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최인호청년문화상] 수상소감
[제2회 최인호청년문화상] 수상소감
  • 쿨투라 cultura
  • 승인 2024.10.17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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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 이광호(위원장) 유성호 김태훈 양경미

운영위원 이장호(위원장) 배창호 김규헌 손정순

 


 

제2회 최인호청년문화상 시상식
 

2024년 9월 25일(수) 오후 6시 30분

북아현아트홀

 


 

주최·주관 쿨투라문화예술연구소 후원 서대문구

 

제2회

최인호청년문화상

심사평

제2회 ‘최인호청년문화상’에는 문학, 영화, 음악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심사를 맡아 청년문화 정신 에 가장 가까우면서도 최근 탁월한 성취를 이룬 작가, 감독, 예술인을 후보 명단에 올렸다. 그리고 깊은 고민 끝에 최인호청년문화상의 취지에 가장 맞는 분을 선정할 수 있었다.

‘최인호청년문화상’은 최인호 작가 타계 10주기에 맞춰 지난해 제정되었다. 선생의 문학과 문화예술에 대한 순수한 뜻을 기리면서 청년문화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것이다. 그가 선언 한 청년문화란 대중적이면서도 그것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추구하며 문화의 지평을 넓히는 것을 말한다. 이에 심사위원들은 온·오프라인으로 심사를 진행하면서 열띤 토론을 거듭한 결과 제2회 최인호청년문화상에 시나리오와 연출 작업을 함께하며 빛나는 성과를 이뤄낸 장재현 감독에게 영광을 돌렸다.

장재현 감독은 오컬트 장르 불모지에 가까웠던 한국 영화에 새 지평을 열었다. 오컬트 영화 란 판타지 및 미스터리와는 조금 다르게 주술이나 유령 등 신비하고 초자연적, 영적인 현상을 탐구한다. 영화 〈엑소시스트〉 〈오멘〉과 같이 서구에서는 이미 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오컬트지만, 그동안 한국에서는 비교적 생소한 장르로 치부되었다. 한국 오컬트 영화의 효시는 1975년 이장호 감독의 〈너 또한 별이 되어〉라 할 수 있다. 멜로와 오컬트가 맞물린 이 작품은 신들린 딸을 치료하기 위해 심령학자의 도움을 받는 이야기이다.

1998년 퇴마사들과 악마의 사투를 그린 〈퇴마록〉이 개봉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오컬트 장르를 알린 영화는 2015년 장재현 감독의 데뷔작 〈검은 사제들〉이라 할 수 있다. 이후 장재현 감독은 〈사바하〉 〈파묘〉에 이르기까지 오컬트 영화 3편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작품성과 흥행 모든 면에서 성공한 감독으로 입지를 다졌다. 한국 고유의 풍습을 녹여낸 〈파묘〉는 수상한 묘를 이장하는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이 벌이는 기이한 사건을 다룬 영화이다. 특히 오컬트 영화로는 처음으로 천만 관객을 동원하면서, 마이너 비주류 장르를 국내는 물론 해외에까지 알리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처럼 작가로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대중과 소통하며 끊임없이 발전·성장해나가는 장재현 감독이야말로 진정한 청년문화 정신을 이어나가는 창작자라고 할 수 있다. 수상을 축하드리며 최인호 선생이 걸어 온 작가로서, 감독으로서의 길을 장재현 감독이 그 이상으로 성취해 나가길 바라 마지않는다.

심사위원 이광호(위원장), 유성호, 김태훈, 양경미

 

제2회

최인호청년문화상

수상자

장재현Jang Jae-hyun

영화감독이자 각본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중퇴.

단편영화 〈겁장이 가족〉(2005) 〈시시한 멜론〉(2008) 〈도마도 주스〉(2008) 〈인도에서 온 말리〉(2009) 〈버스〉(2010) 〈12번째 보조사제〉(2014), 장편영화 〈검은 사제들〉(2015) 〈사바하〉(2019) 〈파묘〉(2024) 연출.

