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년간 브로드웨이에서 큰 사랑을 받아온 뮤지컬 〈위키드〉가 연말을 맞아 대형 스크린 위 영화로 재탄생했다. 존 M. 추가 메가폰을 잡은 〈위키드〉는 오즈의 마녀들의 숨겨진 이야기로 특이한 녹색 피부 때문에 오해를 받는 엘파바와 특권과 야망으로 치장한 글린다의 특별한 모험을 담고 있다. 엘파바 역은 에미상, 그래미상, 토니상 등을 받은 신시아 에리보가 맡았고, 글린다 역은 세계적인 슈퍼스타이자 그래미상 수상자인 아리아나 그란데가 맡았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위키드〉의 두 주연배우 신시아 에리보와 아리아나 그란데를 만났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위키드〉의 특징으로는 여타의 뮤지컬 영화와 달리 촬영장에서 두 분이 직접 라이브로 노래를 불렀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뮤지컬 영화는 노래하는 장면을 촬영할 때 사전에 녹음한 보컬 트랙 위에 배우가 립싱크를 하죠. 노래하다 실수라도 나오면 다시 처음부터 불러야 하는데, 이런 방법을 고수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신시아 에리보
저희는 역할을 처음 맡았을 때부터 이렇게 촬영할 거라고 알고 있었어요. 둘 다 노래를 좋아하니까요. 덕분에 캐릭터가 표현해야 하는 행동과 감정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죠. 그리고 라이브로 노래를 하면 연기하면서 제가 더 즐길 공간이 생겨요. 사전 녹음을 하면 정해진 틀 안에서 연기를 해야 하니까 즉흥적으로 변화를 줄 수 없죠. 그래서 라이브로 노래할 때 저는 캐릭터와 음악을 더 즐길 수 있었던 것 같고 이런 방식이 더 재밌는 것 같아요.
아리아나 그란데
저희 노래 대부분은 감정적인 곡들이라 트랙에만 갇혀 있을 수 없었어요. 절반 정도는 서로를 붙잡고 숨을 고르며 불렀거든요. 곡들 자체가 너무 감정적이고 상황에 맞게 노래하고 연기할 필요가 있었죠. 그리고 브로드웨이에는 일주일에 8번씩 공연하는 수많은 아름다운 엘파바, 글린다가 있는데, 이들과 연대하는 의미에서 저희도 라이브로 공연해야 했습니다.
신시아 에리보
저희가 라이브로 노래하지 않고, 음악과 직접 소통하지 않는 것은 저희 자신뿐만 아니라 브로드웨이에 있는 자매들과 모든 관객에게 해를 끼치는 일이에요. 그래서 혹시나 실수하더라도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부르는 건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어요. 오히려 기쁜 일이죠.

엘파바와 글린다의 이야기는 우정, 회복, 동행의 길입니다. 영화가 개봉하는 지금이 마침 작품의 메시지를 세상에 내놓기 좋아 보이는데요.
신시아 에리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어요. 연결, 우정, 변화의 가능성, 차이를 받아들이는 포용은 우리 모두에게 지금 절실히 필요한 메시지니까요. 이 작품이 관객에게 이전에는 알려고 하지 않았던 것들을 알려줄 수 있는 그런 영화가 되었으면 해요.
아리아나 그란데
악한 세력이 특정 사람들을 배척하거나 어떠한 집단을 형성하여 분열을 일으키는 이야기는 아주 시의적절하면서도 동시에 시대를 초월한 주제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며 마주하는 우정과 사랑, 가족, 그게 혈연이든 직접 선택한 가족이든 이러한 플라토닉한 우정과 사랑이 우리가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거라고 믿어요. 그래서 이보다 더 완벽한 시기에 영화가 나올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우리가 늘 사랑과 우정을 통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죠.

두 분이 이 이야기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언제인가요? 꼭 〈위키드〉가 아니더라도 오리지널 IP인 『오즈의 마법사』일 수도 있겠죠.
아리아나 그란데
저는 어렸을 때부터 〈오즈의 마법사〉의 열렬한 팬이었어요. 저희 둘 다 어렸을 때부터 그 영화를 좋아했죠. 여담이지만, 저는 집에 도로시 드레스도 있었는데,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스크림 가면을 쓰고 입곤 했어요. (웃음)
저는 TV 앞에 앉아 주디 갈랜드가 어떻게 노래하고 행동하는지 연구하곤 했어요. 그게 당시 저에게 일종의 탈출구였습니다. 저희는 항상 오즈의 세계를 사랑했어요.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젊은 여성 도로시에게서 유대감을 느끼기도 했구요. 그게 바로 이 작품의 아름다움인 것 같아요. 오즈의 마법사와 도로시, 그리고 이 모든 캐릭터들은 외로움이나 소외감, 상실감을 느끼거나 우정을 찾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안전한 공간이 되어 주었어요.
