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투라 프리즘] 대한민국은 지금 ‘챌린지 열풍’
[쿨투라 프리즘] 대한민국은 지금 ‘챌린지 열풍’
  • 이은주(서울신문 기자)
  • 승인 2024.09.03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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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탕 후루후루, 탕탕 후루루루루~’

 

‘마라탕후루 챌린지’에 대해 들어보신 적 있나요. 그렇다면 당신은 요즘 트렌드 꽤 민감한 편에 속합니다.

〈마라탕후루〉는 초등학생 유튜버 서이브(12)가 올봄에 발표한 노래입니다. 그런데 이 곡의 댄스 챌린지 영상이 갑자기 각종 소셜 미디어의 알고리즘을 장악하며 역주행하기 시작했죠. “선배 마라탕 사주세요! 혹시 탕후루도 같이?”라고 시작하는 이 노래는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댄스가 특징입니다.

연예인과 인플루언서들도 앞다퉈 ‘마라탕후루’ 챌린지를 유튜브나 다른 소셜 미디어에 올렸는데 가수 김범수가 커버한 ‘마라탕후루’ 챌린지는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등 총 2,000만뷰의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김범수가 자신의 유튜브에서 초등학생의 노래를 지나치게 고퀄리티 챌린지를 한 부분이 반전 매력을 불러일으켰죠. 국내는 물론 일본, 대만 등 해외 크리에이터들도 ‘마라탕후루’ 챌린지에 도전했습니다.

대한민국은 지금 ‘챌린지 열풍’에 푹 빠졌습니다. 숏폼 콘텐츠(짧은 동영상)를 중심으로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요즘엔 하나의 ‘디지털 놀이 문화’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하나의 미션에 도전한 챌린지를 보면 묘한 동질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동시에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사람들의 홍보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요즘은 유튜브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한 바이럴(입소문)이 워낙 강력한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죠.

챌린지 문화에 가장 먼저,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바로 가요계였습니다. 가수 지코는 2020년 신곡 〈아무노래〉를 발표하면서 소셜 미디어에 포인트 안무를 여러 가수들이 따라하는 ‘아무노래 챌린지’를 올렸는데, 이후 각종 차트 1위에 오르면서 숏폼 챌린지는 신곡 홍보의 필수가 됐습니다.

요즘은 신곡 홍보의 채널이 음악 방송이 아니라 유튜브나 틱톡 등 디지털 미디어가 중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챌린지가 뜨면 노래도 유행할 확률이 높고 챌린지가 인터넷상에서 유행하는 문화인 ‘밈meme’이 되면 문화적 파급력이 더 크고, 오래 갈 수도 있습니다. 최근 각종 음원차트 1위를 차지했던 걸그룹 에스파의 〈슈퍼노바〉의 댄스 챌린지에는 많은 걸그룹들은 물론 예능인 유재석과 하하, 양산시 홍보팀 같은 공무원까지 참여했습니다.

챌린지 문화는 꼭 숏폼에 익숙한 잘파 세대(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자)의 전유물만은 아닙니다. 요즘은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챌린지에 참여하는 중장년층도 많습니가. 가수 임영웅은 지난 5월 발표한 신곡 〈홈〉에 맞춰 유튜브에 짧은 댄스 챌린지 영상을 올렸는데 동작이 쉽고 간단해 “국민체조 같다”는 반응과 함께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그의 팬클럽인 ‘영웅시대’의 중장년 팬들은 상암동경기장에서에서 초대형 〈홈〉 댄스 챌린지를 펼치기도 했죠,

임영웅 〈홈〉 챌린지

그래서 요즘은 아이돌 가수들 사이에서 ‘챌린지 품앗이’가 인기입니다. KBS 〈뮤직뱅크〉나 SBS 〈인기가요〉 같은 음악 방송 쉬는 시간에 아이돌 그룹들이 서로 신곡 챌린지를 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는데요. 방송국에서 아예 챌린지존은 물론 큰 스피커와 전용 카메라까지 마련해 놓을 정도입니다. 개그우면 겸 가수 조혜련은 음악방송 대기실에서 후배들과 함께 한 〈빠나나날라〉 챌린지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죠.

