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장재현 감독] ‘청년정신’으로 한국영화의 재부흥 꿈꾸다: 제2회 최인호청년문화상 수상자 장재현 감독
[인터뷰 - 장재현 감독] ‘청년정신’으로 한국영화의 재부흥 꿈꾸다: 제2회 최인호청년문화상 수상자 장재현 감독
  • 양경미 영화평론가
  • 승인 2024.10.08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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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어 양경미 영화평론가 사진 설재원
2024년 9월 13일 14:00 합정 마인드 비

 

제2회 ‘최인호청년문화상’은 장재현 영화감독에게 돌아갔다. 2015년 첫 장편 〈검은 사제들〉로 데뷔한 그는 오컬트 장르로는 불모지에 가까웠던 한국영화에 새 지평을 열였다. 장 감독은 한예종(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의 졸업작품이었던 단편 〈12번째 보조사제〉를 장편으로 확장시킨 〈검은 사제들〉로 데뷔한 이후 줄곧 오컬트 영화에 매진했다. 2019년에는 〈사바하〉를 선보였고, 2014년에는 세 번째 작품인 〈파묘〉가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오컬트 영화를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이로써 그는 작품성은 물론 흥행까지 성공한 감독으로 입지를 다졌다. 올해 영광의 수상자인 장재현 감독을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장재현 감독 영화감독이자 각본가.

단편영화 〈겁장이 가족〉(2005) 〈시시한 멜론〉(2008) 〈도마도 주스〉(2008) 〈인도에서 온 말리〉(2009) 〈버스〉(2010) 〈12번째 보조사제〉(2014), 장편영화 〈검은 사제들〉(2015) 〈사바하〉(2019) 〈파묘〉(2024) 연출.

방송통신위원회 방송대상 시청자 제작부문 우수상(2011),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부문 감독상(2014), 미쟝센단편영화제 절대악몽부문 최우수작품상(2014), 대구단편영화제 대상(2014), 파리한국영화제 FlyAsiana 최우수단편상(2014), 디렉터스컷 어워즈 올해의 신인감독상(2016),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감독상(2024) 수상.

 

수상소감

“먼저 수상의 영광을 안겨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그동안 많은 영화 관련 시상식에서 수상을 해봤지만 ‘최인호청년문화상’처럼 문화계에서 받은 적은 처음이라(웃음) 과연, 내가 이런 상을 받을 자격이 있나?고민을 했다. 제가 1981년생으로 올해 44세인데 나이로 보면 청년이 아니다. 그럼에도 ‘청년’이라는 말에 기분이 좋았다.”

“또 한편으로 심사평을 읽으면서 부담감이 컸다. 심사위원께서 쓰신 심사평에서처럼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대중적이면서도 그것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추구하며 문화지평을 넓힌 감독’이라는 문구가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했다. 앞으로 더 성실히 새롭게 진짜 영화 잘 만들어야겠구나 싶었다.(웃음)”

 

“영화를 처음 시작할 때, 한 편 두 편 작업할 때만 해도 남들이 하지 않는 그런 새로운 것들을 만드는 데 재미가 있었다.(웃음) 그런 마음이 컸던 것 같다. 그런데 세 번째 영화 〈파묘〉를 작업하면서 조금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돌이켜보면 처음 영화를 시작할 때보다 확실히 마음가짐이 달라지고 있다. 무슨 말인가하면 영화를 만들면서 창작자의 마인드보다 영화를 산업적인 논리에서 만들어야 하는 즉, 점점 영화업자가 되고 있다는 느낌을 스스로 받고 있었다. 영화가 산업이라는 것을 간과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고 그것이 현실이다. 그런 와중에 이런 상을 받게 되어 나 자신을 환기시키고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어 감사하게 생각한다.”

 

 

<파묘> (주)쇼박스 제공

오컬트 영화 장르의 시작과 영화 〈파묘〉

“2015년 〈검은 사제들〉에서는 악마가 깃든 고등학생 소녀를 위해 구마의식을 하는 신부들의 이야기를 그렸고 2019년 〈사바하〉에서는 신흥종교의 비리를 쫓는 목사의 이야기를 담았다. 2024년 〈파묘〉에서는 잘못 쓴 조상의 묫자리로 인해 한 가족에게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는 과정을 풀어냈다. 많은 사람들이 일부러 무섭게 만드는 것인지 묻는 경우가 많지만 전혀 의도된 것이 아니다. 저는 기질 자체가 재미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재미있는 장르 영화를 만들려고 고민하고 재미있는 이야기와 장면을 생각하다 보면 그 안에서 주제나 스토리가 만들어진다.”

