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역사와 문화를 들여다보면서
뭔가 새롭게 관계를 설계하고자 꿈꾸었다

우리 역사와 문화만큼 일본도 잘 알아야겠다
짧지 않은 세월 동안 틈새 공부로 쌓아온 결과물
손현석 교수의 저서 『이웃나라 영화 문화』
시인으로 활동하는 동서대학교 영화과 손현석 교수가 그동안 연구한 ‘일본’에 관한 테마글을 모아 저서 『이웃나라 영화 문화』를 도서출판 작가에서 출간하였다.
저자는 경희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본머스대학에서 Sound Design을 전공(MA)하였다. 저서로 『예술영화』와 시집 『사과와 오렌지』가 있으며, 부산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제일기획 Audio PD로 근무하였으며, 현재 동서대학교 영화과 교수이다.
이번에 출간한 손현석 교수의 저서 『이웃나라 영화 문화』는 2부로 나뉘어져 우리를 일본 영화와 일문 문화의 숲으로 인도한다. 저자는 “나는 왜, 무슨 인연으로 이웃 나라 일본에 관한 글을 쓰기 시작했을까?”를 반추할 때면 그 첫 단추는 사소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일본을 떠올리면서 뭔가 좀 억울하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고 고백한다.
일본영화를 통해 일본의 정서에 가까이 다가서려 했고, 일본의 역사와 문화를 들여다보면서 뭔가 새롭게 관계를 설계하고자 꿈꾸기도 했다. 나는 비록 미약하나 이 책은 스스로 성장하리라 믿는다.
- 「책머리에」 중에서, 본문 8-9쪽
일본이란 이웃 나라가 불현듯 저자에게 개인적으로 억울한 감정을 들게 했고 그때 저자에게는 우리의 역사와 문화만큼 일본도 잘 알아야겠다는 의지가 생겼다는 것이다. 저자는 보기엔 소박하고 부끄럽지만, “이 책은 짧지 않은 세월 동안 틈새 공부를 쌓아온 결과물”이라고 말한다.
1부 ‘일본 거장의 영화를 산책하다’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드라이브 마이 카>,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라플라스의 마녀』, 소노 시온 감독의 <리얼 술래잡기>,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스즈메의 문단속>, 고레에다 히로카츠 감독의 <괴물>,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스파이의 아내> 등 이름만으로도 빛나는 일본의 여섯 거장 감독의 주요 작품과 「일본 잔혹영화의 정신적 배경 고찰」이라는 의미 있는 연구 논문을 수록하였다.
2부 ‘일본 문화의 숲을 거닐다’로 들어서면 저자는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고 하늘과 땅 사이에 사람이 있다면, 섬과 사람들 사이에는 무엇이 있을까?를 질문한다. 일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섬과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무형의 거대한 ‘힘’ 하나를 반드시 감지해야 하는데 그 기운은 바로 ‘애니미즘’이라고 명명하면서 ‘일본’을 바라본 「일본을 보다」를 비롯한 「개혁의 땅, 조슈와 사쓰마」, 「한글을 닮은 일본의 신대(神代)문자)」 , 「신대문자와 막말(幕末) 정한론(征韓論) 연계성」 등 다큐처럼 생생한 네 편의 글을 펼쳐놓았다.
특히 문명 이전의 문자로 신대문자를 주장하는 일본인의 저의를 다른 시각으로 파헤쳐 보기 위해, 전공도 다르고 일본말도 못하고, 집 밖을 나서는 것조차 좋아하지 않는 저자가 용기 내어 일본 현장 답사를 무작정 떠나 얻어낸 결과물은 한편의 리얼한 다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사 과정을 통해 신대문자라고 하는 그 배경에 깔린 일본 국학의 정신사적 업적 쪽으로 한 걸음 깊게 다가간 성과가 개인적으로 있었다. 그리고 일본의 고대사와 관련된 역사적 주변을 더욱 조사할 수 있다면 한글의 참고자료들과 연결될 수 있겠다는 힌트를 얻었다. 물론 이는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에 대한 정확한 연도를 알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 오히려 한글 그 자체가 아닌 다른 이면의 부수적인 소득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기대 반 설렘 반이다. 일본의 신대문자는 대다수 역사학자들의 언급처럼 허위거나 조작일 것이 자명하지만, 실제로 그 속에 들어갔을 때 한글과는 상관없이 전혀 몰랐던 역사의 이면과 마주치게 될지도 모른다.
- 「한글을 닮은 일본의 신대(神代)문자」 중에서, 본문 163쪽
“일본의 역사와 문화를 들여다보면서 뭔가 새롭게 관계를 설계하고자 꿈꾸기도 했다”는 저자 손현석의 가깝고도 먼 『이웃나라 영화 문화』 산책을 함께 즐기며 거닐어 보자.
저자 손현석
경남 통영 출생
경희대 국문과 졸업
영국 본머스대학 MA Sound Design
前 ㈜제일기획 Audio PD
現 동서대학교 영화과 교수
부산문인협회 회원
저서 『예술영화』, 시집 『사과와 오렌지』
본문 속으로
나는 왜, 무슨 인연으로 이웃 나라 일본에 관한 글을 쓰기 시작했을까? 지나간 기억을 반추할 때면 무엇을 회상하건 간에 그 첫 단추는 그저 옷깃을 여미듯 사소하다. 어느 날 갑자기 일본이란 이웃 나라가 불현듯 나에게 개인적으로 억울한 감정을 들게 했다고 눈 크게 기억된다.
