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디카시] 함께 나누고 싶은 기쁨, 사진과 시가 함께 하는 디카시 쓰기: 캐나다에서 만난 디카시
[K-디카시] 함께 나누고 싶은 기쁨, 사진과 시가 함께 하는 디카시 쓰기: 캐나다에서 만난 디카시
  • 신금재(시인)
  • 승인 2024.07.01 15: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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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라는 단어를 처음 발견한 곳은 캐나다 동부 토론토 문학 카페였다. 지금은 돌아가신 석천 선생님께서 올려주신 한 장의 사진과 짧은 시였다. 우리가 콤포스트compost라고 부르는 퇴비 부숙기 위에 하얀 눈이 쌓인 풍경의 사진이었다.

충격이었다.

수필도 써 보았고 긴 시도 써보았다. 데이케어 아이들을 돌보면서 시간이 날 때마다 글쓰기에 매달렸는데 이렇게 사진을 찍어 짧은 시를 쓰는 새로운 장르의 문학이 있다니.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음 카페에서 디카시를 찾아 보았더니 ‘디카시 마니아’라는 곳이 있었다. 바로 가입했다. 많은 사람들이 참으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2019년 황순원 문학제 디카시 공모전에 출품한 「새가 되고 싶어요」가 수상하면서, 소나기 마을 촌장이신 김종회 교수님과의 교류가 시작되었다.

디카시 마니아 회원들과 댓글로 만나면서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마음으로 가까워졌고 e북이라는 단어가 낯설던 시절에 회원 한 분이 내 디카시를 엮어 디카시집 e북 『사슴의 법칙』을 만들어 선물해 주셨다. 이렇게 시작된 디카시집 e북은 두 번째 『빛의 화가』에 이어 최근 『길 위에서』까지 어느덧 세 권이 되었다.

새가 되고 싶어요


물새로 날아가고 싶은 저 꽃들
꽃잎을 모아서 물새의 부리로 피어나는 저녁

가슴 한쪽에 접혀진 젖은 날개 다시 펴면
하얀 깃털로 앨보 강물 위를 날아갑니다

 

내 마음 잡아 남의 마음 안다고 하였던가. 디카시를 쓰며 누리는 기쁨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하고 싶어 함께 문학 활동하는 사람들에게 디카시 쓰기를 권유했다. 캐나다 동부에서, 서부에서, 앨버타 주 타 도시에서, 사스카츄완 주에서 여러 사람이 함께 하기를 청하였고, 8인이 모여서 《캐나다 디카시》 창간호를 발행했다. 함께 모이기 어려운 상황이었던 우리는 줌 미팅으로 서로 소통하면서 디카시 사랑을 키워나갔다.

제1회 세계디카시인대회 행사 때에는 캘거리 지역 디카시인들이 에드워시 공원에 모여서 함께 사진을 찍었고, 한인 성당 지하실에 모여서 디카시 토론회도 열어 그 영상을 창신대학교로 보내드렸다. 세계 디카시인들과 영상을 함께 공유했던 기쁨이 아직도 잔잔하게 남아있다.

디카시 회원들 단체 카톡방에 김종회 교수님을 초대했다. 가끔 올려주시는 문학 마실과 디카시 강의는 우리들에게 맑은 오아시스의 샘처럼 문학에 목마른 우리들의 목을 시원하게 적셔준다. 때로는 따끔한 충고도 해주시면서, “캘거리 회원들 사진은 최고인데 시 공부는 좀 더 해야겠어요” 하신다.

캐나다 전역에서 모인 회원들과 캐나다 디카시라는 창간호를 만든 후 김종회 교수님으로부터 도시 이름 캘거리로 쓰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은 후 우리는 한국 디카시인협회 캘거리 지부로 승인을 받았다. 주로 캘거리 문협에서 활동하는 회원들이 동의했고, 문협 디카시 분과 회원들이 주축을 이루면서 교민 신문에 작품을 발표하고 사진 동호회 회원들이 합류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얼마 전 캘거리 문협 신춘 문예 공모전에서는 세 명의 디카시 당선자들이 탄생하였다. 디카시 단체 카톡방에서 함께 공부하던 회원 한 명과 한인 성당 문화교실 디카시 회원 한 명이 포함된 경사였다.

현재 진행 중인 한인 성당 문화 교실 디카시 강의에서는 사진 동호회 소속 사진작가를 초대하여 함께 공부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그동안 너무 허술하게 사진을 찍었다는 반성을 해본다. ‘순간 포착, 순간 언술’이라는 이 짧은 경구가 결코 쉽게 쓰라는 말은 아닐진대. 좀 더 진지한 태도를 가져보리라.

누군가에게 가르침을 준다는 것은 곧 내가 배움 한다는 것을 깊이 깨닫는 시간을 걸어가고 있다. 아울러 고성에서 열리는 디카시 국제 페스티벌이 성공리에 잘 마쳐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신금재 서울 출생. 2001년 캐나다 이민. 저서로 수필집 『로키에 봄이 오면』, 시집으로 『내 안의 아이』 『당신이 그리울 때마다』, 디카시집 e북 『사슴의 법칙』 『빛의 화가』 『길 위에서』가 있음.

 

* 《쿨투라》 2024년 7월호(통권 121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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