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상력이 AI를 만날 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리브랜딩 선언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상력이 AI를 만날 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리브랜딩 선언
  • 설재원 에디터
  • 승인 2024.07.02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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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여는 시원한 장르영화의 향연,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7월 4일(목)부터 7월 14일(일)까지 11일간 부천시 일대에서 열린다. 올해 부천영화제는 ‘콘텐츠 혁명’ 시대를 맞아 영화제 외연을 넓히며 새롭게 리브랜딩한다.

2024년을 리브랜딩 원년으로 삼은 부천영화제는 2020년대 메가 트렌드로 자리 잡은 AI가 영상 제작에 미치는 영향을 화두로 던진다.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흑백에서 컬러로, 평면 화면에서 입체 화면으로 변화와 혁신을 거친 영화는 늘 새로운 기술을 흡수하며 자신의 영토를 확장해 왔다. 이제 AI를 마주한 영화는 인공지능을 품고 기존의 제약을 뛰어넘어 더 멀리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다. 정지영 조직위원장은 “올해는 영화제의 새로운 도약이 될 특별한 해가 될 것”이라며 “AI와 더불어 다양한 프로그램, 관객 이벤트를 꾸린 만큼 관객·시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축제를 준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정지영 조직위원장

AI 시대에 맞춰 부천영화제는 올해 ‘부천 초이스: AI 영화’ 섹션에 대한민국 국제영화제 최초로 AI영화 국제경쟁 부문을 신설했고, AI영상 제작과 관련된 최신 정보와 전 세계 전문가들이 서로 교류하는 ‘BIFAN+ AI 국제 콘퍼런스’를 개최한다. 또한, 인공지능 실체와 가능성을 확인하고 새롭게 도전할 기회를 제공하는 해커톤 형식의 ‘BIFAN+ AI 필름 메이킹 워크숍’도 열린다. 신철 집행위원장은 “AI가 상상력과 만난다면 최소한의 비용으로 세계와 만날 수 있는 혁신적인 도구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창작자들에게 새로운 창작 프로세스를 알려주어 인재들을 탄생시키겠다”고 기대감을 높였다.

신철 집행위원장

개막작과 폐막작
〈러브 라이즈 블리딩〉과 〈구룡성채: 무법지대〉

올해 영화제는 부천아트센터에서 개막식을 개최한다. 지난해 5월 개관한 부천아트센터는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영국 바비컨 센터, 프랑스 퐁피두 센터 등을 설계한 영국 에이럽ARUP사가 음향 설계를 맡아 국내 최고 수준의 건축 음향 시설을 갖춘 부천시의 새로운 랜드마크이다. 올해는 개막식을 비롯해 레드카펫, 리셉션, 주요 행사 등을 부천아트센터에서 진행하며, 특히 전야제 행사로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영화음악 콘서트가 준비되어 있다.

올해의 개막작은 로즈 글래스의 네오 누아르 로맨틱 스릴러 다크 코미디 작품 〈러브 라이즈 블리딩Love Lies Bleeding〉이다. 올해 선댄스영화제 미드나잇 섹션에서 첫 선을 보인 〈러브 라이즈 블리딩〉은 베를린영화제와 글래스고영화제 등 유수의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고, 마침내 부천영화제를 통해 국내에 상륙한다.

