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재즈? All of Nothing, All of Everything
[재즈] 재즈? All of Nothing, All of Everything
  • 박정승(사회복지사)
  • 승인 2024.06.04 1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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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 better blues

사람들이 재즈를 지적인 틀로 분석하면 짜증이 난다. 재즈는 그냥 즐기는 것이다.
It bugs me when people try to analyze jazz as an intellectual theorem. It’s not. It’s feeling.

- 빌 에반스Bill Evans

‘재즈’의 정의는 어렵다. 그 이유는 아마도 재즈는 배우는 것이 아닌 느끼는 것이기 때문이다. 재즈는 경험과 느낌이 함께 모여 재즈라는 음악이 아닌 하나의 문화를 만든다.

내가 처음 재즈를 느낀 것은 영화에서였다. 〈그렘린 2Gremlins 2: The New Batch〉에서 귀여운 괴물(?)들의 흥겨운 파티에서 부른 〈New York New York〉, 〈마스크The Mask〉에서 스윙 댄스와 함께 빅밴드 연주 〈Sing, Sing, Sing〉, 〈스윙 키즈Swing Kids〉(1993)에서 자유와 저항의 춤을 출 때 나온 〈Bis Mir Bist Du Schon〉, 〈피아니스트의 전설The Legend Of 1900〉에서 즉흥연주가 무엇인지 알려주던 피아노 연주와 사랑에 빠져 즉흥적으로 연주되던 〈Playing Love〉, 〈리플리The Talented Mr. Ripley〉에서 맷 데이먼의 유혹스러운 목소리 〈My Funny Valentine〉, 이제는 사라진 극장까지 그리워지는 〈접속〉의 〈A lover’s concerto〉, 〈Manhã de Carnaval〉 때문에 영화를 찾게 만든 흑인 오르페 그리고 결국 악기를 배우게 만든 제목 그대로 〈Mo’ better blues〉까지. 이 영화들에서 재즈가 눈으로 들리게 한다.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어느 곳에선 그 재즈곡들이 연주되고 있을 것이다. 재즈란 시간과 시대를 떠나 미래에 만나도 같은 순간을 만든다. 그것이 재즈의 힘이고 재즈의 중독성이다.

재즈를 말할 때 중요한 것은 즉흥연주Improvisation와 스윙Swing이다. 즉흥연주는 말 그대로 그 상황에 맞게 즉흥적으로 악보에 기재되어 있지 않는 것들을 연주하는 것을 말한다. 스윙은 정의 내리기 어렵지만, 박자의 기분이다. 자기도 모르게 어깨가 들썩이고, 발로 박자를 맞추면서 흥얼흥얼 노래를 따라 부르게 한다. 즉흥연주가 감성이라면 스윙은 생명이 된다.

재즈는 감성과 생명 속에서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재즈의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며 또 다른 삶을 낳는 생명이 된다. 빌리 홀리데이Billie Holiday의 삶의 이야기 같은 <I’m A Fool To Want You>가 웅산에게는 비구니의 삶을 재즈 가수로 만든 것처럼 재즈는 결국 인생으로 귀결된다.

시간이 지나 재즈를 즐기지 않아도 재즈는 삶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곰팡이 냄새 가득한 악기를 오랜만에 꺼내 들고 빈약한 소리와 맘에 들지 않는 연주라도 하게되면, 삶에 재즈는 다시 연결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재즈는 귀로 듣기보다는 심장으로 듣게 된다. 재즈는 연주의 기술이 좋다고, 음악을 많이 안다고 재즈를 아는 것은 아니다. 계속 말하지만 재즈는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재즈와 인생의 공통점이 바로 이것이다. 인생 또한 알지 못해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재즈를 즐길 때는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된다. 지겨워지면(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자유롭게 멈추면 된다. 그것 또한 재즈가 말하는 자유다. 그리고 재즈와 인생에서 조금 음이 틀려서 전문 용어로 ‘삑사리’가 나도 괜찮다. 마일즈 데이비스Miles Davis는 말한다. “연주하는 그 음이 틀린 게 아니야 - 그 다음에 오는 음이 그게 옳았냐 그르냐를 결정하는 거지.” 또한 그는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라, 그런 것은 없다고 한다. 다만 우리들의 삶의 연주에서 실수 같은 일들이 생길 뿐이다.

인생 가운데 생겼던 일들이 때로는 실수 같고 여러 번 모여 실패 같으나 그것은 다른 인생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었을 것이다. 영화 <위플래시Whiplash>에서 플레처 선생은 찰리 파커Charlie Parker의 심벌즈 사건이 버드를 만들었다는 일화를 이야기한다. 던져진 인생의 심벌즈들은 새로운 삶을 창조하기 위한 과정이다. 우린 아직 즉흥적으로 연주할 것들이 너무 많은 세상에 살고 있다. 재즈의 시작처럼 아무것도 아닌 것이 전부가 되었던 것처럼 우리 삶에 아무것도 아닌 것이 전부가 되는 인생의 재즈를 지금 즐기면 된다.

 

음악은 당신 자신의 경험이고, 당신 자신의 생각이며, 당신의 지혜입니다.
Music is your own experience, your own thoughts, your wisdom.

- 찰리 파커Charlie Parker

 

 


박정승 사회복지사.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사회복지학과 박사수료.

 

* 《쿨투라》 2024년 6월호(통권 120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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