그때 나에게는 우리의 역사와 문화만큼 일본도 잘 알아야겠다는 의지가 생겼다. 남 보기에 소박하고 나 또한 부끄럽지만, 이 책은 짧지 않은 세월 동안 틈새 공부를 쌓아온 결과물이다. 일본영화를 통해 일본의 정서에 가까이 다가서려 했고, 일본의 역사와 문화를 들여다보면서 뭔가 새롭게 관계를 설계하고자 꿈꾸기도 했다. 나는 비록 미약하나 이 책은 스스로 성장하리라 믿는다.
- 「책머리에」 중에서, 본문 5쪽
2021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의 사회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과의 대담이 진행되었다. 거기서 말하길, <드라이브 마이 카>(2021)의 주 무대로 자리하는 ‘히로시마’가 프리프로덕션 당시에는 ‘부산’이었다고 했다. 센텀시티에 있는 ‘영화의 전당’을 ‘연극의 전당’이라고 설정하여 연극제가 열리는 장소로 애초 구상했고, 안톤 체호프의 <바냐 아저씨>와 관련된 장면을 찍을 예정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부산오는 것이 여의치 않아 우연히도 대안으로 히로시마(廣島)에서 찍게 되었다고 한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전작 <해피 아워>(2015)를 찍었던 장소가 고베(神戶)였던 것도 우연이었다고 했다. 그런데 정작 영화 속의 그런 장소들이 이미 거대한 재난의 역사를 품고 있으므로 감독의 가벼운 해명과는 다르게 그 자체로 무언의 내러티브 작용을 하게 되어 있다. 애초의 의도가 아니더라도 공간이건 뭐건 영화에 표현된 어떠한 장치에는 영화의 저변으로 내적인 의미가 부여되는 기호로서 작용하기 마련이다. 프리프로덕션 당시 구상했던 ‘부산’이 <드라이브 마이 카>의 맨 마지막 장면에서 ‘한국’의 흔한 장소로 환치되어 보이는데, 주인공 가후쿠 소유의 빨간색 ‘마이 카’가 한국에 와 있어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 「<드라이브 마이 카>에 나타난 한국 관념」 중에서, 본문 11-12쪽
신화 시절 신성한 국토를 고유의 신들이 수호한다고 하는 이념은 강렬한 선민의식과 자민족 중심주의의 사고를 길러46 쾌감에 있어서도 완전주의를 지향하게 되었다. 그리고 아직까지 일본인들은 뼈를 단순한 사물로 생각하지 않고 영혼과 동일시하기 때문에 칼로 뼈를 자르는 행위의 무게감이 다른 나라의 슬래셔 무비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일본식 신체훼손은 감각적으로 차별화된 특유의 잔혹한 시각 효과를 얻고 있는 것이다.
- 「일본 잔혹영화의 정신적 배경 고찰」 중에서, 본문 99-100쪽
섬 안에 사는 사람은 섬 안의 조건이 세상 전부이므로, 특히 일본처럼 지진, 화산, 태풍, 해일 등 자연재해에 취약한 구조를 가진 섬에서는 섬 안에 그득히 꿈틀거리는 자연조건의 변덕스런 특성에 의해 개별 생명체의 생존 자체가 난간에 매달리듯 걸리게 된다. 저 멀리 크레타처럼 아름답고 풍요로운 지중해의 사랑스런 왕자가 아니라 거세고 막막한 태평양의 방파제처럼 떠 있는 위태로운 아이가 바로 일본인 것이다. 자다가 쓰나미에 떠내려갈 수도 있고 걷다가 지진으로 땅 밑에 파묻힐 수도 있는 상황, 오늘 아침밥 맛있게 먹고 즐겁게 지냈지만 점심때는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웃다가도 머리 위를 의식해야 하고 놀다가도 발밑을 경계해야 한다. 사쿠라를 좋아하는 이유가 태생적으로 동질감이 있어서이다. 언제 활짝 폈나 싶더니 금세 사라졌구나. 그러니 사람들은 머리 위로도 발아래로도 비현실적이라도 좋으니 보호를 받고 싶다
- 「일본을 보다」 중에서, 본문 108쪽
한글로 된 신대문자가 굵은 붓글씨체로 쓰여 있는 깃발의 아래쪽에 제작년도가 ‘소화(昭和) 3년 6월 길일(吉日)’이라 적혀 있었다. 이 신대문자는세로쓰기의 한글이었고 맨 위의 글자 하나가 무엇을 쓴 것인지 식별할 수 없었으나 나머지는 거의 다 읽을 수 있었다. 이것이 이스라엘의 징표이기 때문에 한글이 곧 고대 이스라엘 왕국으로부터 신대문자라는 이름으로 일본에 전해왔다는 의미였다. 현재 남아 있는 이 깃발은 제작년도가 일본 제국주의 소화시대로 되어 있지만, 글자 자체는 B.C. 950년경에 전래된 것이라고 책에서 주장하고 있었다.
- 「한글을 닮은 일본의 신대(神代)문자」 중에서, 본문 157쪽
목차
책머리에
1부 일본 거장의 영화를 산책하다
<드라이브 마이 카>(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에 나타난 한국 관념 11
『라플라스의 마녀』(미아케 다카시 감독) 영화화에 따른 장면 선택의 요인 21
<리얼 술래잡기>(소노 시온 감독)에 나타난 존재의 감각 31
<스즈메의 문단속>(신카이 마코토 감독)과 미래의 인연 법칙 36
<괴물>(고레에다 히로카츠 감독)에 나타난 인간의 본성 51
<스파이의 아내>(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와 불안한 진실 65
일본 잔혹영화의 정신적 배경 고찰 75
2부 일본 문화의 숲을 거닐다
일본을 보다 105
개혁의 땅, 조슈와 사쓰마 123
한글을 닮은 일본의 신대(神代)문자 140
신대문자와 막말(幕末) 정한론(征韓論) 연계성 1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