신시아 에리보
저는 〈오즈의 마법사〉를 6살쯤 처음 본 것 같아요. 그때는 〈오즈의 마법사〉가 ‘토요 명화’ 같은 작품이었어요. 음악을 정말 좋아해서 저도 오랫동안 주디 갈랜드의 열렬한 팬이었어요. 지금도 주디 갈랜드가 카네기홀에서 부른 〈Over The Rainbow〉 라이브를 자주 듣는데, 그게 마지막 공연이었다는 게 가슴이 아파요.
다이애나 로스가 도로시 역을 맡았을 때는 그녀에게서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았고, 뭐랄까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상한 연결고리가 생겼죠.
그러다가 드라마스쿨을 다니던 스물세 살에 드디어 뮤지컬 〈위키드〉를 보게 됐어요. 그런데 사실 공연을 보기 훨씬 전인 스무 살부터 저는 〈위키드〉의 노래를 부르고 다녔어요. 그래서 공연을 보러 갔을 때는 이미 모든 곡을 손바닥 보듯 훤히 잘 알고 있었고, 애정이 가득한 상태였죠. 마침내 극장에 앉아 뮤지컬을 보았을 때 저는 이미 사랑에 빠져 있었습니다.
아리아나 그란데
저는 10살 때 처음으로 〈위키드〉를 봤는데, 운 좋게도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캐스트를 볼 수 있었어요. 엄마와 함께 있었던 것으로 기억나는데, BCEFABroadway Cares/Equity Fights Aids에서 무대 뒤편에서 출연진을 만나는 기회를 경매에 부치고 있었어요.
저는 계속 손을 들고 있었고 운 좋게도 백스테이지에서 모두를 만날 수 있었는데, 정말 인생이 바뀐 순간이었어요. 저는 그 작품이 정말 좋았어요. 다른 어떤 공연과도 비교할 수 없는 방식으로 제 기억에 남았죠. 당시 제 분홍색 아이팟에 있던 모든 곡을 다 지우고 〈위키드〉 넘버만 남겨 뒀어요. 그때 제게 친절하게 대해주던 배우들의 모습과 흥분해서 구름 위를 떠다니는 듯한 기분이 들었던 게 모두 생생해요. 정말 특별했던 기억이고 그날부터 지금까지 저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위키드〉라는 아주 유명한 뮤지컬의 영화화에 참여하셨는데, 부담스러웠던 부분은 없었나요?
신시아 에리보
부담감이 아니라 책임감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게 제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저는 이 작업이 모두에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저와 아리아나 모두 사람들이 이 작품에 얼마나 공감하고, 또 작품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에 걸맞게 이 작품을 잘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어요. 그리고 저희도 이 작품을 정말 정말 좋아해요. 그래서 부담감보다는 이야기를 최대한 완전하고 진실되게, 그리고 잘 전달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더 많이 느낍니다.

두 분이 맡은 엘파바와 글린다는 상당히 복잡한 캐릭터인데, 배우 두 분의 실제 성격과 엘파바, 글린다가 비슷한 점이 있나요?
아리아나 그란데
글린다의 모습에서 저와 가장 닮은 부분은 점점 더 나아지고자 하는 열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에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점이기도 하구요. 엘파바를 만나면서 글린다는 거품이 빠지는데, 그럼에도 끊임없이 더 나아지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고 있죠. 작품에서 오랫동안 글린다는 모든 걸 정해진 방식대로 해야 한다고 믿어 왔어요. 하지만 꼭 그래야만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선’의 진정한 의미 또한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걸 알게 되죠.
신시아 에리보
저도 저와 엘파바 사이에 꽤나 많은 연결점이 있어서 놀랐습니다. 엘파바와 아버지의 관계는 제 경우와 마찬가지로 단절되어 있어요. 둘은 서로 너무 다르고 어려운 관계입니다. 그리고 또 엘파바도 저처럼 언니이고, 자신이 주목받는 위치에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동생이 스스로 자신이 원하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동생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는 복잡하면서도 멋진 관계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저도 엘파바의 기분이 어떤지 이해할 수 있어요. 그리고 큰 틀에서 보면 아웃사이더가 되는 게 어떤 기분인지 아는 것과 다르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아는 것은 비슷한 점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흑인 퀴어 여성이 녹색 여성을 연기하는 것도 같은 선상에 있죠.