 

“제 영화에는 경험담이 상당히 많이 녹아져 있다. 국민학교를 다니던 시절 경상북도 영주가 시로 승격되기 전에는 멧돼지가 돌아다녔고, 2미터가 족히 되는 매가 사람을 위협하기도 했다.(웃음) 그때 살았던 ‘경상북도 영풍군 평읍면 금강리 관사골’ 정말 말도 안 되는 시골이었는데 그곳에서 5학년 때까지 살았고 그 시절을 보낸 것이 내게 큰 영향을 주었다. 동네에는 음기가 많아 자주 굿판이 벌어졌고 어린시절 굿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 굿을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스토리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집안이 기독교를 믿었지만 큰어머니는 무속인이 되기도 했다. 이런 모습들을 많이 보고 자라서인지 거부감보다는 호기심이 많았던 것 같다.(웃음) 작품에서 볼 수 있듯 영적인 세계, 초자연적인 세계, 종교적인 문제 등은 유년 시절의 영향이 컸던 탓이며 영화 〈파묘〉는 그런 기억들이 집약적으로 녹여진 작품으로 재미있게 이야기를 만들면서 자료 조사를 했고 빌드업하면서 하나의 이야기가 완성된 것이다.”

 

 

2015년 첫 장편 〈검은 사제들〉로 데뷔한 그는 오컬트 장르로는 불모지에 가까웠던 한국영화에 새 지평을 열였다. 장 감독은 한예종(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의 졸업작품이었던 단편 〈12번째 보조사제〉를 장편으로 확장시킨 〈검은 사제들〉로 데뷔한 이후 줄곧 오컬트 영화에 매진했다. 2019년에는 〈사바하〉를 선보였고, 2014년에는 세 번째 작품인 〈파묘〉가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오컬트 영화를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파묘〉를 개봉하려고 할 때 나는 일반대중은 포기하려고 했다. 그저 오컬트 장르를 좋아하는 마니아층만을 겨냥했다. 작품을 보면 알다시피 영화는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뉘는데 전반부는 미스터리의 장르적 재미 즉, 오컬트 영화의 클리셰를 넣어 대중들을 위한 서비스 차원에서 영화의 재미를 주었다. 후반부에는 작가적 욕망이 드러난 부분이며 대중성을 포기하고 마니아층을 챙긴 부분이다. 나는 새로운 장르를 찾아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아니다. 같은 장르에서 다양한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라 같은 장르지만 새로운 것들을 보여주기 위한 시도를 이 작품에서 했다.

 

 

영화 〈파묘〉의 대중적 성공

“솔직히 작품의 성공을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다. 영화 작업을 하면서 돈을 벌겠다는 생각도 해보지 않았다. 작업하는 게 좋고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좋아서 영화작업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영화라는 것이 대규모의 자본이 들어가고 또 수익을 창출해야 다음 작품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솔직히 흥행성을 고려하고 수익을 고려하는 척을 해야 하는 경향도 없지 않다.(웃음) 그러나 앞서 말했듯 무엇보다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겠다는 생각은 어떻든 변함이 없는데 그런 진심이 대중에게 어필했나 싶다.”

 

<사바하> CJ엔터테인먼트 제공

“평단에서는 전작인 〈사바하〉를 더 많이 평가해 주는데 그에 비해 대중의 선택은 〈파묘〉로 쏠렸다. 영화 흥행에는 여러 요건이 필요하지만 운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먼저 〈서울의 봄〉이 극장가의 분위기를 달궈주었고 그 기세를 몰아서 제 영화가 개봉하면서 관객들의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만들 때부터 흥행성과 대중성을 고려한 것은 아니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작품 속의 항일코드는 처음부터 의도했던 바는 아니다. 파묘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타고 들어가다가 만나는 것이 그 소재와 맞물린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민감한 소재를 넣어 관객을 유도했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영화제작을 하는 데 있어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은 이것 때문에 모두 거부반응을 보였다.”