개막작 〈러브 라이즈 블리딩〉

〈러브 라이즈 블리딩〉은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가정에서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루(크리스틴 스튜어트 분)와 그녀 앞에 갑자기 나타난 잭키(케이티 오브라이언 분)가 서로에게 단번에 빠져들며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휩싸여 살인을 저지르는 범죄 로맨스 작품이다. 4년 전 장편 데뷔작 〈세인트 모드〉로 ‘부천 초이스: 장편’감독상을 수상했던 로즈 글래스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욕망과 폭력의 충돌을 감각적으로 표현해 냈고, 거친 에너지와 화려하지만 특유의 퇴색한 이미지와 팝 음악을 매력적으로 조합해 80년대 범죄 로맨스 영화 분위기를 완벽히 재현했다. 특히, 주연을 맡은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케이티 오브라이언은 사랑과 욕망, 뒤틀린 유머 및 통제할 수 없는 관계에서 허우적대는 인간의 희로애락을 깊은 내면 연기로 담아내, 이 통렬한 풍자극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폐막작은 정 바오루이 감독의 〈구룡성채: 무법지대Twilight of the Warriors: Walled In〉이다. 올해 칸영화제 미드나잇 섹션에서 압도적 극찬을 받은 〈구룡성채〉는 화려한 액션의 향연을 선보이며 홍콩 액션영화의 계보를 잇는 작품이다.
1980년대 세계적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한 홍콩에는 수많은 화교들이 해외로부터 흘러들면서 사회·경제적으로 혼돈의 시기를 맞이했다. 그리고 당시 홍콩에서 가장 위험하고 불가사의한 무법지대가 바로 구룡성채였다. 기괴하고 미로 같은 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사나이들의 액션 활극은 과거 홍콩영화 전성기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폐막작 〈구룡성채: 무법지대〉

전설을 만나는 시간
두기봉, 미타니 코키, 로저 코먼

올해 마스터클래스의 주인공은 ‘홍콩 누아르’의 대가 두기봉과 일본 코미디영화를 대표하는 거장 미타니 코키, 최근 세상을 떠난 미국 B급 영화의 대부 로저 코먼이다. 베테랑 제작자이자 장르영화의 대가인 두기봉은 이번에 4K로 새롭게 리마스터링한 〈용호방〉 상영과 함께 ‘장르가 두기봉을 만났을 때’라는 이름으로 마스터클래스를 선보인다. 이번 마스터클래스에서는 특유의 스타일로 ‘홍콩 누아르’의 새로운 지평을 연 그의 스타일과 미학성을 살펴볼 예정이다.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일본 최고의 희극지왕 미타니 코키는 ‘미타니 코키의 인생 대극장’이라는 이름으로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한다. 따뜻한 인간애와 유쾌한 웃음을 결합하여 자신만의 ‘미타니 월드’를 펼쳐온 그는 부천을 찾아 〈멋진 악몽〉, 〈갤럭시 가도〉, 〈기억에 없습니다〉 등 대표작을 상영하며 자신의 작품세계를 이야기할 예정이다.

한편 올해의 마스터클래스 섹션에서는 지난 5월 98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 미국 B급 영화의 아이콘 로저 코먼을 추모하는 시간을 갖는다. ‘컴퍼니로서의 작가: 로저 코먼이 우리에게 남긴 것’이라는 타이틀로 진행되는 이번 마스터클래스는 〈흡혈식물 대소동〉과 〈더 테러〉 연속 상영 이후 유운성 평론가의 강의로 구성되어 있으며, 로저 코먼의 ‘컴퍼니’가 어떤 방식으로 영화라는 ‘흐름’에 길을 놓았는지 심도 있게 살펴본다.

〈갤럭시 가도〉 Still

독.보.적. 손예진

매해 한국영화의 오늘을 대표하는 ‘배우 특별전’ 올해의 주인공은 ‘독.보.적One and Only’ 손예진이다. 부천영화제는 2017년부터 동시대 한국영화를 이끄는 대표 배우를 선정해 ‘배우 특별전’을 진행해왔고, 지난해까지 전도연, 정우성, 김혜수, 설경구, 최민식 등의 특별전을 개최한 바 있다.

〈클래식〉 Still_자료제공 한국영상자료원

올해의 주인공 손예진은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수많은 캐릭터를 통해 자신만의 매력을 내뿜으며 대중을 사로잡았다. 그의 23년 영화 인생을 한마디로 축약한 ‘독.보.적. 손예진’ 특별전에서는 그의 대표작 〈클래식〉,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아내가 결혼했다〉, 〈오싹한 연애〉, 〈비밀은 없다〉, 〈덕혜옹주〉 6편을 만날 수 있고, 배우 기념 책자 발간 및 메가 토크와 사진전 등의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 《쿨투라》 2024년 7월호(통권 121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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