세상이라는 게 반드시 나를 위해 만들어졌다거나 나를 위한 공간을 마련해주는 건 아니잖아요. 이 사실을 인정해야 하고, 동시에 스스로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나를 잘 알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이런 부분들이 합쳐지면서 큰 감동을 받았어요. 엘파바와 저 자신에게서도 보이는 부분들이 있었거든요.
두 캐릭터는 껍질을 깨고 나오는 자신만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부분이죠. 그렇다면 기존의 브로드웨이 뮤지컬 캐릭터와는 다른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존 M. 추 감독과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을까요?
신시아 에리보
존은 무척이나 친절하고 놀라운 사람이에요. 그는 좋은 사람이면서도 천재이죠. 저희는 그의 작업 방식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어요. 우선 그는 프레임을 구성하고, 장면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바로 스케치해요. 덕분에 저희는 그가 어떤 그림을 그리고 싶은지 알 수 있었죠.
그가 만들어내는 그림에는 여백이 많이 있어 언제나 저희가 준비한 것을 가지고 저희에게 더 적합하도록 재구성할 여지가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저희의 관점으로 캐릭터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권한을 준 거죠. 물론 저희도 주어진 틀을 완전히 바꾸려고 하는 건 아니고, 매 순간 최대한 진실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카메라가 바로 저희 얼굴 앞에 있어서 저희의 미묘한 표현까지도 조용한 환경에서 잘 담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하는 멋진 분들에 비하면 저희 작업은 수월한 면이 있었죠. 또 현장에서도 항상 몇 번이고 다시 시도할 수 있는 여건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저희가 원했기 때문에 여러 테이크를 찍을 수 있었죠.

노래와 안무는 어떻게 준비하셨나요?
아리아나 그란데
〈위키드〉는 여러 가지 면에서 육체적으로 힘든 영화였는데, 저로서는 정말 영광스러운 경험이었어요. 보컬 트레이닝부터 시작해서 제 목소리와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노래를 불러야 했어요.
제가 평소 노래하는 방식이나 제 팝 음악에서는 믹싱과 벨팅을 많이 사용하고, 고음역대에 더 많은 비중을 두죠. 심지어 휘파람 소리나 그런 것들도 글린다와 완전히 다른 음색이에요. 글린다의 목소리는 오페라적이고 아주 고전적인 음색입니다. 저도 높은 음역대이긴 하지만, 노래하는 스타일에 있어서 트레이닝이 많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첫 오디션 두 달 전부터 보컬 트레이너인 에릭 비트로와 준비하며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했어요. 어떤 노래를 시킬지 몰랐으니까요. 〈No One Mourns Wicked> 전체를 부르라고 해도 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고 싶었죠.
하지만 글린다와 저는 스타일이 정말 달랐어요. 신체의 다른 근육과 마찬가지로 목소리도 시간을 들이고 트레이닝을 해야 새로운 습관이 자리잡아 말하는 목소리부터 노래하는 목소리까지 모든 게 달라져요. 그래서 제게 가장 힘들었던 건 보컬 트레이닝이었던 것 같아요.
신시아 에리보
아리아나 말에 한마디 덧붙이면, 본인은 모를 수도 있겠지만 작품을 하면서 아리아나는 콜로라투라가 됐어요. 이게 아리아나가 말한 글린다 스타일의 공식 용어죠. 콜로라투라가 되는 건 정말 어렵고 힘든데, 아리아나가 작품을 위해 콜로라투라가 됐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제 경우에는 그냥 좀 미쳤었죠. 새벽 2시에 일어나 러닝머신에서 노래를 부르며 운동하는 미친 짓을 합니다. 두 시간 동안 운동을 하고 4시에 촬영장에 가는 거죠. 미친 소리처럼 들리지만 당시에는 그게 당연하다고 느꼈어요. 할지 말지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었죠. 그래서 당시에는 딱히 과하다는 생각은 못했던 것 같아요. 물론 한 발짝 물러나서 지금 보면 극단적인 방법이었죠. 하지만 정말 좋았어요.
