쫑긋거리게 됩니다. 국회의원 강유정의 삶은 어떠신지요?

원내대변인의 일주일이라는 게, 월화수목금금금입니다. 주말 당번을 네 달 째 하다 보니 수사학이 아니라 진짜 삶이 그렇습니다. 아침 5시 반에 기상해서 퇴근하면 밤 12시 정도인 삶의 연속입니다. 대학교수가 워낙 시간을 주관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직업이다 보니 저 나름의 일상 일정이 있었는데, 새롭게 재조율된 악기와 같게 느껴집니다. 스스로 워낙 새로운 일들에 대한 탐구심이 있는 편인데 이민자가 되어 낯선 언어, 통화, 시장, 환경 등을 접하는 기분입니다. 하지만 배워가고 적응해가는 과정에서 살아 있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나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들의 매개가 되어 정치라는 행위로 풀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고단하지만 뿌듯하기도 합니다.

 

다양한 문화예술 법안 발의와 의정활동

정말 바쁜 나날 속에서도 왕성한 의정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의원님께서는 개원 2개월을 조금 넘긴 지금, 이미 여러 법안을 발의하셨는데요, 애니메이션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콘텐츠산업 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 공연법 일부개정법률안,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 이스포츠(전자스포츠)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의 보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문화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의 보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통계법 일부개정법률안, 국가인권위원회법 일부개정법률, 도서관법 일부개정법률안, 콘텐츠산업 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 형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대표 발의 법안만 해도 전 문화예술계를 총망라합니다. 그만큼 그동안 문화예술에 대한 법안이 미비하였다는 점도 짚을 수 있는데요. 이렇게 많은 법안을 발의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문화예술계를 대표해 국회에 비례대표로 온 데 대한 책임감이 큰 것 같습니다. 문학·영화 평론가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들을 만나기도 했고요. 그러다 보니 현장의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법안 발의로 이어지고 있죠. 가장 먼저 발의한 ‘표준계약서 5법’의 경우도 창·제작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문화예술인들이 표준계약서를 제대로 작성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마련했는데요. 표준계약서가 마련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창작현장에서의 활용 빈도와 인식이 제자리걸음인 이유를 고민해봤습니다. 기존의 과태료 방식과는 다른 일종의 당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표준계약서를 사용하는 사업자와 사업자단체에게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개정안이 통과되고 정부가 정책적인 지원에 나서면 각 분야별 표준계약서 정착과 확대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창작자들에게 유독 불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이 바로 잡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제가 단독으로 낸 법안 외에 공동발의도 많은데요. 공동발의 법안은 22대 초선들 사이에 소셜 미디어 방이 있어서 의원들이 법안을 직접 올리고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고 있습니다. 그 방에 올라오는 법안 중에 관심이 있는 분야는 들여다보는 편입니다. 특히 ‘더불어민주연합’에서 비례대표로 같이 활동했던 분들과 미리 공유하고 준비한 법안들이 많아서 공동발의가 많아졌습니다.

 

특히 국제표준분류를 강제로 반영해야 하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체계Korean Standard Classification of Diseases, KCD 관련 통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하셔서 여론이 뜨거워졌습니다. 의원님께서는 국제표준분류를 무조건 반영해야 하는 현행법의 구속력을 낮추고, 이해관계자와 전문가의 의견수렴을 의무화하자는 법안을 발의한 것인데요. 구체적으로 왜 이 법안이 우리에게 중요한지 좀 더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통계청은 현재 한국형 표준질병분류를 작성함에 있어 국제분류기준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현행법이 유엔, 세계보건총회 등에서 산업·질병·사인 등과 관련한 국제표준분류를 발표하는 경우 이를 기준으로 한국형 표준분류를 작성하도록 규정하기 때문인데요. 이에 따라 2019년 세계보건총회WHO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내용으로 발표한 국제질병분류(ICD-11)도 향후 한국형 표준질병분류에 그대로 반영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세계보건총회는 각 회원국이 세계보건총회의 국제질병분류를 가능하면 따르도록 권고하고 있을 뿐이죠. 그러므로 현행법이 이를 반드시 따르도록 강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아울러 향후 게임 관련 질병코드가 도입될 경우 게임산업 규모 및 매출액 감소로 국내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은데요. 그래서 우리나라 게임산업 통계에 대한 심층분석과 게임산업의 전반적인 실태 등을 파악하여 국제표준분류의 반영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이에 국무조정실은 2019년 민·관 협의체를 만들어 협의안을 도출하고, 이를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 적용하겠다고 발표했으나, 협의안 결과가 제대로 반영되기 위해서는 통계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에 한국형 표준분류를 작성할 때 국제표준분류를 기준으로 삼지 않고 참고하도록 하되, 전문가·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수렴 절차를 통해 국제표준분류의 반영 여부 등을 결정하도록 하려고 합니다.

