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21세기 새 한국 책략을 찾아
[북리뷰] 21세기 새 한국 책략을 찾아
  • 이정훈 객원기자
  • 승인 2024.07.02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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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재 장편소설 『춘추는 이렇게 말했다』

법무법인 동북아의 대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경재 변호사의 첫 장편소설 『춘추는 이렇게 말했다』(도서출판 모아드림)가 출간되었다.

저자 이경재 변호사는 경북 고령군 대가야읍에서 출생하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했다. 국방대학원 안보과정을 수료하였으며, 미국 워싱턴주립대 방문학자를 지내기도 했다. 대구, 춘천지검 차장검사, 서울지검 형사 1부장을 거쳐 현재 법무법인 동북아의 대표 변호사로 미국 워싱턴주 명예검사, 대한변호사협회 통일문제위원회 위원장, 서울변호사회 중국문화연구회 회장, 서울지역 통일교육위원을 맡고 있다.

이 소설은 21세기 오늘의 세계와 한반도의 문제, 그리고 통일 담론을 그 주제로 삼고 있다. 「작가의 말」에서 밝혔듯이 저자는 한반도 역사상 최초로 통일을 기획하고 추진하여 성공에 이르게 한 전략가 춘추공에게 “후손으로서 꿈에서라도 오늘의 과제와 문제에 대하여 조언을 청하고 대화하고” 싶은 바람으로 춘추공을 오늘 이 시대에 소환하였다.

저자는 오랫동안 김춘추에 관한 역사 자료와 평전을 두루 살펴보았다. 그리고 중국과 일본의 관련 기록, 김춘추와 동시대인인 당의 이세민, 고구려의 연개소문, 왜의 나카노오에에 관해서도 자료를 연구하며 2년에 걸쳐 소설 집필을 완성하였다.

 

김춘추 시대인 7세기 동북아 정세와 21세기의 그것은 천 사백 년의 어마어마한 격차가 놓여있으나, 그럼에도 시공을 초월한 지혜는 있는 법이다. 그런 지혜를 가진 인물이 바로 니체가 말하는 위버멘쉬Übermensch, 초인超人, 참 난사람일 것이다. 역사를 귀감이라고 하고 춘추라고도 한다. 그리고 역사는 반복된다고 한다. 이 소설이 대한민국의 미래와 통일 한반도 담론에 마르지 않는 샘이 되길 기대한다.

- 이경재, 「작가의 말」 중에서

 

이 소설은 우리가 눈앞에 당면하고 있는 국내외의 총체적 난국을 제시하고, 이를 헤쳐나갈 지혜를 조달하는 방략에 있어 이제까지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기상천외한 관점을 도입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1,400년 전의 인물 김춘추, 온갖 어려움을 물리치고 민첩한 지략과 외교적 역량으로 삼국통일의 기반을 다진 태종무열왕을 지금 여기에 불러내어 조언을 듣는다. 이 전대미문의 쾌사를 수행함에 있어, 풍성한 교양과 상식 그리고 깊이 있는 학식과 세계관을 펼쳐 보이는 것은 독자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하는 요소가 될 것이다. 이 여러 장점을 통해 이 책은 해묵은 과거를 소환하는 데 그치지 않고, 푸른 신호의 미래를 펼쳐 보이는 전향적 개안을 가능하게 했다.

 

소설은 왜 어떻게 김춘추를 불러냈는가
소설의 문학적 특성을 원용한 탁월한 선택

고대사 시기의 인물 김춘추를 현세로 불러온다면, 그것은 일종의 대체역사Alternative History 기법이라 할 수 있다. 복거일의 『비명碑銘을 찾아서』나 『역사 속의 나그네』 같은 소설이 이를 시현示現해 보였다. 역사의 과거와 현재를 서로 소통하게 하는 데 있어 ‘춘추春秋’라는 이름은 매우 의미 심장하다. 여기서 답안의 성안成案을 위해 내세운 인물의 이름이면서 역사, 세월, 계절을 한꺼번에 뜻하는 이름이기도 하다. 그를 불러내는 소규모 공동체 구성원 가운데 핵심은 이동천 변호사와 한통일 교수다. 이 변호사는 작가의 의도를 대변하는 인물이며, 한 교수는 김춘추 소환의 기능적 역할을 담당하는 인물이다. 그 외의 다른 여러 인물도 모두 저마다의 기능을 맡고 있다. 이들은 ‘동북아 최적 슈퍼 멘토’가 김춘추라는 데 동의한 동역자들이다.
 

한 교수님, 김 원장, 나는 우리나라가 더 나은 미래를 이루기 위해서는 통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통일 문제에 대해 연구·조사를 해 왔습니다. 그런데 요즘 우리 정치권이나 사회 분위기에는 통일 담론이 사라지고 오로지 정쟁이나 사회분열만 격화되고 있으며, 통일 정책은 실종됐고, 전쟁 위험만 가중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동북아 정세도 날로 험악해져 당장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더라도 이상할 것 없다고 할 만한 상황에 있습니다. 이런 때, 현재 한반도 정세에서 이를 극복하고 통일과 번영을 이룰 수 있는 방책에 대해 우리 선각에게 지혜를 구하고 싶습니다. 그 선각 중에서 나는 김춘추를 먼저 선정했습니다. 이후 때가 되면 이순신 제독과도 대화하고 싶습니다. 부디 길을 만들어 주세요.