러닝머신에서 노래를 했던 건 〈위키드〉의 노래들이 몸을 정말 많이 써야 하는 곡들이라 어쩔 수 없었어요. 〈I’m Not That Girl〉 정도만 빼면 공중에 뜬 상태에서 부른 곡도 많았죠. 노래할 때 거의 와이어와 하네스를 착용하고 있었으니까요. 〈Defying Gravity〉를 부를 때는 계속 와이어에 매달려 있었고요. 그래서 제 몸이 공중에 뜬 상태로 노래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했어요. 하네스와 코르셋을 입고 몸을 뒤집은 채 발 밑에 땅이 없는 환경에서 노래해야 했는데, 이때 어떤 자세를 취하고 어떻게 숨을 쉬어야 하는지, 밀어낼 수 있는 게 전혀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필요한 만큼 강력한 소리를 낼지 미리 준비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촬영장에는 항상 훌륭한 보컬 트레이너가 함께 있어서 제가 공중에 뜬 상태로 노래할 때 저를 도와줬어요.
이전까지 저는 소울과 R&B 노래를 많이 불렀고 벨팅을 쓸 일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평소와는 다른 방식으로 목소리를 내야 해서 많이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은 땅 위에서 노래했구요. 그래서 이번엔 중력을 사용하지 않고 성대를 사용하는 방법을 찾아야만 했어요. 흥미로운 도전이었고 꽤나 즐거웠습니다. 일단 성공하면 정말 짜릿하거든요.
아리아나 그란데
저도 한마디 거들면, 영화는 믹싱하고 마스터링하고 뭐 그런 완성 과정을 거치잖아요. 그런데 촬영 현장에서는 음악도 없고 정적 속에서 신시아의 목소리만 크게 들려요. 영화에는 담지 못했지만 이게 신시아가 노래한 가장 아름다운 버전이에요.
그럼 이번 작품에서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 넘버와 좋아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신시아 에리보
같이 부른 노래로 〈What Is This Feeling?〉이 정말 좋고, 저는 〈The Wizard and I〉 부르는 걸 좋아해요. 조니 베일리가 부른 〈Dancing Through Life〉도 아주 장관이죠. 아리아나가 부른 〈Thank Godness〉와 〈No One Mourns Wicked〉도 최고예요. 〈No One Mourns Wicked〉에서 아리아나의 트릴은 너무 아름다워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 중 하나죠. 아리아나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제가 벤치에 앉아서 부른 〈I’m Not That Girl〉이고, 〈One Short Day〉, 〈Defying Gravity〉 뭐 하나 빠뜨릴 수 없어요.
저희가 이 질문에 제대로 답을 못하는 게, 〈위키드〉의 음악이 워낙 다양하다 보니 스토리 안에서 저희 목소리로 다양한 걸 보여줄 수 있어요. 모든 곡이 영화 속 특정 순간을 상징하기 때문에 고를 수가 없었어요.
이제 〈위키드〉의 큰 강점인 의상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하는데요, 먼저 신시아는 엘파바의 아이코닉한 검은 모자를 썼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아리아나는 글린다의 분홍색 버블 드레스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이 의상들이 영화 속 주인공을 연기하는 데 큰 도움이 됐을 것 같아요.
신시아 에리보
저는 검은 모자가 마음에 들어요. 정말 아끼게 됐어요. 모자를 쓰고 있는 장면을 촬영할 때 만약 누가 모자를 벗고 싶냐고 물었어도 저는 괜찮다고, 계속 쓰고 싶다고 답했을 거예요.
폴 타스웰과 이 모자의 모양, 느낌, 각도, 주름과 챙의 넓이에 대해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정말 구체적이었어요. 그래서 실제로 착용했을 때는 정말 저만을 위해 만들어진 모자 같았어요.
모자가 가벼워 보이는 거랑 다르게 가벼운 소재도 아니고, 촬영할 때는 마이크가 들어 있어 더 무거웠어요. 그래서 저는 마이크 팩을 가지고 다녔죠. 실제 마이크는 챙에 두고 마이크 팩은 모자 몸통에 넣어서 비행할 때 쓰는 모자 같은 걸 썼어요. 이러면 제 머리에는 보이지 않는 무게가 실리게 되죠. 그래서 방법은 익숙해지는 것뿐이었어요. 종일 쓰고 있다 보니 얼마 지나지 않아 자연스러워졌죠.
모자를 처음 썼던 건 마녀의 표식을 새기는 것 같아 정말 특별한 순간이었어요. 빗자루를 처음 잡았을 때 느낌과 비슷하죠. 망토를 처음 받았을 때도 마녀가 여기 와 있는 것 같았어요.
