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문
변선우
나는 회전하므로 입장이 번복됩니다.
내부와 외부는 나로 하여금 교차합니다.
나의 내부는 외부가, 나의 외부는 내부가 되어
공존을 도모합니다.
그러므로 나는 반복적으로 중단을 사유합니다.
내 몸에, 이 순간에 도사리는 안과 밖이
이토록 함께 간섭하다니.
나는 놀라움으로 하여금 조작을 하여
회전문을 더욱 빠르게 작동합니다.더욱 빠르게 넘나듭니다.
그래서 경계는 도리어 뚜렷해지며
내부는 능숙하게 외부가 되고, 외부는 능숙하게 내부가 됩니다.
그럴수록 나는 바깥을 몽상합니다.
그럴듯하게 중단을 사유합니다.
─ 『비세계』(타이피스트, 2024)
안이 아니면 밖에 서 있어야 하나?
시인은 “나는 회전하므로 입장이 번복됩니다.”로 운을 뗀다. 밖에 있다가 안으로 들어갔으니 입장을 번복한 것으로 보았다. 멋진 생각이다. “내부와 외부는 나로 하여금 교차합니다.// 나의 내부는 외부가, 나의 외부는 내부가 되어/ 공존을 도모합니다.” 일단 입장을 번복했지만 내부와 외부가 나로 하여금 교차했으니 ‘나의 내부’는 외부가 되고 ‘나의 외부’는 내부가 되어 공존을 도모해보겠다고 한다. 좋은 생각이다. 자신의 신념을 확고부동하게 지키거나 일도양단하지 않고 중간지점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반복적으로 중단을 사유합니다.”라는 발언은 생각이란 변할 수도 있는 것, 즉 안에 있다가도 밖으로 나갈 수 있고, 밖에 있다가도 안으로 들어갈 수 있지 않냐는 말이다. 그런데 이런 중립이 이 땅에서는 허용되지 않았다.
광복 이후에 신탁통치를 찬성하는 파와 반대하는 파로 나뉘어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더니 결국 38선이 놓였다. 북한 체제의 논리를 견딜 수 없어서 많은 문인이 월남했고 남한 체제의 논리를 참을 수 없어 더 많은 문인이 월북했다. 조봉암이 이끈 진보당 같은 중도파는 용납될 수 없었다. 북한에서는 연안파와 소련파가 무자비하게 숙청당했다.
대한민국은 건국 이후에 반공주의자가 아니면 빨갱이 취급을 했다. 회색인은 용납되지 않았다. 이명준은 자살할 수밖에 없었다. 영남과 호남으로 나뉘었고 대구·경북과 부산·경남도사이가 서먹서먹해졌다.
회사에 들어가면 눈치를 봐야 한다. 직계상사가 경남 사람이면 어떤 일이 있어도 김영삼욕을 해선 안 된다. 대통령 중 1명이 암살당했고 1명이 자살했고 4명은 투옥되었다. 윤 대통령은?
‘나는 어디에 있어야 하는가?’를 우리는 대를 물리면서 고민해 왔다. 안에만 서 있어야 하는가. 밖에 서 있으면 안 되는가. 중간에 서 있으면 회전문이 돌아가지 않으므로 박쥐 취급을 받는다. 너는 쥐인가 새인가. 빨리 태도를 정해라. 머물면 안 된다. 망설이면 안 된다. 중간에 있으면 양쪽이 다 비난하니 얼른 회전문을 밀어야 한다. 시인은 몽상가다. 그래서 어느 진영에 속할 것인가 하는 판단을 유보하겠단다. 아니, ‘중단’을 사유하겠단다. 시인에게 돌을 던지지 말기를. 예수도 너희 중에 죄지은 적 없는 사람이 이 여인에게 돌을 던지라고 말했다.
이승하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사람 사막』 외 다수.
문학평론집 『경남 문인 4인을 새롭게 보다』 외 다수.
평전 『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외 다수. 현재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 《쿨투라》 2025년 1월호(통권 127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