방송통신위원회 방송대상 시청자 제작부문 우수상(2011),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부문 감독상(2014), 미쟝센단편영화제 절대악몽부문 최우수작품상(2014), 대구단편영화제 대상(2014), 파리한국영화제 FlyAsiana 최우수단편상(2014), 디렉터스컷 어워즈 올해의 신인감독상(2016),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감독상(2024) 수상.

 

제2회

최인호청년문화상

수상소감

상을 받는다는 건 다시 한번 내 자신과 나의 작품을 돌아보는 기회가 된다. 내가 과연 그럴만한 작품을 만들었나? 또 내가 상을 받을 만큼 뭔가를 한 건가? 그러면서 저절로 후보에 오른 다른 사람들과 작품들을 예상하고는 스스로 작아지는 시간을 갖는다. 항상 부족하다. 언제쯤 상을 받을 때 떳떳할 수 있을까? 이런저런 소심한 생각을 하며 몇 년 동안 작품에 몰두했던 내 모습과 시간을 조금씩 돌아보게 되었다.

영화를 한 편 세상에 내놓는다는 건 아주 복잡하고 고된 시간의 연속이다. 마치 커다랗고 투박한 바위를 조금씩 깎고 깎아서 손톱만 한 작은 조각을 만들어 내는 것 같다. 그 속에는 큰 자본을 지원해 주고 하나 마나 한 조언을 무차별하게 던져주는 투자사. 마치 이번이 마지막 작품인 듯 예민하기 그지없는 유명한 배우들. 최선을 다해주지만, 결정적인 순간 한 발짝 물러나는 얄미운 스태프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흡혈귀처럼 여러 가지 권모술수로 사람들의 재능을 빨아먹는 감독이 있다. 이게 영화를 만드는 시간이다.

시나리오를 작업할 때는 마치 세상의 모든 걱정을 안고 있듯 미간에 주름을 잡고 사람들과 세상을 바라본다. 고독한 예술가가 되어 대상이 없는 이상한 복수심과 세상을 평정할 것이라는 자만심의 교차로 매일을 살아간다. 그러다 극장에 계속 올라오는 신작 영화들을 바라보며 조바심에 결국 덜 완성된 이야기로 돈과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고독한 예술가는 출항하는 배의 선장이 되어 곧 폭풍우가 칠 것 같은 먹구름이 가득한 바다로 작품을 출항시킨다.

당연히 바로 폭풍우가 몰아친다. 선장은 흔들리는 배에서 간신히 키를 잡고 사람들에게 소리친다. ‘항로에는 이상이 없다! 계속 노를 저어라!’ 사실 나도 잘 모른다. 근데 배는 어딘가로는 도착은 해야 한다. 아니나 다를까 계속되는 폭풍우가 적응될 무렵 멀리 육지가 보인다. 그리고 감독은 또 소리친다. ‘그래…, 바로 여기가 맞다! 제대로 도착했어!’ 어리둥절한 선원들. 여기가 아니라고 소리치는 선원들. 여기도 나쁘지 않다고 고개를 끄덕이는 선원들. 그 모두를 뒤로하고 의기양양하게 완성된 작품을 바라보는 감독. 웃고는 있지만 속으로는 항상 똑같이 말한다. ‘이번에도 망했다’ 그렇게 항상 부족하다. 흥행을 하든 상을 받든 언제나 부끄럽다. 그런데…, 그래서…, 다시 다음 작품을 구상한다. 다시 미간에 주름 잡고 알 수 없는 복수심과 자만심으로 다시 다음 항해를 준비한다. ‘이번에는 제대로 도착할 것이다. 두고 봐라.’

이렇게 부족한 저에게 최인호청년문화상이라는 귀한 상을 주신 운영위원·심사위원들과 관계자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더 좋은 작품을 만들라는 격려라 생각하겠습니다. 그리고 제 영화를 만들어 주시고 또 저라는 부족한 감독을 도와주신 모든 배우분들과 스태프들…. 그리고 가족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 《쿨투라》 2024년 9월호(통권 123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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