아리아나 그란데
사람들이 제 핑크색 버블 드레스를 보면 다들 너무 무겁지 않냐고 한마디씩 했어요. 드레스가 너무 디테일하고, 아름다운 비즈와 자수 장식이 많아서 그랬던 것 같아요. 실제로는 15-16겹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저한테는 가볍게 느껴졌어요. 그리고 드레스가 땅에 닿지도 않아서 하늘에 떠있는 느낌도 들었어요. 아주 튼튼하면서도 가벼운 느낌이 들었는데, 재밌는 건 버블 드레스라서 그런지 거품처럼 느껴졌어요. 입는 동안 저를 들어 올려주는 느낌이랄까요.
드레스의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을 꼽자면, 제가 그 드레스를 입고 있는 순간에는 저를 둘러싼 파괴와 슬픔과는 대조되는 가벼운 느낌이 드는 점이에요. 제게 의미 있는 드레스고 시각적으로도 아름다운 드레스지만, 드레스를 입고 있는 순간에는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아요. 이런 게 아름다운 병치 아닐까요?

초반에 글린다는 조금 못된 캐릭터였어요. 그런 글린다가 엘파바와 관계 맺는 과정이 궁금합니다.
아리아나 그란데
제가 글린다를 너무 보호하는 것 같긴 한데, 작품 초반의 글린다는 성숙하지 못하기도 했고 그림자에 갇혀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어요. 글리다는 다른 사람들에게 호감을 얻고 웃음을 주는 걸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본인이 다른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평생 동안 글린다는 자신이 재능있고 사랑스럽다는 말만 들으며 버릇없는 특권층 여성으로 살아왔으니까요.
그래도 저는 글린다의 마음 깊은 곳에는 도덕과 윤리의식이 있다고 봐요. 왜냐면 글린다도 남들한테 나쁘게 대하려고 의도하는 건 아니었으니까요. 춤을 추기 전에 엘파바에게 모자를 건네는 장면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나죠. 그 장면을 보면 글린다가 꼭 나쁜 사람만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어요.
글린다와 엘파바가 서로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건 두 사람 모두 스스로를 발견해야 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엘파바를 만나면서 처음으로 글린다의 거품이 터지는 것처럼요. 글린다는 엘파바를 만나면서 자신의 이기적인 행동이 남들에게 얼마나 상처줄 수 있는지 깨달아요. 그리고 다신 그런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죠.
글린다에게도 엘파바를 만나면서 마주하는 이런 식의 도전은 처음이었을 테니 서로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챌린지는 언제나 사랑스러운 일이죠. 그렇게 오즈더스트에서 글린다에게 처음으로 엘파바라는 진정한 친구가 생겼다고 저는 생각해요. 인기 많은 글린다에게도 진정한 친구는 엘파바가 처음인 거죠.
〈위키드〉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일로 인해 사람들이 우릴 판단하고 또 오해한다는 주제를 분명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흑인 퀴어 여성으로서 우리 사회의 포용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해 온 신시아에게 묻고 싶은데, 〈위키드〉가 아웃사이더라는 느낌을 받은 사람들에게 어떤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신시아 에리보
스스로 아웃사이더라고 느끼는 사람, 차별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집단 바깥에 존재한다고 느끼는 모두에게 큰 울림을 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흑인 퀴어 여성인 저 또한 매일 느끼는 부분이 있다 보니 그런 점에서 깊은 공감을 느꼈습니다. 저는 이제 그래도 조금 더 나은 상황에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저만큼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저는 엘파바라는 역할이 그런 부분을 이해하기 쉬운 방법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엘파바와 같은 경험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그들이 어떤 상처를 줄 수 있는지,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거죠.

마지막으로 영화를 통해 관객이 특별히 경험했으면 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아리아나 그란데
글린다와 엘파바처럼 모든 이에게 도움이 되는 작품이 되길 바랍니다. 특히 관객이 〈위키드〉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찾을 수 있었으면 해요. 작품을 통해 서로의 다름과 우정을 되돌아보고, 그 과정에서 직면하는 어려움이 있다면 서로 대화하고, 조금 다르게 접근하고, 더 공감해서 자신과 완전히 다른 이들에게도 더 열린 마음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글린다와 엘파바나 저와 신시아가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듯이, 수백만 명의 관객도 그들의 모습을 찾을 수 있으리라 믿어요.
사진 제공 유니버설 픽쳐스
* 《쿨투라》 2024년 12월호(통권 126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