 

통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전문가·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수렴 절차를 통해 국제표준분류의 반영 여부 등을 결정하도록 하려는 것이라는 의원님의 발의는 정말 필요한 법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화예술단체들은 이러한 현장의 문제점을 제대로 분석하고 반영한 실질적인 문화예술 관련 법안들을 반길 수밖에 없는데요. 특히 제 또래의 청년들은 더 반길 것 같습니다. 급속도로 성장해가는 콘텐츠 생성 인공지능 기술에 관련된 법·제도 마련도 미비한 상태인데 이에 대한 콘텐츠산업 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신 것도 무척 의미가 깊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덧붙여 국민은 물론 특히 관련 기관과 담당자들의 인공지능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데 의원님 생각을 어떠신지요?

벌써 오픈소스 AI를 활용한 생성 이미지, 음성, 영상의 수준이 상당한 수준으로 올라왔습니다. 유심히 보고 듣지 않으면 사람이 만들었다고 해도 몰라볼 것 같은데요. 이 같은 인공지능 생성 콘텐츠의 발전속도와 파급력을 감안해 이용자들이 특정 콘텐츠가 인공지능 기술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 등을 인식할 수 있도록 관련 법·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더불어 창작자의 저작물이 생성형 ai에게 무분별하게 학습되어 저작권이 침범되고 있는 문제도 있습니다. 이에 콘텐츠제작자는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하여 콘텐츠를 제작한 경우에는 해당 콘텐츠가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하여 제작된 콘텐츠라는 사실을 표시해 이용자의 혼선을 방지하고 인공지능 콘텐츠의 신뢰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고자 입법을 했습니다.

인공지능 교육은 당연히 필요한데요. 관련 기관자와 공무원들은 챗GPT 등 서비스 활용뿐 아니라 파급 효과, 기술 발전 동향, 각국의 규제 논의 현황 등에 대한 공부도 필요합니다.

 

특히 2006년부터 저희 쿨투라의 창간 편집위원으로 함께하며 문화전문지로서의 쿨투라의 방향성을 잘 잡아주셨습니다. 등단 시절과 지금은 많이 달라졌을 것도 같은데요. 문학·영화평론가로서의 강유정은 어떤 글쓰기를 지향하는지요?

 

 

 

 

 

 

사실상 아이히만의 평범성은 상투성이라 번역하는 게 옳습니다. 그렇고 그런 일상의 쳇바퀴 속에 직업적 소명으로 녹인 악행에 대한 무감각이 직업적 평범성이고 그게 일상 속에서 주로 상투성으로 발휘가 되죠. 글을 쓰고 말을 하는 사람이 상투어라는 이유로 무감하게 쓰는 순간 언어는 그 힘을 잃고 단순한 통화적 도구, 동전 한 닢 이상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 생각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언어를 찾아 헤매고 특히 부사어와 서술어에 예민합니다.

 

 

소외된 계층을 지원하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 추진과 문화예술분야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의원님의 빛나는 활동들이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그동안 정치인에게 볼 수 없었던 인문학적 사고와 분석을 들이댄 언술로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의원님을 통해 대리만족을 얻기도 합니다. 앞으로 발의하시려고 준비 중인 문화예술 법안이 있으면 듣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청소년들과 취준생 청년들을 위한 문화 법안들도 많이 만들어졌으면 바람입니다.

그동안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등 문화소외계층에게 지급되어온 문화이용권의 지급 대상을 확대하는 법안을 고민 중에 있습니다. 국민들의 주요 생애주기에 맞춰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취지인데요. 더 많은 국민들에게 문화이용권이 지급된다면 문화산업 또한 함께 발전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합니다.

또 하나는 예술 정책을 수립하는 데 청년 예술인들의 의견이 좀 더 많이 반영되기 위한 방안입니다. 청년들의 정치 참여를 높이기 위해 민주당과 같은 정당에서 청년 비례대표나 청년 대변인을 뽑는 것처럼, 예술 정책을 수립하는 데에도 청년 예술인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제도적으로 반영하자는 취지입니다. 몇 년 전 문화예술위원회에서 청년예술인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TF를 만들어 한시적으로 운영한 적이 있었는데요. 이런 기구를 잠깐 운영할 것이 아니라 지속할 수 있는 위원회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젊은 예술인들이 정책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면 청년 세대들이 느끼는 정치의 효능감도 높일 수 있고, 미래 지향적인 정책 마련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사회적 이슈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통찰
‘고똑품의원’ 강유정의 유년시절, 그리고 꿈

“고급지고, 똑부러지고, 품위 있는 고똑품 의원 강유정 의원님 응원합니다”, “인문학자의 국회입성…. 너무 기대됩니다” 등 소셜 미디어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정치를 잘 몰랐던 일반인들도 의원님에 대한 지지와 기대가 매우 높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의원님은 문학·영화평론가로서의 경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통찰을 보여주시는데요. 문화예술계에서도 ‘역대급 보물’이셨는데 정치계에선 더할 나위 없이 새롭고 빛나 보이는 것 같습니다. 이제 의원님의 개인적인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은데요. 유년시절은 어떠셨나요? 당시의 꿈은 무엇이었을까요?

