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한국환경생태사를 신작소설로 읽는다 - 『소설로 읽는 환경생태사』
[북리뷰] 한국환경생태사를 신작소설로 읽는다 - 『소설로 읽는 환경생태사』
  • 이정훈 객원기자
  • 승인 2025.03.07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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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한국작가회의 소설분과 위원회 회원 소설가 18인이 힘을 합쳐 산업화 이전의 한국환경생태사와 산업화 이후의 한국환경생태사를 2권의 신작소설로 출간하여 화제가 되고 있다.

 

『소설로 읽는 환경생태사1 : 산업화 이전편』

‘소설로 읽는 한국문화사’ 제4집 1권 『소설로 읽는 환경생태사1 : 산업화 이전편』(서연바람)에는 신작 중편소설 3편, 신작 단편소설 6편을 싣고 있다.

신라 시대 해양 오염 사건을 다루고 있는, 김찬기의 중편소설 「핏빛 바다」는 알천 주변으로 몰려들어 살게 된 백성들의 생활 하수가 늘어나 생긴 인재人災임을 주장한다. 이진의 「매나간다」는 순수한 생업이었던 매사냥이 국가적 통제를 받으면서 어떤 식으로 변모해 가는지, 원나라의 내정간섭이 백성들에겐 어떤 부담으로 작용했는지, 그런 부담들이 고려 후기 민간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보여주고 있다.

경복궁 중건과 관련한 금강송 벌채를 두고 왕권을 대표하는 대원군과 신권을 대표하는 김병기의 대립 관계를 서사구조로 하고 있는, 엄광용의 「땅의 아픔, 하늘의 슬픔」은 소나무 남벌을 주제로 한 환경의 파괴를 다루고 있으며, 조선 후기로 갈수록 화전개간의 성행으로 산림은 황폐해졌는데 일제가 아름드리나무를 베어 가면서 더욱 산림은 황폐해졌다고, 묘하고 있는 정수남의 「산촌별곡」은 조선시대 화전 개간으로 인한 숲의 황폐화 문제를, 주제로 삼고 있다. 그리고 구한말을 시대적 배경으로 한, 김현주의 「어둠의 연대기」 는 구한말 조선의 개항으로 인해 발생한 전염병을 묘사하고 있으며, 일제 강점기의 금광 개발로 인한 환경파괴 문제를 주제로 삼고 있는, 유시연의 중편소설 「정선 금광」은 일본제국주의자들이 강원도 정선 산골에서 금을 채굴하기 위해 바위산을 허물고 나무를 베어내고, 다이너마이트로 바위산을 지속적으로 폭파하는 동안 야생 동물이 멸종되었고, 지하수와 지표면이 오염되어 갔다고 묘사하고 있다.

이 소설은 일제 강점기 금을 채굴하기 위해 다이너마이트로 바위산을 지속적으로 폭파하는 동안 지하수와 지표면이 오염되어 갔던 환경파괴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조선 호랑이 절멸의 전말을 서사구조로 하고 있는, 하아무의 중편소설 「범 나려온다」는 조선총독부와 경찰 등의 도움을 받아 호랑이가 출몰한다는 지리산으로 들어간 멸호군이 조선 호랑이를 죽였으나, 멸호군도 큰 피해를 입은 사실을 묘사하고 있으며, 1920-1930년대 당시 조선의 화장품 계를 풍미하며 여인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던 ‘박가분’을 소재로 한, 김주성의 단편소설 「곽씨분의 추억」은 1920-1930년대 화장품의 납 성분이 화장을 일상으로 하는 업종의 여인들에게 피부 괴사, 정신 이상 등의 부작용을 일으켜 사회문제가 되었던 ‘납 중독사건’을 묘사하고 있다.

