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정치] 예술은 정치적일 수 있을까?
[예술-정치] 예술은 정치적일 수 있을까?
  • 최선희(초이앤초이 갤러리 대표)
  • 승인 2024.08.28 14: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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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적인 익명의 예술가 뱅크시

얼굴 없는 익명의 예술가 뱅크시가 이 달에 일주일간 런던의 여러 장소에 7개의 벽화를 그리면서 전 세계적으로 이에 대한 뉴스가 쏟아졌다. 염소와 코끼리, 고릴라 등을 주제로 그려진 이 벽화들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이 그림들의 숨겨진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열띤 토론들이 오가고 있다. 많은 이들이 그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또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 등의 정치적인 이슈들과 소외 받는 계층들의 불안한 삶을 표현한 것이라는 추측을 내어 놓았을 때 정작 뱅크시 자신은 대변인을 통해 “인간은 파괴나 부정적인 것보다 유쾌한 놀이를 창조할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사람들에게 예기치 못했던 즐거움을 선사하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그가 밝힌 의도는 의외로 단순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정치적인 메세지를 강하게 표현하고 수 많은 이들과 이를 공유하는 예술가를 꼽는다면 단연코 뱅크시를 떠올리게 된다. 그는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와 화합을 소망하며 인류의 휴머니즘이 나아갈 길에 대해 그의 작품을 통해 이야기해왔다. 대포에서 포탄 대신에 꽃들이 쏟아져 나오거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가로막은 장벽에 벽이 뚫리고 아이가 모래 장난하는 그래피티를 그려서 두 나라의 화해를 염원하기도 했다. 또 시리아 내전을 피해 목숨을 걸고 바다로 탈출하는 난민들을 돕기 위해 직접 선박을 구입하였고 이 구조선으로 수 많은 난민들의 생명을 구했다. 그의 작품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통역이 필요 없는 만국 공용어가 되어 널리 퍼져 나가며 그는 그 어떤 정치인보다도 존경 받아왔다.

이쯤에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예술은 정치적일 수 있을까? 예술가의 언어가 그것이 어떤 형태이건 세상을 향한 예술가들이 지닌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면 결국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적인 언어가 될 수 있고 이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정치와 사회 비판, 새로운 시각을 여는 예술가들
그리고 비엔날레

60회 베니스 비엔날레, 그 어느 비엔날레보다도 원주민이나 난민, 퀴어 문제 등의 정치적인 메세지를 담긴 작품들이 주를 이루었다. 사진: 필자 제공

올해로 60회를 맞은 베니스비엔날레야말로 예술가들이 담은 정치적, 사회적 메세지들을 가장 가깝게 접할 수 있었던 행사였다. ‘이방인은 어디에나Foreigners Everywhere’라는 제목으로 88개국 331명의 작가가 참여한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서구 열강의 식민 지배를 받으면서 삶을 강탈당한 원주민, 살던 땅을 떠나 타향을 떠도는 이민자와 망명자, 주류 서사에서 배제돼 기록조차 되지 않은 퀴어와 여성 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였다. 또한 그동안 서구 중심의 시각으로 발전해왔던 비엔날레에서 글로벌 남반구의 목소리가 두드러지면 전 세계적으로 논의되어야 하는 다각적 주제들에 대한 담론들이 오갔고 이는 불가피하게 많은 정치적 이슈들과 맞닿아 있었다.

국가관 황금사자상의 영예는 호주 원주민 출신의 작가 아치 무어(54)가 대표한 호주관에게, 작가를 대상으로 수상하는 최고 작가상인 황금사자상은 뉴질랜드 마오리족 여성 작가로 구성된 ‘마타호 컬렉티브’가 받으면서 글로벌 미술계에서 비주류로 간주되었던 예술가들의 작품들이 주목을 받게 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미국의 휘트니 미술관이나 영국의 테이트 모던과 같은 유명 미술관에서 전시하는 서양 작가가 아닌 원주민 여인들의 노동으로 만들어지는 작품을 선보이는 원주민 출신 작가들이 미술계에서 주목을 받는다는 것은 지구 구석 구석에 존재하는,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곳의 많은 삶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기에 그 의미가 크다.

 

아이웨이웨이와 아니쉬 카푸어의 담론

몇 년 전에 중동 지역 알자지라 방송국에서는 두 명의 인물을 초대해서 대화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했는데 한 번은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현대미술 작가인 아이웨이웨이艾未未와 아니쉬 카푸어가 나왔다. 마침 이 둘은 ‘예술은 정치적일 수 있는가?’라는 주제로 매우 흥미로운 대화를 나눴다.

 

본 기사의 전문은 추후 공개됩니다.

 

 


최선희 초이앤초이 갤러리 대표. 한국에서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한 후 런던 크리스티 인스티튜션에서 미술사와 예술 경영 디플로마 과정을 졸업하고 나서 유럽의 미술계를 두루 겪음. 초이앤초이 갤러리를 공동 설립하기 전 10년간 독립 큐레이터, 아트 저널리스트, 아트 컨설턴트로서 활동. 현재 스위스에 거점을 두고 한국과 유럽의 오가며 글로벌 미술계에서 일하며, 갤러리 경영 외에도 한국의 다양한 매체에 미술 관련 글을 기고하고 미술 관련 강의하며 문화 예술 분야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공유하고 있음.

 

* 《쿨투라》 2024년 9월호(통권 123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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