어린 시절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조숙한 아이였습니다. 혼자 생각하는 걸 좋아했고 그래서 종종 주변의 오해도 샀던 듯싶습니다. 너무 말이 없어서 엄마는 말을 못하는 건 아닌가 걱정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공상을 좋아하고, 혼자서 이런저런 상념에 빠져드는 오후 4시의 소녀 같았죠. 꿈이라면, 어른이 되어 글을 써서 내 이야기를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다, 막연히 꿈꿨습니다. 무엇인가를 표현하고 싶었던 듯한데, 그래서 쓰는 직업에 가까운 전공을 선택했고, 그 이후 꾸준히 그 궤도에 머물렀습니다.

 

문학과 문화를 사유했던 강유정의 대학시절

국문학을 전공했던 대학과 대학원 시절에 영화와 문화예술로까지 더 깊게 사유를 넓혀갈 수 있었던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1975년생인데 이미지 네이티브였던 듯 합니다. TV 광고로 감각을 깨우고 뮤직비디오로 이미지의 신선함을 알게 되고, 당시 금지되었던 일본영화나 유럽영화들을 동아리에서 찾아보며, 비언어적 표현에 매료되기도 했습니다. 영화를 자연스럽게 각주로 쓰던 윤대녕을 좋아했고, 김영하의 세련된 도시미도 흥미로웠죠. 왕가위의 영화와 장국영의 맘보춤이 어떤 지향점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고독하지만 외롭지 않고 진지하지만 무겁지 않은, 그런 애매모호한 정서의 영역을 탐구하다 보니 그것에 적합한 말이 필요했고 이미지와 언어, 영화와 문학은 결국 같은 것을 추구하는 행위의 구체화가 되었습니다. 쿠엔틴 타란티노가 각본을 쓰고 토니 스콧이 연출한 〈트루 로맨스〉 같은 영화 속의 대사들, “너에겐 복숭아 맛이 나”와 같은 비논리적 포스트모던한 대사들에 매혹되기도 했죠.

 

문학·영화평론가 강유정의 글쓰기

의원님은 2005년 당시 동아일보의 영화평론, 조선일보와 경향신문의 문학평론 부문에 당선되어 신춘문예 3관왕이라는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이후 본격적인 문학·영화평론 활동을 펼쳤는데요. 2000년대 중반은 강유정의 문화비평시대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당시 평론활동은 물론 문학, 영화, 문화잡지의 편집위원과 방송활동도 겸하며 문화예술 활동의 폭을 확장하고 넓혀갔습니다.

특히 2006년부터 저희 쿨투라의 창간 편집위원으로 함께하며 문화전문지로서의 쿨투라의 방향성을 잘 잡아주셨습니다. 등단 시절과 지금은 많이 달라졌을 것도 같은데요. 문학·영화평론가로서의 강유정은 어떤 글쓰기를 지향하는지요?

상투적이지 않은 글을 쓰려고 애를 씁니다. 사실상 아이히만의 평범성은 상투성이라 번역하는 게 옳습니다. 그렇고 그런 일상의 쳇바퀴 속에 직업적 소명으로 녹인 악행에 대한 무감각이 직업적 평범성이고 그게 일상 속에서 주로 상투성으로 발휘가 되죠. 글을 쓰고 말을 하는 사람이 상투어라는 이유로 무감하게 쓰는 순간 언어는 그 힘을 잃고 단순한 통화적 도구, 동전 한 닢 이상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 생각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언어를 찾아 헤매고 특히 부사어와 서술어에 예민합니다.

 

강유정 의원이 걸어갈 예술과 정치

의원님은 또한 대학교수로서 후학들을 양성해왔습니다. 문학·영화평론가로서 가르치는 일은 학생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쳤으리라 생각합니다. 문학·문화 교육과 평론 활동은 어떻게 보면 비슷한 문화콘텐츠 영역이지만 의정 활동은 조금 다를 것도 같습니다. 대한민국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우리의 정치문화는 어떻게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또 예술과 정치의 상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문화예술은 부유하고 여유 있는 자들이 취미로 영유하는 게 아니라 치열한 생존의 현장입니다. 노동이라 말하면 삭막해 보이지만 문화예술의 가장 1차적 행위 역시 노동입니다. 다만 그 노동을 통해 노동의 일상 영역을 초월할 수 있다는 게 다를 뿐. 삶의 윤기는 결국 문화예술에서 비롯됩니다. 문화예술은 삶의 보충재 혹은 사치재가 아니라 필연적 산물이자 요구이고 매개입니다. 그러므로,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과 투자 표현의 자유가 공공의 영역에서 토론을 통해 새로운 기준들을 만들어가는 열린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그동안 열려 있었다고 믿었던 우리 사회가 급속히 닫힌 세계, 고체성 세상이 되어 가고 있음이 우려스럽습니다.

 

문화예술계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

문화예술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의원님의 의정 활동을 제대로 체감할 수 있는 인터뷰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의원님의 앞으로의 계획이나 쿨투라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부탁드립니다.

문화예술계의 오래된 숙제를 모두 한꺼번에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어제보다는 나은 오늘, 내일을 기대할 만한 오늘을 만들기 위해 눈감고 외면해왔던 것들을 두 눈 똑바로 뜨고 바라보고, 고쳐가고, 바로 잡아 나가겠습니다.

 


 

* 《쿨투라》 2024년 9월호(통권 123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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