 

“〈파묘〉 작품을 진행할 때 투자부터 개봉 직전까지 손익분기를 넘길 수 있을지 없을지 노심초사했다. 개봉 시기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파묘〉를 개봉하려고 할 때 나는 일반대중은 포기하려고 했다. 그저 오컬트 장르를 좋아하는 마니아층만을 겨냥했다. 작품을 보면 알다시피 영화는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뉘는데 전반부는 미스터리의 장르적 재미 즉, 오컬트 영화의 클리셰를 넣어 대중들을 위한 서비스 차원에서 영화의 재미를 주었다. 후반부에는 작가적 욕망이 드러난 부분이며 대중성을 포기하고 마니아층을 챙긴 부분이다. 나는 새로운 장르를 찾아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아니다. 같은 장르에서 다양한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라 같은 장르지만 새로운 것들을 보여주기 위한 시도를 이 작품에서 했다.”

 

“영화에서는 쇠말뚝이니 항일코드가 실제로 나타나지 않는다. 우리의 아픈 역사를 떠올리는 항일코드가 전반적으로 녹여져 있다지만, 지금과 같은 반응을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대중에게 논란을 야기시키며 관심이 집중됐지만, 의도는 전혀 달랐다. 오히려 후반부는 작품의 대중성, 흥행성이 고려되지 않았다. 오컬트가 워낙 비인기 장르인 데다가 호불호가 갈리기 때문이다. 관객 수가 천만이 된 것은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영화에 대한 생각과 향후 계획

<검은 사제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는 필연적으로 산업과 맞닿아 있지만, 작가주의 예술영화의 지원과 개발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미장센단편영화제 때문에 회의에 다녀왔다. 미장센단편영화제는 장르의 상상력을 기발하게 드러내는 재기발랄한 작품을 발굴하는 영화제다. 한국 영화감독들을 중심으로 영화제가 진행됐는데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중단되었다가 지금은 영화제가 폐지된 상태다. 나홍진, 조성희, 엄태화 감독이 미장센단편영화제를 통해 영화에 데뷔했고 저 역시 〈12번째 보조사제〉라는 단편으로 ‘절대악몽부분 최우수상’을 받은 뒤 바로 장편화 제의를 받아 〈검은 사제들〉을 만들 수 있었다.”

 

“해외에서는 한국영화가 인기를 얻고 있지만 안에서는 위기론이 돌고 있다. 2000년대 한국영화 르네상스 시기 박찬욱, 봉준호, 김지운 등 유명 감독이 배출되었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차세대 감독들이 등장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지금 30-40대는 한국영화 르네상스 시기에 영화를 공부했지만 지금은 데뷔도 힘들고 제작도 힘들어지고 있다. 그래서 영화제로 수혜를 얻었던 감독들이 의기투합해서 다시 한번 한국영화의 활력을 불어넣고 차세대 신인 감독 배출을 위해 노력하고자 모였다. 세계적으로 한국영화가 선전하고 있는데 다음을 이끌어갈 신인 감독이 부재한 것이 큰 위기다.”

 

<파묘> (주)쇼박스 제공

“국내에서 영화 작업은 시나리오와 연출력을 겸비해야 한다. 시나리오를 쓸 줄 알아야 감독으로 데뷔가 가능하다. 영화작업에서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 없겠지만 기본적인 것은 시나리오를 쓸 줄 아는 것이고 다음이 연출력이라고 생각한다. 〈검은 사제들〉의 경우 처음 해보는 장르에 경험도 부족해서 아쉬움이 많았다. 너무 평이하게 만들어졌다. 스태프들의 비용이나 현장에서의 디렉션도 기계적으로 한 것 같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현장을 이해하게 됐고 연출도 늘었다는 것을 느낀다. 영화 〈파묘〉의 경우 비교적 연출이 잘 된 작품인 것 같다. 그리고 그만큼 힘도 많이 들어갔다. 시나리오 작업은 혼자서도 가능하지만 현장에서 연출은 쉽지않다. 글을 쓸 때가 가장 행복하고 영화를 준비할 때가 가장 즐겁다. 차기작도 준비 중이고 무엇보다 미장센단편영화제를 부활시켜 한국 영화산업에 활기를 불어넣고 싶다.”

 

“최인호 작가의 ‘청년정신’에 초점이 맞춰진 ‘최인호청년문화상’ 수상을 영광으로 생각하고 이렇게 고귀한 선물을 주심에 감사드린다. 더 잘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청년정신’을 살려 앞으로 정진해서 좋은 작품으로 보답하겠다. 더불어 청년정신으로 무장한 신인감독들이 많이 등장해 한국영화가 재부흥하기를 꿈꾸어 본다.”

 

짧은 시간 동안 재미있고 유익한 이야기를 전해 준 장재현 감독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양경미 영화학박사, 영화평론가. 연세대학교 겸임교수,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직무대행 역임.

 

* 《쿨투라》 2024년 10월호(통권 124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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