또한 한국인 피폭자 문제를 다루고 있는, 김민주의 단편소설 「나는 히바쿠샤」는 ‘히바쿠샤被爆者’는 원폭으로 인한 피해자로 인정받은 사람을 가리키며, ‘히바쿠샤 증명서’가 있어야 국가에서 지정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묘사하고 있다.

 

『소설로 읽는 환경생태사2 : 산업화 이후편』

한편 소설로 읽는 한국문화사’ 제4집 2권 『소설로 읽는 환경생태사2 : 산업화 이후편』에는신작 중편소설 2편, 신작 단편소설 7편을 싣고 있다.

김종성의 「불의 협곡」은 아연광석을 제련해 아연괴를 생산하는 일신 그룹 청계제련소가 낙동강 최상류 청계협곡을 파괴하고, 그곳에서 대대로 삶을 영위해 왔던 원주민 사회를 폭력적으로 해체해 버려 원주민들에게 고향이라는 이름의 장소를 상실하는 아픔을 안겨주는 서사구조를 가지고 있다.

 

눈송이가 점점 굵어지고 있었다. 낙동강이 이고 있는 하늘에서는 눈이 내리지 않는데, 청계제련소가 이고 있는 하늘에서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일신눈’이었다. 줄기차게 차창에 따라붙던 청계제련소 굴뚝이 뒤로 물러서자, 눈송이가 사라졌다.

- 김종성, 「불의 협곡」, 『소설로 읽는 환경생태사2 : 산업화 이후편』, 50-51쪽


아황산가스 환경오염으로 인해 청계협곡의 낙동강이 이고 있는 하늘에서는 눈이 내리지 않는데, 청계제련소가 이고 있는 하늘에서는 눈이 내리고 있는 묘사는 충격을 준다.

정라헬의 「온산향가」는 국책 사업에 고향을 내어준 온산면 이주민의 처지와 환경오염 방지를 소홀히 하여 온산병을 야기했던 국가와 기업의 행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한다. 김세인의 「둥지 잃은 새」는 천수만의 간척지 조성으로 인해 바다를 잃어버린, 근원적인 고향을 상실한 원주민들의 아픔을 이야기하고 있다.

낙동강 페놀 수질오염 사건을 다루고 있는, 정우련의 「은어가 사는 강물」은 그 최대의 피해자는 임산부들이었다는 것을 묘사하고 있으며, 배명희의 「너무 늦지 않게」는 이 땅은 우리의 다음 세대가 살아갈 땅이며, 그들을 위해서라도 어른들이 자연과 생명을 지키는 길에서 너무 많이 벗어나지 않으면 좋겠다는 작가의 염원이 담겨 있다. 그리고 채희문의 「무지개다리 건너는 법」은 의료폐기물에 관한 틀에 박힌 규정이나 의무가 따르는 시행 방식에 관해 쓴 것이 아니라 쓰레기로 버려지는 생명을 대하는 인간의 합당한 태도를 고민해 본 것이라 할 수 있다.

밀양 송전탑 사건을 다루고 있는, 마린의 「풀잎들」은행정대집행이라는 이름으로 공권력을 동원하여 농성장을 없애버리고 송전탑 건설을 강행한다고 해서, 고향땅에서 내몰리고 공동체가 붕괴하며, 국가로부터 소외당한 쓰라린 경험조차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묘사하고 있으며, 지리산 일대에서 건설 중인 골프장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고 있는, 은미희의 「마고할미가 울었어」는 기후변화로 인해 갖가지 재앙이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는 지금 이 시대, 골프장 건설 등 생태계의 파괴는 더 큰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아직 제대로 된 한국환경생태사조차 출간되지 않은 한국 학계의 현실에서 (사)한국작가회의 소설분과 위원회 회원 소설가 9인이 힘을 합쳐 펴낸, 소설로 읽는 산업화 이후의 한국환경생태사는 우리 문학사에도 의미 있는 작업으로 남을 것이다.

 

 


 

* 《쿨투라》 2025년 3월호(통권 129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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