- 「경주 백률사栢栗寺의 인연」 중에서, 본문 65-66쪽
 

김춘추를 현실적인 생활권으로 초치하고, 오늘날 한반도가 처한 난감한 상황들을 자문하는 엄청난 일은, 그러나 사뭇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수순手順을 따라 진행된다.

우선 이 책략의 자문에 왜 김춘추가 적역敵役인가를 공유하는 대목이다. 다음으로 한통일 교수가 운용하고 있는 인공지능 수준의 컴퓨터 자료 활용의 영역이다. 그리고 심령술의 한 방식으로 보이는 영매靈媒의 작용을 도입하는 보완책의 동원이다. 이처럼 주도면밀한 구성의 모형을 설정했다면, 어느 누구도 소설의 외양을 가진 이 글에서 김춘추와의 접점에 이견異見을 내놓기 어렵다. 그런 만큼 이 글이 소설의 문학적 특성을 원용하고 있는 것은 탁월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분란과 분열에 능하고 모든 잘못과 실패는 상대방에게 돌려 비방하고, 쟁취한 권력에 똬리를 틀고 성역화하는 세력들에게 기회를 주지 말라. 사람 사는 곳에는 언제나 다툼이 있기 마련이다. 다툼은 사회 구성원들이 보다 나은 사회나 세상을 만들기 위해 있는 과정이지,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그런데 분란과 다툼, 갈등과 분열 그 자체를 즐기는 사람들, 이런 일들을 기회 삼아 경제적·정치적 이익이나 권리를 도모하려는 인간들이 더러 있다. 문제는 이런 자들이 득세하는 세상은 망조가 들어 모두가 불행하게 된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여기서는 삼한일통을 이룬 나로서 엄중히 경고하는 말을 하고 싶다.

- 「제2회 대화: 춘추에게 묻고, 그가 말했다(Ⅰ)」중에서, 본문 141-142쪽

 

이경재 변호사
이경재 변호사

역사적 교훈의 현실화와 지향점
‘21세기 새 한국 책략’을 찾아서

 

동천은 해금강 주변의 하얀 파도 포말을 바라보며, 몇 년 전에 세상을 뜨신 어머니 생각을 했다. 어머니는 강원도 통천군 금강산 자락에서 태어났다. 그래서 이름도 강옥江玉으로 지었다고 했다. (…) 동천은 통일전망대에서 어머니를 불러본다. 언젠가 어머니를 가슴에 품고 당당히 금강산 통천 고향으로 가리라 다짐했다. 그리고 의지의 힘은 낙수 물방울로 바위에 구멍을 낸다는 니체의 말이 떠올랐다. 뒤이어 동천이 좌우명으로 삼았던 사자성어 우공이산愚公移山이 니체의 말을 지웠다.

- 「통일전망대에서 금강산 해금강을 바라보다」 중에서, 본문 235-237쪽
 

그런데 정작 우리에게, 우리 시대에, 보다 더 긴요한 사안은 이 글이 갖추고 있는 방법론이나 포맷Format이 아니라 그것이 담보하는 현실적 지형도 속에서의 지향점과 해결책이다. 여기에 수긍할 만한 강세가 없다면, 이 글이 선보인 기발한 외형의 양상이 별반 가치를 갖기 어렵다. 오늘날 한반도의 내부는 남북분단과 동서 지역감정의 끝 모를 갈등으로, 외부는 세계열강 및 패권국들과의 무한 경쟁으로 영일寧日이 없다. 이 모든 문제적 국면을 망라하여 김춘추의 견해를 구하는 바이니, 그야말로 ‘21세기 새 한국 책략’을 찾는 형편이다. 이 목표에 따라 등장인물이 구성되고, 공유하는 담론의 주제가 설정되며, 회담의 장소 또한 특화되어 있다.

김종회(한국디지털문인협회 회장) 문학평론가는 “이경재 변호사의 저술 『춘추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고, 괄목상대하며 놀랐다”고 밝히며, “이 글이 부피가 큰 쟁점으로 함몰되지 않고, 우리가 피부로 감각하는 현실 정치의 구체적인 부면을 함께 탐색하는 것은 그야말로 큰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독자가 역사의 격랑에 떠밀리지 않고 직접적으로 ‘나’에게 부하된 문제로 인식하며 글을 읽어 나갈 수 있는 이유다. 그 현실에 대한 비판과 대안이 사건별로 제기되는 것 또한 읽기의 재미를 더하는 요소들이다. 궁극적으로는 남과 북의 통합을 넘어 진정한 선진국으로 갈 수 있는 길의 향방이 이 저술 속에 잠복해 있는 터이니, 외화내빈外華內貧의 우리 사회가 온당한 경각심을 환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거기에다 글의 전제와 전개가 마치 제갈공명의 〈천하삼분지계〉를 보듯 재미있어서, 필자의 경우 이를 단숨에 독파할 수밖에 없었다.

- 김종회, 「독자를 위하여」 중에서


이처럼 이경재 변호사의 첫 장편소설 『춘추는 이렇게 말했다』는 하룻밤에 독파할 수 있을 정도로 재미있다. 그리고 대한민국 역사의 자체라고 할 수 있는 광전세대의 삶을 살아온 이들의 삶과 꿈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저자의 바람처럼 “이 소설이 대한민국의 미래와 통일 한반도 담론에 마르지 않는 샘이 되길” 희망한다.

 

 


 

* 《쿨투라》 2024년 7월호(통권 121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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