특히 챌린지에 예상치 못한 의외의 인물들이 등장할 때 쏠쏠한 재미를 느끼게 됩니다. 가수 박남정이 자신의 딸이 걸그룹 스테이씨의 시은과 함께 〈버블〉 댄스 챌린지에 나서거나 가수 윤상이 아들인 라이즈의 멤버 앤톤의 〈붐붐 베이스〉 챌린지에 참여한 것이 대표적이죠.

아이브 레이의 〈티라미수 케이크〉 챌린지

최근 소셜 미디어를 강타한 〈티라미수 케이크〉처럼 챌린지는 과거의 노래도 ‘강제 소환’하는 강력한 능력이 있는데요. 이 곡은 인디밴드 위아더나잇이 2015년에 발매한 노래로 “티라미수 케이크~”라고 반복되는 후렴구와 단순하고 귀여운 댄스 동작이 중독성이 있습니다. 배우 김성철, 가수 10CM 등이 부른 뒤 수많은 셀럽들이 ‘티라미수 케이크 챌린지’에 참여하면서 이 노래는 역주행했습니다.

이례적으로 방송사 한파 리포트에서 비롯된 ‘꽁냥이 챌린지’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한 방송기자가 “꽁꽁 얼어붙은 한강 위로 고양이가 걸어다닙니다”라는 멘트를 했는데 리믹스 버전의 챌린지가 탄생했고 이정재, 도경수, 이찬원 등의 많은 연예인들이 콘서트나 방송에서 일종의 팬서비스 차원에서 이 챌린지에 도전하기도 했죠.

한류 전파에도 챌린지 문화가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유명 가수 카디비 등 해외 유튜버들 사이에서 인기를 끈 불닭 볶음면 챌린지가 선풍적인 인기를 끈 데 이어 새벽에 화채 먹방을 하는 챌린지가 재유행하는 중입니다. 지난해 한국인 인플루언서가 새벽 3시에 화채를 만들어 먹은 영상이 수천만 조회수를 기록하면서 해외 인플루언서들이 너도나도 커다란 볼에 과일과 우유, 사이다, 얼음을 넣은 화채를 만들어 먹는 영상을 올린거죠.

요즘은 관광 홍보에도 챌린지가 자주 등장합니다. 2024 파리 올림픽 기간에는 한국 홍보 대사 뉴진스가 떡볶이, 김밥 등을 먹는 숏폼 챌린지가 파리 시내 곳곳의 디지털 스크린에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챌린지가 악용되는 사례도 종종 있습니다. 최근 BTS 멤버 슈가의 음주 운전 사실이 적발됐는데 해외 소셜 미디어상에서 일명 ‘슈가 챌린지’가 확산되기도 했죠. 이 챌린지는 자동차 핸들 앞에서 술병을 들고 음주 운전을 하는 듯한 모습을 촬영해 인증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는데 어떤 팬덤이 올린 것인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챌린지의 본래 의도와는 다소 거리가 있습니다.

본래 챌린지 문화는 본래 아이스버킷 챌린지에서 시작됐습니다. 루게릭병 환우들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기부를 활성화히기 위해 시작됐죠. 코로나 시기에는 의료진의 헌신과 노고를 기리는 마음에서 ‘덕분에 챌린지’가 유행을 했고,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자는 취지의 ‘플라스틱 프리 챌린지’, 독립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한 ‘독립선언서 필사 챌린지’ 등이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챌린지 문화는 본래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의도를 전하고 선한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 하는 만큼 의미가 변질되지 않고 좋은 일에 힘을 모으는 일에 쓰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은주 서울신문 기자 겸 유튜브 크리에이터. 연세대학교 불문과·동대학원 영상학 석사. 한국 방송대상 심사위원 역임. 유튜브 채널 〈은기자의 왜 떴을까TV〉 진행. 저서 『왜 떴을까: ‘K-크리에이티브’ 끌리는 것들의 비밀』이 있음.

 

* 《쿨투라》 2024년 9월호(통권 123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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