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디카시] 한류 문예의 미래를 예고하는 새 물결
[K-디카시] 한류 문예의 미래를 예고하는 새 물결
  • 김종회(문학평론가, 한국디카시인협회 회장)
  • 승인 2024.07.01 1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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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의 의의, 발원, 현재

디카시는 그 어의語義가 말하는대로 디지털카메라와 시의 합성어다. 우리 시대의 남녀노소 누구나 손에 들고 있는 작은 우주, 스마트폰의 카메라로 순간포착의 사진을 찍고 여기에 몇 줄, 촌철살인의 시어를 결합하는 창작의 방식을 말한다. 그리고 이를 소셜미디어를 통하여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순발력을 자랑한다. 활자매체 문자문화의 시대에서 전자매체 영상문화의 시대로 시대적 성격이 전환된 오늘날에 있어, 그 변화의 상황을 최적화하여 표현할 수 있는 문예 장르다. 이때의 사진과 시의 결합은 두 요소가 각기의 영역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한몸이 되고 하나의 묶음이 됨으로써 작품으로서의 의미와 가치를 갖는다.

디카시의 발원은 지금으로부터 꼭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당시 창원 창신대 교수이던 이상옥 시인이 첫 디카시집 『고성가도』를 발간한 시기를 기점으로 한다. 물론 그 이전에 포토 포엠Photo-Poem이나 시화詩畫와 같은 유사한 창작의 형식이 없지 않았으나, 앞서 언급한 디카시의 존재 양식에 비추어 이를 새로운 문예 양식이라 보는 것이다. 그것도 한국에서 시발되어 해외로 확산되고 있는 한류 문예라고 할 때, 이는 우리 문화와 문학에 있어 하나의 자긍심이라 해도 좋을 형국에 이르렀다. 디카시라는 용어가 국립국어원의 우리말샘에 등재되고, 교과서에 수록되기 시작했으며, 경향 각지에서 요원의 들불처럼 번져가는 현상이 우리 눈앞에 있다.

ⓒ 김종회
ⓒ 김종회

2016년 경남 하동의 이병주국제문학제에서 처음으로 디카시 공모전을 개최한 이후 이듬해 황순원문학제 공모전, 이후 오장환문학제 공모전 등이 이어지면서 이제는 전국의 지자체와 문화축제 등에서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동시다발로 디카시 행사들이 열리고 있다. 현재 국내 주요 지자체 12곳에 지부가, 해외 주요 국가 및 도시 18곳에 해외지부가 결성되어 활동하고 있다. 이를테면 명실상부한 국제적인 시운동이 되었다. 그 주요한 나라는 미국·캐나다와 같은 미주국가, 영국·프랑스·독일과 같은 유럽 국가, 중국·인도·인도네시아·베트남 같은 아시아 국가 등을 손꼽을 수 있다.

일찍이 우리의 오랜 역사 과정을 통해, 문학이 이처럼 세계 무대에서 우리말로 창작을 촉발하는 사례는 볼 수 없었다. 21세기 들어 한류 문화로서 K-Pop이나 K-Drama 등의 강세를 볼 수 있으나 우리말로 된 창작이 현지에서 실행되는 경우는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새로운 국면이 가능한 것은 우리 국력의 신장과 한류 문화의 전파력을 바탕으로, 세계 각국의 대학마다 한국어과가 설치되거나 한국어 강좌가 개설되는 데 따른 결과다. 한국어를 모르는 외국인이 우리말로 디카시를 쓸 수는 없는 일이다. 이와 같은 성과를 이끄는 데 있어서는, 세계 각국에 삶의 터전을 확보하고 있는 해외 교민사회의 힘과 노력이 큰 역할을 했다.

 

디카시의 특성, 가치, 미래

디카시의 물결이 이렇게 한반도의 국경을 넘어 세계로 확장되어 나가는 배면에는, 한국에서 굳게 다져진 저변의 세력이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기반에는, 디카시가 오늘 우리 사회의 시대정신Zeitgeist을 반영하고 있다는 전제가 있다. 그 확산 방식에 있어서도 전자매체의 특성이 십분 활용되어 디카시 마니아 모임, 카페, 블로그, 단톡방 등을 통하여 창작 시점에 실시간 소통과 공유를 가능하게 한다. 모든 문학 형식 가운데 시인과 독자가 연계되는 가장 빠른 상호 교류의 유형이다. 동시에 디카시는 일상이 예술이요 예술이 일상이 되는, ‘생활체육’과도 같은 ‘생활문학’이다. 그러므로 우리 주변의 갑남을녀 필부필부 장삼이사 모두가 그 창작의 주체가 될 수 있다.

디카시를 오랜 역사적 전통을 가진 문자시와 비교하여 폄하하고 평가절하하려는 이들이 있다. 디카시인들은 이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디카시는 시가 아니다. 디카시는 디카시다.” 새로운 시대의 형용을 갖추고 새로운 창작의 방식과 감성의 조화를 요구하는 디카시를, 전통적인 시의 논리와 그 잣대로 재면 안 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디카시는 어느 날 정처도 근본도 없이 발생한 돌연변이의 문학이 아니며, 우리 선조 문인들의 한시와 시조 그리고 현대시의 짧은 시들과 접맥되어 있다. 거기에 영상의 합력이 작동하고, 사진에 시를 병렬하는 물리적 접속과 다르게 사진과 시가 일체가 되는 화학적 결합을 지향하는 것이다.

올해로 성년을 맞아 지구촌을 무대로 하는 디카시와 디카시 문예 운동은, 그야말로 ‘운동’이 아니라 ‘문예’가 되어야 한다. 디카시가 값있는 문예 운동이라면 운동이 과녁이 아니라 문예가 종착점이 되어야 옳다는 뜻이다. 이것은 곧 디카시가 예술성을 담보하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말이며, 그러기에 디카시인 또한 ‘동호인’의 차원을 넘어 진정한 ‘시인’을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누구나 익히 알듯이 디카시는 쓰기 쉬우나 잘 쓰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이 이율배반적인 수사修辭는 일차적으로 초등학생에서 노년의 연륜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디카시인이 될 수 있다는 개연성과 보편성을 담보한다. 지식인 창작자가 위주였던 우리 문학사의 오랜 전통에 비추어 보면, 이 또한 하나의 혁명적인 진전에 해당한다.

ⓒ 김종회

짧은 시의 예술성을 증거하는 확고한 범례로 일본의 하이쿠를 들 수 있다. 이는 이미 세계적인 문학 장르가 되었다. 디카시는 여기에 영상의 힘을 더하였으니 훨씬 더 유리한 고지에 있다. 더 나아가 디카시의 미학적 가치, 예술성을 확보하는 것은 이 문예 운동의 궁극적 과제다. 더구나 온 세계에서 한글로 쓰는 새로운 한류 문예이기에 가일층 창의력과 순발력과 책임감을 발휘해야 할 대목이다. 앞으로 디카시는 한국과 세계를 아울러 활달한 발걸음을 옮길 것이다. 장강후랑추전랑長江後浪推前浪, 장강의 뒷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내는 그 행렬에 동참하는 것은 디카시인들의 행복이요 보람이기도 하다.

 

 


김종회 문학평론가,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 촌장, 중국연변대학교 객좌교수, 경남정보대학교 특임교수, 이병주기념사업회 공동대표, 한국디카시인협회 회장, 한국디지털문인협회 회장. 전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한국문학평론가협회 회장, 국제한인문학회 회장, 박경리 토지학회 회장.

 

* 《쿨투라》 2024년 7월호(통권 121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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